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지원 점검 포인트
무전공·의대 등 대형 변수로 수시 지원생 ‘혼란’
2025 수시 원서 접수 … 최저 충족 가능성부터 대학·전형 간 파급 효과 고려해 최적 조합 찾아야
올해 수시 지원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전공 확대와 의대 증원은 물론 개별 대학의 전형 변화도 상당하다. 때문에 예년처럼 지난 입결을 기준으로 지원선을 잡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6월 모의평가 결과 영어 1등급이 1%대에 그치는 등 어려운 수능 기조가 나타났다. 수시전형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수능 난도가 수시 합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니 수험생의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렇듯 혼란한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기에 더 기회가 많다고 말한다. 주어진 정보와 자신의 상황을 합리적으로 조합해 지원한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지금은 지난 여름방학에 수시 지원을 검토해 최종 판단만 남겨 둔 시기다. 막연한 불안 대신 보다 가능성 높은 기회를 찾아갈 수 있는 수시 지원 점검 포인트를 안내한다.
대입은 흔히 데이터가 좌우한다고 말한다. 몇년간 쌓인 대학이 제공하는 지난 입시 결과, 자신이 재학 중인 고교 또는 지역의 지원 경향과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하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022 대입처럼 수능이나 전형 구조의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파급력이 큰 변화가 많다. 예를 들어 의대는 비수도권 대학 위주로 증원이 이뤄진 데다 해당 지역 출신 학생에게 지원 자격을 주는 지역인재전형 위주 선발을 예고한 만큼 비수도권 최상위권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에 따라 지역대학 의대는 물론 그 외 의약학계열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서울 주요 대학 일반 학과에 교과전형으로 지망했던 비수도권 상위권 학생을 흡수할 요인이 된다. 2022학년 이래 수도권 대학 교과전형은 경쟁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실질 경쟁률이 1:1 수준인 곳도 상당한 상황에서 비수도권 상위권 학생의 이탈로 지원자가 급감할 수 있다. 역으로 최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수도권 학생이 도전한다면 교과 성적이 다소 아쉬워도 합격을 거머쥘 확률이 높아진다. 의대 증원 하나에 의·약학 및 보건계열 경쟁률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 일반학과의 경쟁률과 충원율, 합격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입은 하나의 변화가 여러 요소와 맞물려 새로운 상황을 연출함에 따라 지원 경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개인의 강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수능에 수능 최저 적신호, 내게 유리한 전형 찾아야 = 수시 지원의 첫 단추는 사실 수능이다. 최저 기준 때문이다. 내신 성적이나 서류 평가, 면접, 논술고사 성적이 아무리 높아도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한다. 특히 학교장 추천 및 재학생 등으로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둔 교과전형의 경우 최근 ‘불수능’ 기조로 최저 기준만 충족하면 합격권에 드는 모집 단위가 상위권 대학에서도 적지 않다.
이를 고려할 때 서울 주요 대학 교과전형은 내신 성적이 예년 합격선에 못 미쳐도 최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지원해볼 만하다. 내신 성적이 다소 아쉬울 경우 종합전형에 집중 지원하는데 최저 기준이 없는 대학이 대부분이라 경쟁률이 높게 형성되고 이탈률도 적어 오히려 어려운 경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저 기준 충족은 수능 난도와도 관련 깊다. 특히 영어 난도의 영향이 크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안정적으로 높은 등급을 확보해두고 한두개의 자신 있는 영역으로 최저 기준을 맞추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영어가 계속 어렵게 출제돼 수시 합격에 적신호가 켜졌다. 2024 수능에서는 1등급 비율이 4.71%로 절대평가 시행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지난 6월 모평에서는 1등급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1%대로 급락했다. 오는 11월 수능은 6월 모평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의평가를 통해 자신의 영어 등급을 가늠하고, 만약 1 , 2등급 사이를 오간다면 연세대 국제형, 중앙대 지역균형 등 영어 반영 기준을 완화한 곳에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어려운 수능이 부른 또 하나의 현상이 있다. 종전 수능 과탐 선택자가 사탐 과목 1~2개에 응시하는 ‘사탐런’이다. 사탐런은 자연계열 모집 단위 지원 시 수학 ‘미적분’ ‘기하’ 중 하나와 과탐 필수 응시를 폐지한 대학이 대폭 늘면서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적은 사탐 과목으로 응시 과목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는 탐구 응시 인원에도 영향을 미쳐 과탐에서 상위 등급을 얻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과탐 응시를 선택한 수험생이라면 과탐 응시를 필수로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대학·전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전공, 대학&전형 따라 다른 평가 기준 주의 = 최저 기준, 수능과 관련한 변인을 확인해 가능성을 따져본 후엔, 희망 모집 단위와 주력 전형의 입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경쟁률과 실질 경쟁률, 충원율, 합격자 성적과 자신의 성적,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이때 올해 모집 단위 및 전형 방법의 변화가 미칠 영향도 가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무전공 모집 단위와 선발 전형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무전공과 일반학과를 놓고 고민한다면 합격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과전형은 교과 환산점, 종합전형은 인재상과 평가 요소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는 수시 자유전공학부 모집 인원 중 종합전형의 선발 비율이 높다. 계열을 구분해 선발하는데, 요강에 안내된 인재상을 보면 인문은 인문·사회과학 분야 소양을, 자연은 수학적 사고력과 과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일반학과만큼은 아니지만 지원 계열에 맞는 교과 이수와 활동 기록이 학생부에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서강대는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 AI기반자유전공학부를 종합전형으로 선발하나 계열(전공) 적합성보다는 학교에 개설된 과목 안에서 어떻게 선택해나갔는지, 학생의 고민과 태도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두 대학 모두 입학 후 전공 선택시 계열에 따른 제약이 없다.
