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GDP, 코로나 위기 후 최저
1분기 5.3%에서 2분기 2.5%로
50% 고금리에 기업·가계 위축
튀르키예 경제성장률이 4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최저치로 둔화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50% 고금리가 기업과 가계를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튀르키예통계청은 2일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로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5.3%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튀르키예 성장률 둔화는 인플레이션 억제 프로그램이 1조달러 규모의 경제의 주요 부문에 점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중앙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하칸 카라는 “2분기 GDP는 상당한 모멘텀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선행지표는 통화 및 신용긴축의 영향이 올해 하반기 더 뚜렷해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한 후 인플레이션 폭등에도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다 결국 실패했다. 튀르키예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5%에서 50%로 급격히 인상해야 했다.
고금리와 휘발유·부가가치세 인상, 기타 재정긴축조치가 주요 산업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일 발표된 이스탄불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8월 제조업 활동이 5개월 연속 위축됐다.
과열된 소비자 지출은 냉각되고 있다. 튀르키예 자동차유통·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7월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기준으로 16% 감소했다. 튀르키예 가전업체 ‘아르첼릭(Arcelik)’은 2분기 백색가전 수요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5%로 하락하는 데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2022년 말 85%를 넘었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7월 62%로 약간 하락했다. 튀르키예중앙은행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장참여자들은 올 연말 인플레이션을 43%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은 “내수가 더 약화될 필요가 있으므로 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속한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올해 3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대패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이 경제둔화에 반발하면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튀르키예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AKP 인기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