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염승민 아주대 약학과

2024-08-28 09:25:26 게재

실험 탐구로 공직 약사의 꿈 키웠죠

친구들에게 종종 불리던 승민씨의 별명은 ‘약방의 감초’. 어디에서나 꼭 필요하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다. 마음을 다해 후회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덕분에 학생부와 수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염승민 | 아주대 약학과 (전북 상산고)

염승민 | 아주대 약학과 (전북 상산고)

사진 이의종

과학 실험 동아리와 탐구 활동으로 가까워진 약학

승민씨는 전국 단위 자사고 중에서도 의대 진학률이 높은 전북 상산고에 진학했다. 학교 특성상 의대와 약대를 염두에 둔 친구가 많아 화학, 생물 관련 동아리가 주를 이뤘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흥미가 많았던 승민씨는 고1~2 때 과학 실험 동아리 SOS(사이언스 오브 상산)에서 다양한 실험을 접했고 세특 활동도 실험 탐구 위주였다.

고1 <통합과학> 시간에 효소를 공부한 후 일상에서 접하는 효소 기술을 탐구하면서 효소 치료에 호기심이 생겼고, 학교에서 열린 명사 초청 특강은 유전자 조작에 깊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유전자 조작이 적용된 CAR-T 세포 치료제 탐구를 진행하면서 진로를 약학으로 구체화했다.

“전통 약학은 화학이 기본이지만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이오 의약품이 빠르게 주목받는 추세예요. 생명과학을 좋아하는 제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수업 시간에 생긴 궁금증과 호기심은 선생님과 소통하면서 심화 주제로 확장됐어요. 실험 탐구 동아리에서 직접 그 주제로 실험 탐구를 진행했고요. 영어에 자신 있어서 자료와 논문을 원서로 찾아보며 지식을 확장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처음엔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학생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덕분에 진짜 제가 원하는 진로를 찾을 수 있었어요.”

함께 성장하는 ‘공동 학습 프로젝트’ 진행

승민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회장을 지냈는데 특히 고3 때는 친구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1년 내내 회장을 맡았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상산고에서 회장으로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종합전형을 지원하는 학생 중 학급 회장을 맡은 경우는 많기 때문에 학생부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내세우기는 어려워요. 어떤 가치관으로 학급을 이끌었으며 어떤 성취를 이뤘고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공동 학습’을 최우선으로 둔 점을 강조했어요.”

실제로 승민씨는 학급 회장을 맡은 3년 내내 프로젝트를 통해 그 목표를 이뤄냈다. 1학년 땐 각자 자신 있는 과목을 맡아 학급에 필기를 공유하는 ‘복습만이 살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라 주로 온라인 수업을 했기 때문에 학습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과 목적, 장점을 담은 안내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참여를 독려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이던 멘토-멘티 활동도 기억에 남았다. 승민씨는 자신 있는 영어를 공부할 땐 멘토가 되어 친구를 도왔고 다소 약점인 수학은 멘티로서 다른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수행평가를 놓치는 학생이 없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3학년 때는 지치고 포기하는 친구가 없도록 서로 이끌어줬다.

“중학교 때 전교 1, 2등을 한 적이 있어서 고등학교 내신도 자신 있었어요. 근데 고등학교에서 첫 시험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웃음) 저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다방면으로 훌륭한 친구가 많더라고요. 오히려 친구들의 장점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서로 도와가며 함께 성장하기’가 제가 추진했던 공동 학습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어요. ‘나만 내신 경쟁에서 살아남자’가 아닌, 함께 성장해 꿈을 이루자는 생각은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큰 힘이 됐어요.”

나만의 가치 인정받는 공직 약사가 꿈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인 상산고에서 내신 관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영어는 내신 시험이나 수능만을 목표로 삼지 않고 전공 관련 영어 논문이나 원서를 읽고 탐구하며 실력을 높일 수 있었다. 승민씨는 서울대 성균관대 경희대 중앙대 아주대 가천대 모두 약대에 지원했고 이 중 아주대와 가천대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과 2차 면접이 있었다. 아주대 약학과의 작년 최저 기준은 4합 7. 승민씨는 수능에서 4합 5를 충족했다.

“3학년 6월 모의평가에서 <생명과학Ⅰ>이 덜컥 4등급으로 내려앉아서 불안했어요. 하지만 1학기까지 내신을 마무리하고 수능과 면접 준비에 매진했어요. 3년 동안 채운 학생부는 조각조각이 아닌 ‘연계와 확장’의 이야기로 완성했기 때문에 어떤 질문을 받아도 자신 있었고요. 수능 공부도 남은 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했어요.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강조하고 싶어요. 자신의 노력을 믿으면 졸업생이 수능에서 유리하다는 말도 겁나지 않습니다.”

승민씨의 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특허청 등 국가 기관에서 연구하는 공직 약사다. 약학과 졸업 후 대부분 선택하는 일반적인 약사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챗GPT를 비롯해 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 미래에도 대체되지 않는 진로를 고민하게 됐어요. 졸업과 동시에 취득하는 약사 면허에만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를 끊임없이 키워야만 급변하는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진로는 전공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차차 고민할 거예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때문에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할 다양한 전공 과목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직 방학인데도 기숙사에 일찌감치 올라온 이유이기도 하다. “방학에도 할 일이 많아요.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가야죠. 며칠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관한 알약 세미나에 다녀왔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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