오창욱 광주대동고 교사는 “무전공 모집 단위는 교과전형의 선발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전공보다는 대학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과 모집 단위의 합격선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선호도 높은 학과로 진학하는 기회로 여기고 있어 합격선은 대학 내 최상위권보다 낮게, 중하위권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반학과 모집 인원 비교 필수모집 인원도 유의해야 한다. 거의 모든 대학이 무전공 선발을 크게 늘렸는데, 의대나 첨단학과와 달리 종전 정원을 재배정하면서 전반적인 경쟁률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까지 대학 선택 폭 넓혀야 = 자연계열 지망 중상위권 수험생은 의대와 간호학과, 첨단학과 증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의대는 지역별 증원 규모를 따로 점검해야 한다. 서울과 가까워 선호도가 높은 가천대 성균관대 인하대 아주대 등 경기·인천 지역 의대가 정원도 332명 늘었다.
대학별로 40명대에서 112~132명으로 증원됐기 때문이다.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이 없는 수도권 학생, 수도권 진학을 선호하는 지역 학생 모두 응시할수 있는 만큼 올해 경쟁률과 합격선이 상승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비수도권 의대 일반전형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 나온다. 합격자 성적 등 참고할 입결이 있는 데다, 지역인재전형 증원 규모가 커 지역 학생이 쏠릴 확률이 높아 여느 때보다 수도권 학생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특정 지역만 고집하기보다 서울에서 지방까지 폭넓게 지원하길 추천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수도권 의대 지망생은 지원 가능 대학의 정원은 물론 개별 전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선발인원이 늘면서 교과전형과 정시에 집중돼 있던 모집 전형이 다양해졌고, 그에 따라 최저 기준도 상이하다. 대학에 따라 지역인재전형 자격 요건을 구분하기도 한다. 각각의 요소를 확인해 유불리를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호남권의 원광대는 전년까지 의예과 지역인재를 종합전형으로만 선발했는데 2025 대입에서는 교과전형을 신설해 48명을 선발한다. 이때 전북권(32명), 호남권(16명)으로 나눠 모집한다. 전북권은 전북 소재 고교, 호남권은 전북·전남·광주 소재 고교에서 3년을 이수한 졸업(예정)자에게 기회를 준다. 면접이 없는 서류 100% 전형이다. 종합전형의 지역인재도 전북권(33명)과 호남권(18명)을 나눠 선발한다. 2단계에서 면접을 23% 반영한다. 2024 최종 등록자 70% 컷 기준 수시 내신 합격선은 종합(일반)은 1.2등급, 지역인재(광주, 전남) 1.2등급, 지역인재(전북) 1.3등급이었다.
상대적으로 지원 자격의 범위가 좁고, 선발 인원은 많은 전북권 합격선이 광주·전남권보다 약간 낮다. 올해 광주·전남권에 전북을 추가해 호남권으로 개편했으나 결과는 비슷할 가능성이 높고 의대 증원규모가 커 최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전북 지역 수험생은 전북권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의대는 수도권 교과전형 기준으로 합격선이 1.2등급 이내에서 형성될 전망”이라며 “단 대학별 환산점과 가산점을 반드시 확인해 유불리를 따져 지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대학의 전형 변화도 점검해야 한다. 이때 지망 대학은 물론, 지원자층이나 합격선이 비슷한 다른 대학의 변경 사항도 찾아봐야 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지원 경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주요 대학 중 연세대 한양대의 교과·종합전형에 변화가 있다. 연세대 한양대 교과전형에 최저 기준이 신설됨에 따라 해당 전형의 경쟁률와 합격선이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이화여대 등 최저 기준이 없는 교과전형의 경쟁률은 더 상승할 전망이다.
장 교사는 “수능이 어렵게 나올 가능성 또는 예상보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경우를 모두 고려해 소신 지원부터 하향 지원까지 폭넓게 대학·전공을 선택하길 권한다"며 "대입 변화의 영향을 여러모로 따져보고 원서 접수 후 수능까지 최선을 다하면 기대 이상의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당부한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