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연계·협력으로 늘봄학교 맞춤형 지원
2학기부터 전국에 도입 …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통해 촘촘하게 관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흔히 알고 있는 이 표현을 현대식으로 고치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나라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인한 양육 공백을 해소하고자 학교와 지자체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많은 아이들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사설학원을 전전하거나 텅 빈 가정에 홀로 방치됐다.
다행히 늘봄학교가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면서 가정의 자녀 돌봄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한 늘봄학교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정규수업 전후로 학생의 성장·발달을 위해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종합 교육 운영체제다.
정부는 돌봄을 학교에만 맡겨 두지 않고 온 사회의 역량을 연계·협력하는 체제를 만들고 있다. 그간 교육부와 각 부처는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공간 인력 등 다양한 교육자원이 늘봄학교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해 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러한 1학기 운영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 1학년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 온 나라가 나서는 ‘공공의 돌봄’이 첫발을 내딛게 됐다.
“곤충인 밀웜이 스티로폼을 먹고 분해하는 것이 신기했어요. 내가 심은 감자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어요. 2학기에도 무엇을 심고 키울지 궁금합니다.”
곤충농장 연계 늘봄프로그램에 참여한 천안능수초등학교 1학년 한 학생은 2학기 늘봄학교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농촌체험농장 늘봄프로그램’은 2023년 하반기부터 충남교육청과 농촌진흥청이 협업해 시범 운영한 사업이다. 농촌진흥청은 늘봄학교 참여 농장 발굴과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충남교육청은 프로그램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자문과 학교 연계를 지원했다. 사업을 추진한 이혜경 충남교육청 장학관은 28일 “다른 기관과 연계해 우리 아이들이 농촌의 가치를 이해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울 특색 있는 늘봄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며 “더욱 다양하고 질 높은 늘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연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 1학년은 원하면 모두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전국 특수학교 초등과정에서도 이번 2학기부터 모두 늘봄학교를 운영한다.
늘봄학교는 2024학년도 1학기 전국 2741개교를 시작으로 6월말 2963개교(47.9%)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학교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 80.7%가 참여했다. 2963개교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 18만9683명 중 늘봄학교 참여 학생은 15만3009명에 이른다.
1학기 늘봄학교 운영학교에서 초1 돌봄 대기자가 2023년 5711명에서 100% 해소되고 80% 이상의 학부모들이 늘봄학교에 만족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청별 조사 결과 서울 90.0%, 부산 95.8%, 대구 93.8%, 대전 92.3%, 충북 91.7%, 경남 91.3%, 경북 90.5%, 경기 85.2%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한 초등학교 학부모 10명 중 8명 이상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만족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15일 교육부가 공개한 한국교육개발원(KEDI) 늘봄중앙지원센터 주관 ‘올해 상반기 늘봄학교 운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학부모 82.1%와 학생 87.6%는 현재 참여한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행 초기 우려의 목소리 범부처 협력으로 극복 = 늘봄학교 시행 초기 강사부족, 공간부족, 특수교육 소외 등 실질적인 운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장 교원들은 무리한 속도전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늘봄학교 성공을 위해 중앙부처 교육청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으면서 우려 사항을 해소해 나갔다.
교육부는 2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제1차 회의를 열었다.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7일 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늘봄학교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총력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후속조치로 발족된 회의체다. 9개 관계부처 장관, 국무조정실장,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17개 시도교육감, 17개 시도지사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관계부처별 늘봄학교에 지원 가능한 프로그램 공간 인력 등을 함께 논의했다.
2차 회의는 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고 새 학기 늘봄학교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는 7차까지 개최돼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관들 늘봄강사로 나서 마중물 역할 = 늘봄학교 확산을 위해 전부처 장관이 전국 초등학교에 일일 강사로 나서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일일교사로 나선 윤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늘봄학교 수업을 진행하며 정책 확산을 도왔다. 윤 대통령은 3월 29일 경기도 화성시 아인초등학교를 방문해 일일 특별강사로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우주와 로켓 관련된 책을 읽어주고 누리호 로켓 모형을 날리며 로켓의 추진 원리를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4월 4일 경기 김포 사우초등학교를 방문해 초등학교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에 일일강사로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 늘봄수업을 진행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25일 세종시 해밀초등학교를 방문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직접 일일 경제선생님으로 참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온사회 동참을 위한 재능기부 수업이 33회 진행됐고 6월 5일까지 국무총리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부 단위 국무위원의 재능기부는 19회 진행됐다.
국무위원 외에도 처·청 지청장 등의 재능기부가 13회 진행됐다.
◆다양한 교육자원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 = 교육부와 각 부처는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공간 인력 등 다양한 교육자원이 늘봄학교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를 비롯한 27개 부처·청은 1만2000개 교실 운영이 가능한 562종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에서는 늘봄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인력을 지원했으며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8개 부처 등에서는 6414개의 교육활동 공간을 제공했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초등학교에 각 부처에서 제공하고 있는 교육자원을 안내하였고 늘봄학교 누리집을 통해 학교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1학기 늘봄학교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학기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인력 공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부처도 프로그램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촌진흥청 등 27개 부처·청이 562종의 늘봄 프로그램을 2학기에 제공한다.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45종이나 된다. 산림청은 9월부터는 늘봄학교 맞춤형 숲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초등학교에 제공한다. 환경부는 2학기부터 13종의 늘봄학교 맞춤형 환경 특화 교육 과정을 개발해 일선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성가족부는 늘봄학교 연계 ‘찾아가는 청소년 자기도전 포상제’ 프로그램 시범 운영을 진행한다.
지역 특화 프로그램 운영도 이뤄진다. 부산에서는 자갈치수산시장 등과 협력한 지역사회 체험 프로그램, 강원은 양양 서핑 산업과 연계한 프로그램, 전남은 지역 프로축구팀, 반려동물 문화센터를 통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국가책임 교육·돌봄 구축을 위한 늘봄학교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320억원을 지원한다”고 28일 밝혔다. 교육부는 각 부처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해당 분야의 우수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급하기 위해 협업예산으로 108억원을 편성했다. 또한 지자체-대학이 협력해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는 늘봄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21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