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 꽂힌 일본…급증하는 전력수요 해법 고심
도쿄 등 수도권 전력수요 급증, 전력회사 송전망 확대
광통신기술 경쟁력 활용해 데이터센터 지방으로 유도
일본이 데이터센터 유치와 확대에 경제안보 차원에서 힘을 기울이는 가운데 급증하는 전력수요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도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이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빅테크 등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신규투자 확대도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 등에 따르면, 일본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엔(약 18조4000억원) 수준에서 2027년 4조엔(약 36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5년 사이에 시장 규모가 두배 이상 커지는 것이어서 전력수요도 그만큼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JLL·스트럭처리서치에 따르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해마다 200메가와트 안팎의 전력이 추가로 소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력회사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쿄전력은 2027년까지 송전망 확대에 4700억엔(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도쿄전력이 최근 5년간 투자한 규모의 3배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도쿄전력은 올해 6월 24년 만에 도쿄 인근 치바현에 대형 변전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력회사의 대형 변전소 신·증설 계획을 조사한 결과,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18곳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8곳으로 절반에 달했다. 전력 용량으로는 전체의 40%를 넘는다.
데이터센터가 도쿄와 수도권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전력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신문은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수도권에 변전소 신증설 계획이 집중됐다”며 “인공지능(AI)의 보급이 확대되면 전력 인프라의 확대가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고 했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점도 전력수요를 늘리고 있다. 규슈전력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올해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한 것에 맞춰 변전소 2곳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투자액은 100억엔(약 920억원)을 넘는다. 홋카이도전력도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신규 공장을 염두에 두고 남치토세 지역에 2027년 변전소를 신설한다.
일본은 그동안 인구감소와 에너지 절감 정책 등으로 전력소비가 감소해 온 추세였다. 하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33년까지 향후 10년간 소비전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연산에 필요한 생성AI의 보급으로 서버당 소비전력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지진 등 각종 재해로부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전력 소비를 분산시키는 데 힘을 쓰고 있다. 대안은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일본 총무성은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광통신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지방분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총무성이 주목하는 기술은 전기신호를 대신해 데이터 처리를 빛으로 하는 ‘광전기융합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가 가능하고, 데이터를 전기로 전환할 때 생기는 전력낭비도 없어 에너지 절감에 유효하다. 특히 일본 대표 통신기업인 NTT가 개발중인 차세대통신기반 ‘IOWN’의 실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NTT 기술이 상용화되면 통신속도 지연을 기존보다 1/200 수준으로 줄이고, 오는 2030년쯤에는 소비전력을 지금의 1/100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닛케이는 “빠른 속도의 통신인프라가 요구되는 데이터센터는 도시지역에 많이 몰려있지만 토지 활용 등에서 제한이 많다”며 “속도의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빛을 활용한 통신기술을 사용하면 향후 원거리 데이터센터에서도 고속으로 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일본내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존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이 올해 들어서만 일본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이 35조원을 넘어선다. 일본 언론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라클은 향후 10년간 일본 내에서 80억달러(약 10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올해 초 2027년까지 5년간 데이터센터 증설에 2조2600억엔(약 20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25년까지 4400억엔(약 3조9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