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정책 승부수 던졌지만 …‘의료 역풍’에 발목

2024-09-04 13:00:02 게재

불통·불공정 비판에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 ‘바닥권’

의대 증원·금투세·상속세 등 정책 이슈로 반등 모색

의료 위기에 역효과 … 입법 안 되면 ‘무능’ 낙인까지

20%대 국정지지도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이 여론 지지를 받는 정책 이슈를 잇따라 던지면서 반전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의료 개혁은 ‘응급실 뺑뺑이’로 표현되는 의료 위기 역풍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제 개편 등은 야당 협조를 얻어내기 어려워 입법이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이 반전카드로 던진 ‘정책 승부수’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병원 로비서 피켓시위 하는 강원대병원 의사들 4일 강원대학교병원 1층에서 강원대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취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비대위는 응급실과 필수 의료 붕괴가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를 유지하면서 의료시스템을 방치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4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10 총선 이후 20%대로 내려앉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을 하자, 야당은 “최악의 경제난으로 민생이 신음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경제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염장을 질렀다” “재정도, 복지도, 외교도, 안보도 최악인데 대통령 혼자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며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앞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의혹 수사와 관련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무혐의 처분을 받자, 야당은 “만인이 평등하다면서 유독 김 여사만 예외”라며 불공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불통과 불공정 비판에 직면한 윤 대통령 지지도는 23%(한국갤럽, 8월 27~29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까지 추락했다.

윤 대통령은 여론 지지가 높은 정책 이슈를 추진하는 것으로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의료 개혁(의대 정원 증원) △금투세 폐지 △상속세제 개편 등이 대표적인 ‘윤석열표 정책’으로 꼽힌다. 지난해 의료 개혁에 시동을 건 데 이어 지난 7월말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통해 금투세 폐지와 상속세제 개편 카드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투세 폐지와 상속세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은 여론의 찬성이 높은 편이다. 금투세 폐지는 한국갤럽 조사(8월 27~29일, 전화면접)를 보면 주식투자자 사이에서 ‘폐지 찬성’이 54%로 ‘폐지 반대’(42%)를 앞선다. 상속세제 개편은 찬반이 엇갈리지만, 보수층에서는 찬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불통·불공정 이미지에 발목 잡혀 국정지지도가 부진하지만, 윤 대통령이 제기한 정책 이슈에 대한 여론 지지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들 정책 이슈를 성공시키면 윤 대통령 지지도 반등이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여권의 구상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여론 찬성이 높은 의대 정원 증원 이슈는 의사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오히려 의료 위기라는 역풍을 낳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의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3일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 호도에 다름 아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반나절이라도 응급실에 있거나, 아니면 당장 구급차부터 타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8%)가 두번째로 많이 꼽혔다. 의료 개혁이 지지도 반등을 이끌기는커녕 악재로 작용하는 셈이다.

금투세 폐지와 상속세제 개편은 거대야권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금투세 폐지를 요구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부터 합의를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안도 여야 대표 간 이견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금투세 폐지와 상속세제 개편은 정기국회에서 정부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위기 탈출용으로 던진 정책 이슈들이 여론의 기대만 모은 채 불발될 경우 “무능하다”는 비판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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