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쟁점은 ‘특별도 vs 특별시’
‘시·군 권한’ 두고 갈등 촉발
정부·학계 “중요 의제” 관심
행안부·지방시대위 중재 노력
대구·경북 통합논의의 쟁점이 명확해졌다. 특별자치도로 갈 거냐, 특별자치시로 갈 거냐가 핵심이다. 결국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의 진행 상황에 따라 대구·경북 통합논의의 무산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대구시·경북도 등에 따르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년 전 논의한) 통합모델은 경북특별자치도 안에 대구특례시를 두는 기존의 도 중심 통합모델이었고, 지금 추진하는 행정모델은 지원기관인 도를 폐지하고 대구경북특별시라는 집행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이를 “지방행정개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도와 시·군 체계를 특·광역시와 자치구·군 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존 시·군 권한의 일부 축소 의미도 있다. 실제 지방자치법상 도 산하 시·군이 갖고 있는 권한은 356개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에 편입된 군위군은 상수도 관련 사무(권한) 등 17개가 대구시로 이관됐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도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기존 시·군이 권한이 없어 소멸위기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수도권에 맞서고 독자적 경제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단일한 행정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북도의 생각은 3년 전 통합추진 당시 논의했던 특별자치도 설치와 가깝다. 경북특별자치도로 통합하고 그 아래 두 가지 형태의 행정체제를 두자는 의미다. 일본 도쿄도를 염두에 둔 안이기도 하다. 실제 일본 수도인 도쿄도는 23개 특별구와 함께 39개 시·정·촌을 두고 있다. 일본의 시·정·촌은 우리의 시·군에 해당한다.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시·군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시·군 입장에서는 통합시의 이름을 단 중앙부처 하나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도쿄도처럼 이원적인 체제 운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학계에서도 이번 논의를 유의 깊게 보고 있다. 이번 쟁점은 현재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논의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과 함께 행정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부산·경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행정체제개편 방향이 지자체를 광역화해 효율화를 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의 논의가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중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은 “대구경북의 통합논의 쟁점은 다른 행정체제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중단하지 말고 계속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도 “행정체제개편의 방향이 광역화를 통한 효율화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 통합논의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오히려 쟁점이 명확해진 만큼 무산위기에 있던 대구·경북 통합논의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물밑에서는 갈등의 원인이 됐던 황순조 대구시 기조실장과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의 사과와 유감표명 등을 통해 논의의 불씨를 되살려보자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특별자치도와 특별자치시 논의는 발전적인 논의로 이어갈 수 있다”며 “다시 논의의 장이 열리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