전세계 가계금융자산 275조달러 역대 최대
지난해 전년 대비 7% 증가, 북미가 절반 차지
인구·소득 늘어나는 아시아 증가속도 가팔라
보스턴컨설팅 “부유층자산 스위스 → 홍콩 이동”
지난해 전세계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인 미국 등 북미지역이 가계 금융자산의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추계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가계금융자산 규모는 전년보다 6.9% 증가한 275조2000억달러(약 36경6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지역이 126조5000억달러(약 16경8000조원)로 전체의 46%를 차지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가계금융자산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75조7000억달러(약 10경1000조원)로 전년 대비 5% 증가했고, 유럽은 4.4% 증가한 52조1000억달러(약 7경원)에 달했다.
가계금융자산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이후 연평균 6%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갈 경우 2028년 전체 가계금융자산 규모는 366조9000억달러(약 48경8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BCG는 예상했다. 특히 앞으로 아시아지역은 인구와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자산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8년까지 전세계 가계금융자산 증가액의 30%는 아시아지역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금융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금융회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BCG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자산운용업계의 수수료 수입은 갈수록 크게 저하되고, 이에 비해 비용은 더 상승할 것”이라며 “생성AI의 활용 등 비용을 적절히 관리하고, 고객 서비스를 높이는 방향을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등 자산운용사는 부유층의 드러나지 않은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과 예금을 선호하는 일본에서도 부유층의 금융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노무라증권 등은 최근 전국적으로 개인고객담당자 대부분을 고액자산가 전담으로 돌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부자들이 해외에 맡기는 나라도 전통적 강자인 스위스에서 홍콩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 홍콩은 스위스를 제치고 외국인 금융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외국인 금융자산이 빠르게 늘어날 곳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각종 리스크를 의식해 홍콩으로의 금융자산 유입이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부의 원천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스위스의 지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부유층을 중심으로 지난해 자국 이외의 나라에 예치한 금융자산 규모는 13조2000억달러(약 1경7550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한편 전세계 가계금융자산과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을 합친 총자산에서 가계부채를 뺀 순자산 가치 규모는 지난해 476조9000억달러(약 63경4000조원)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이같은 규모는 2028년 627조8000억달러(약 83경5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