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다르지만 같은 티메프와 더본코리아
한국에서 자영업자로 먹고살기는 힘들다. 재료값에 인건비, 공공요금까지 오르지 않는 게 없기 때문이다. 언감생심 사람 부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장부터 아르바이트 몫까지 혼자 다 한다. 마른수건 쥐어짜듯 허리띠를 졸라매도 버겁긴 마찬가지다.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는 ‘1인 가게 사장님’만 한해 11만명이 넘는다.
자영업자를 벼랑끝으로 내모는 건 이 뿐 아니다. ‘탐욕스런’ 협업자를 만났을 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금전적인 피해뿐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피폐해진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나 ‘더본코리아 점주 갈등사건’이 그렇다.
티메프는 판매대금을 약속한 날짜에 내주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 애를 끓게 했다. 구영배 큐텐(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대표가 무리하게 이들을 인수한 게 문제였다. 판매자에게 내줄 돈을 상장을 앞둔 계열사(큐익스프레스) 덩치 키우기에 활용했다. 생때같은 판매업자 대금으로 한몫(IPO 상장차익) 챙기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시간만 끌다 경영정상화도 실기했다. 티메프는 현재 파산 기로에 놓였다. 4만8000곳에 달하는 티메프 미정산 판매자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이들이 떼일 돈만 1조3000억원이 넘는다.
더본코리아 점주 갈등사건도 자영업자가 피해자라는 점에선 닮았다.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는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갈등의 시작이었다.
가맹점주들은 “더본코리아 가맹본부가 가맹 희망자들에게 상담과정에서 매출과 수익률을 과장하고 브랜드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더본코리아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들에게 월 3000만원 수준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보장했지만 실제 매출은 1500만원이며 수익률도 7~8% 정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더본코리아는 “과장된 매출액과 수익률 등을 약속한 적 없고 교육관리를 통해 매출 향상에 노력해왔다”고 일축했다.
점주와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본코리아는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더본코리아 대주주는 유명방송인 백종원씨다.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를 비롯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역전우동 등 2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물론 더본코리아는 전자상거래업체인 티메프와 업태(프랜차이즈가맹사업)도 다르고 피해규모나 갈등내용도 차이가 난다. 다만 연돈볼카츠 같은 브랜드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본사 매출을 끌어올리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장을 위해 가맹점을 이용했다는 부분에선 큐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신뢰를 저버린 것도 같다. 특히 자영업자가 한국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은 판박이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