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중국 초고액 자산가들, 주식 담보로 대출
부동산 개발업체 등 유동성 창출수단
미 연준 금리 인하 신호에 다시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홍콩과 중국 본토의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담보 대출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자본시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기존 은행들은 대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부 초고액 자산가들이 유동성 창출에서 주식을 최상의 담보 옵션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전문 금융회사인 에퀴티 퍼스트의 아시아 CEO인 고든 크로스비-월시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느끼는 유동성 제약은 매우 현실적”이라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는 큰 타격을 입은 고객 중 하나이며, 투자은행과 민간 은행(private bank)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의 부실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부유층의 유입으로 인해 2023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민간 신용시장은 최소 124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크로스비-월시는 “유동성이 제한된 중국 대출자를 위한 주식담보대출 기회는 우리와 다른 민간 신용 대출기관에게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민간 대출기관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부유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쿼티 퍼스트의 크로스비-월시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낮은 금리의 자금조달 옵션을 원하기 때문에 (주식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쿼티 퍼스트는 담보된 주식 수, 일반적으로 홍콩 상장 주식을 기준으로 중국 대출자에게 고정 금리(일반적으로 3.5~4.0%)로 대출을 제공한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45건의 거래를 통해 총 3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출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아시아 태평양 대출 포트폴리오는 민간 신용사업 가속화에 힘입어 지난 4년 동안 약 2.8배 성장했다.
부유층의 주식 보유도 증가하고 있다. 시티프라이빗뱅크의 패밀리 오피스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밀리 오피스는 3분기 연속 주식 비중을 늘려 40%에 이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순자산이 미화 2억5000만달러 이상인 전 세계 1200개 이상의 단일 패밀리 오피스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패밀리 오피스란 초고액 자산가 집안에 대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자산운용뿐만 아니라 법무·세금·승계 서비스까지 포함될 수 있다.
대형 프라이빗 뱅크 중 하나인 HSBC에서도 부유층 고객들 사이에서 주식과 같은 유동성이 있는 증권에 대한 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HSBC 글로벌 프라이빗 뱅킹의 아시아 태평양 신용자문 책임자 지르키 라우히오는 “처음에는 금리가 상승해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이 떨어졌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부채 상환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정책 변화가 임박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주식시장이 개선되면서 “고객들이 다시 주식을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한 담보로 사용하는 것을 편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 금리를 인상했는데 지난 8월 23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HSBC의 라우히오는 금리 변동에 대한 노출을 헷지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인 ‘칼라’ 같은 금리 보호 구조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신용 대출기관과 구별되는 프라이빗 뱅크는 현금흐름 요구사항 해결, 부동산 자금 조달, 투자자금 조달 또는 비유동자산 수익화 등 모든 자금 조달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요구한다.
UBS 글로벌 자산 관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모기지 책임자 스티븐 피어스-히긴스는 “고객들은 고금리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더 높은 대출이자 비용 외에도 자금조달 기간 동안 필요한 추가 지불을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수입원을 다양화하고 시장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적절한 완충 장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