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 국보·보물 97점 전시
대구간송미술관 다음달 3일 개관
12월 1일까지 간송유작 60점 소개
대구 수성구 대덕산 자락 완만한 경사지에 ‘지역을 넘어 미래로 이어가는 문화보국 정신’을 앞세운 미술관이 새로 들어섰다. 자연지형을 조금씩 건드려 단을 만들고 완만하게 아래로 내려오면서 앉힌 건물이다. 건축물에는 최초 사립박물관 ‘보화각’을 설립한 전형필선생의 호 ‘간송(澗松)’의 의미와 정신을 담았다.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최문규 연세대 교수는 “자연에 녹아드는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이고 일제 강점기에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국보와 보물을 담는 담백한 그릇과 같다”고 말했다.
오는 9월 3일 개관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은 개관기념으로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과 함께 보배 삼아)를 9월 3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전시한다.
‘여세동보’는 위창 오세창(1864~1953)선생이 보화각 설립을 축하하며 지은 정초명(定礎銘)에서 빌려온 것으로 간송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개관의 의미를 담았다. 개관전은 실별로 차별화된 총 4개의 전시실에서 열린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신윤복의 ‘미인도’(보물)를 비롯해 간송 수집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이 전시된다. 서울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보물 가운데 석조물인 문경5층석탑과 괴산 8각 당형부도 2점을 제외하고 총 출동한 역대 최대 규모 전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의 대구 분관이다. 대구시가 땅을 대고 자체 예산과 국비 446억원을 들여 건립한 대구간송미술관은 시립이다. 시는 매년 50여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지원해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운영을 맡겼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과 같은 방식이다.
시는 2016년 간송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1907년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갚아 경제주권을 지키려 했던 ‘국채보상운동’과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 간송미술관을 유치해 대구에서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다.
지난 4월 준공된 대구간송미술관은 연면적 8003㎡ 규모다. 지하 1층에 2개 전시실(2개소)와 야외 수공간, 지상 1층에 4개 전시실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간송 아트숍, 강당과 휴게시설, 지상 2층에는 매표소와 아카이브집(도서자료실), 강의실, 야외 박석마당 등을 조성했다.
전인권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과 그 가치를 소개하고 우리문화와 전통에 대한 현재적인 담론을 지역과 세대의 경계를 넘어 미래세대와 함께 풀어가는 최초의 상설전시관으로 미술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올림픽에 국가대표선수단이 입장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