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 특검’…‘수사’에 요동치는 정치
검, 문 전 대통령 ‘피의자’ 적시 … 야,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
여야, 진실규명 명분 상대 압박 … “윤 대통령 ‘칼’에 정치 파국”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다. 검찰과 특검 수사로 인해 정치권이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분위기다.
여야는 오래전부터 진실 규명(검찰 또는 특검 수사)을 핑계 삼아 상대의 허점을 노려왔다. 검찰 또는 특검 수사가 정쟁의 또 다른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3일 전주지검 형사3부는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지목한 것.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했지만 국민의힘은 “정당한 수사”라며 검찰 수사를 옹호했다.
민주당은 3일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다. 윤 대통령이 이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재도전하는 것이다. 야권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특검 관련)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 아닌가”라며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조만간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검찰과 특검이 ‘정치적 사건’ 수사에 뛰어드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여야는 과거부터 검찰 또는 특검 수사를 앞세워 상대방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검찰 또는 특검 수사가 정쟁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됐던 것이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쥔 검찰은 야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기 일쑤였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 대표는 △불법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무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를 탈탈 턴 검찰이 이번에는 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은 적폐수사를 앞세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당시 적폐수사는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강한 야권이 애용하는 특검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곤 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5차례 실시된 특검 중에서 △이용호 게이트 △대북송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 등은 당시 여권에 치명상을 안기는 수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야가 검찰 또는 특검 수사를 상대방을 공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정치보복”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외형상으로는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이지만, 속내에는 ‘정치적 비수’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넘어 급기야 전직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다. 윤석열정권의 정치보복 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는 야권의 특검 추진이 윤 대통령 탄핵을 겨냥한 빌드업이라고 의심한다. 야권이 ‘채 상병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을 통해 윤 대통령을 탄핵할 핑계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친윤 의원은 2일 “한 대표가 진실 규명 운운하며 ‘채 상병 특검법’을 검토한다는데, 정말 순진한 발상”이라며 “야권이 특검을 추진하는 건 오로지 탄핵을 위한 빌드업일 뿐 진실 규명 따위는 애당초 관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사평론가는 3일 “권력이 검찰을 앞세워 야당을 죽이려들고, 제1야당이 특검을 동원해 역공하는 장면이 윤석열정부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보다 칼(수사)이 앞서는 정치문화는 반드시 극복해야한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자주 칼을 휘두르면서 정치를 파국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