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 ‘백지화’

2024-08-30 13:00:15 게재

주민·정치권 반발 속

국토부 공모사업 탈락

주민 반발에도 아파트 개발을 강행하려던 부산시의 구덕운동장 재개발 계획이 백지화됐다.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국가시범지구 공모에서 최종 탈락했다.

시는 신속한 절차 이행과 사업비 조달을 위해 국토부 도시재생혁신지구 지정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공모에 선정됐다면 총 8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상당부분을 국비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융자 및 저금리 지원을 통해 조달할 수 있었다. 또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의 통합심의로 중앙투자심사와 사업타당성조사 등 행정절차가 면제되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개발을 포함시키며 계획이 틀어졌다. 아파트 규모를 수차례 변경했지만 시민사회를 설득하지 못했고 최종 공모 탈락의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들은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임병율 구덕운동장 아파트건립반대 주민협의회장은 “아파트를 지어 재개발하겠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체육시설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정치권의 공동 노력 끝에 아파트 건립을 막아냈다”며 “주민의사를 충분히 수렴해서 향후 개발여부와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곽 의원은 지난 23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에게 ‘구덕운동장 아파트건립 반대 합동건의문’을 전달하고 전면 재검토를 건의했다.

시는 22일부터 진행 중인 시민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향후 구덕운동장 재개발 계획에 대해 밝히기로 했다. 다만 반대의견이 강하든 찬성의견이 강하든 국토부 공모에서 탈락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원점재검토에 준하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재민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후보지가 된 후부터 계속 국토부 컨설팅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왔지만 최종 선정되지 못해 아쉽다”며 “구덕운동장 일원에 대한 도시재생 사업구조의 대폭 변경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구덕운동장은 1928년 부산 최초의 공설운동장으로 건립됐다. 1985년 사직야구장이 생기기 전까지 스포츠관람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노후화가 고민이다. 그러나 시가 아파트 개발을 통해 재개발 사업비를 조달하려 하면서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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