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재확인한 국민의힘 연찬회
윤 대통령, 여당 연찬회 첫 불참 … 한 대표, 정부 보고 안 듣고 떠나
장상윤 수석 “굉장히 나이브” 저격 … “한점 부끄럼 없다” 증원 못박기
“당대표를 왕따하나” “당내 이견 왜 생중계하나” 의원들 반응 엇갈려
정기국회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깊은 골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긴급하게 연사로 소환된 정부 측 인사들은 대놓고 한 대표가 제시한 의대 증원 유예안을 반박했고, 한 대표는 이 자리를 피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여당 연찬회를 찾지 않았다. 윤·한갈등도, 의·정갈등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곪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민의힘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1박2일로 진행된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무리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모인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위별 분임토의를 거쳐 주요 입법 과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갈등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가장 눈길을 모은 장면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료개혁 보고회였다. 이들은 “갑자기 요청 받아서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조 장관)면서도 1시간에 걸친 공개 보고와 1시간 비공개 질의응답을 통해 의료개혁과 의대 정원 증원의 불가피성을 설파했다.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주장하며 정부와 이견을 보였던 한 대표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정부 인사들은 의원들에게 △현장 의료 상황이 관리가능하다는 점 △의대 증원 규모는 과학적으로 정해졌다는 점 △이제 와서 정책을 뒤집는 것은 국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수석은 “인력과 의대 정원과 관련한 25학년도 정원은 이미 처음에 확정돼 공포돼 9월 9일부터 수시 입시가 진행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다시 논의되는 자체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충격요인이 돼 안정성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화하더라도 유효한 대화체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여기저기서 ‘대화하자’ 해 합의를 봤다는 건 정부로선 굉장히 나이브한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중재안을 제시한 것을 저격한 걸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한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전문가와 현장 검토를 통해서 (증원의) 전체 규모를 정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최근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거론하며 “응급실의 여러 문제점이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생긴 것처럼 말하지만, 이것은 구조적 문제, 계속 일어난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들 반응은 엇갈렸다. 중립 성향의 의원은 정부 인사들의 한 대표 저격에 대해 “자칫 당대표를 왕따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의료 상황이 관리가능하다는 정부 설명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현 상황은 (정부보다) 기자들이 더 잘 알지 않느냐”며 정부 인식의 안이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 대표에 대한 불만도 새어나왔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 내 이견이 생중계되는 게 과연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30일 특강에 나선 권성동 의원도 “당정일체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분열되고 대통령 따로 가고 당 따로 갈 때 정권재창출된 경우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득을 해야지 말 한 마디 한다고 되는 거 아니다”며 최근의 한 대표의 공개적인 중재안 제시를 직격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