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불씨 살아나나

2024-09-04 13:00:02 게재

대구 “장기 과제” 경북 “계속 추진”

지방시대위,재추진 물밑중재 나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불씨를 되살리려는 물밑협의가 이어지고 있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하면서 합의 시한으로 잡았던 8월 말을 넘기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대구시 입장이 확고한 반면 경북도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쪽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재추진을 위해 물밑중재에 나섰다.

4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회 사이 감정싸움을 자제시키고 통합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지난달 30일에는 우동기 위원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등이 만나 통합 재논의 방안을 협의했다.

이들은 대구시에서 경북도의회 의장 사퇴와 사과 요구를 하자 경북도의회 의장이 홍준표 시장을 비판하며 역시 사퇴를 요구하는 등 말로 빚어진 갈등국면을 타개하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행정통합을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막말 설전’을 주고받은 대구시와 경북도의회가 사과하는 의미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다시 협상을 이어가자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후 진척은 없어 보인다. 홍준표 시장은 2일 간부회의에서도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전임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논의했던 행정통합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내에 대구특례시를 두는 안이었고 지금 논의되고 있는 안은 도 행정체계를 대구경북특별시로 집행기관화해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방소멸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통합 합의도출 시한인 8월 말을 넘겨 장기과제로 전환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20년 후가 되면 절반 이상이 소멸하게 될 수 있으므로 새로운 행정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지난달 27일 경북도의회 회의장에서 있었던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라며 “도의회 동의가 어렵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진행은 무의미하고 장기과제로 돌린다”고 사실상 통합 무산을 선언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의 재논의와 조정 노력에도 요지부동이다.

반면 이철우 경북지사는 계속 논의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는 3일 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은 수도권 중심 경쟁이 아닌 지방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 저출생과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국가 대개조”라며 일본 도쿄도 통합모델을 언급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광역시나 도 어느 한쪽 중심으로 통합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체계를 유지하자는 얘기다. 그는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발전해 나가는 지방 체제”라며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좋은 사례나 표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시가 통합무산을 선언했지만 그는 “대업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끝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철학과 행정 방식의 차이인데 중앙정부에 중재안을 내달라고 요청했으니 잘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우 지사는 이런 가운데 4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지는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이다.

한편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등으로 꾸려진 ‘통합우리손으로 준비위원회’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도지사 중심의 폐쇄된 논의구조에서 벗어나 시·도민 모두가 참여하는 가운데 행정통합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달희(국민의힘·비례) 의원도 지난 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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