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연준이 금리인하 신호를 준 이유
미국의 8월 신규일자리는 14만2000개다. 1년 평균인 20만2000개나, 시장 예상치보다 줄어든 수치다. 실업률도 4.2%로 지난달의 4.3%보다 낮지만 3달 연속 4%대다. 2021년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이어온 4% 이하 실업률 시대를 마감한 것이다. 여전히 장기 자연 실업률( 4.1~4.2%) 구간에 있고 시간당 평균임금도 전달보다 0.4%p 올랐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에 수렴 중이다. 동시에 경제성장률도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연착륙에 가깝다. 연준(Fed)이 최근 예측한 올해와 내년 미국 소비지출물가(PCE) 전망치는 각각 2.6%와 2.3%다. 올해 2.1%와 내년 2%인 경제성장률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2026년에 가서야 물가와 성장률이 각각 2%에 수렴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장기 잠재성장률은 1.7~2% 구간이다.
위험회피 선호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미 연준은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예고한 상태다. 한마디로 연준은 연착륙 대신 경착륙 시나리오를 선택한 셈이다. 경착륙은 시장에서 예상해온 시나리오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환경 악화 영향도 있다.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쪽을 선택한 모양새다. 반도체 시총이 한달 새 1조달러나 빠진 게 대표적 사례다. 연준으로서도 시장 반응을 무시하기 힘들다. 다만 금리인하 폭을 놓고 시장과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시장과 연준 사이의 금리인하 예상폭 차이도 최대치로 벌어졌다. 이런 기대치 차이는 앞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내놓은 세계전망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미 성장률을 각각 2.6%와 1.9%로 예상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데이터를 보면 1분기 GDP 성장률은 연간 기준 1.4%이고 2분기는 2.8%다. 애틀랜타 연준은 3분기 성장률을 2.5%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물가 하락속도가 느려지고 점성도 강하다.
원인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제성장률에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통화정책의 지연 효과 여파가 크다. 미국 물가를 올린 초기 원인은 에너지 가격상승과 공급망 단절이다. 하지만 점차 수요주도형 물가상승으로 바뀐 지 오래다. 수요주도형 물가상승은 통화긴축 정책의 영향을 서서히 받는 게 특징이다. 기업이익과 임금상승이 물가를 올리는 구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불균형도 물가압박 요인이다. 미 의회 예산처(CBO)의 자료에도 확장성 재정정책을 물가상승의 요인으로 적시하고 있을 정도다. CBO 통계를 보면 올해 미 재정적자는 1조9150억달러다. 1년 전보다 2210억달러나 늘어난 수치다. 미 정부 채무는 지난 7월 26일부로 35조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기업이익을 늘린 일등공신도 물가다.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통계를 보면 올 1분기 미국기업 이익은 연간환산액 기준 3조3700억달러다. 지난해의 3조2600억달러나 2022년 3조2100억달러보다 많다. 기업이익 증가가 임금과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선순환구조를 만든 셈이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도 크다. 미국 금융자산은 2022년 3월 금리인상 이후 변곡점을 맞는다. 채권가격 급락으로 6개 은행이 문을 닫은 것과 상업용 부동산발 유동성 위기다. 하지만 증시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었다. 연준의 미국 금융자산 데이터를 보면 1분기 기준 순자산은 160조8440억달러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16조9260억달러에 비하면 37.6%나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말 이후 미 가계가 보유한 미국기업 주식평가액만 3조8000억달러 늘었고 부동산자산 증가액도 9000억달러 규모다.
한은 금리인하 시장과 소통 통해 결정해야
금융조건 완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시카고 연준의 금융상황지수(NFCI)를 보면 지난해 3월 하순 –0.12에서 지난달 말 –0.50으로 하락한 상태다. NFCI는 1971년 이후 지금까지 평균을 0으로 놓고 마이너스면 금융완화, 플러스면 긴축수준을 나타낸다. 지난 8월 2일의 증시폭락도 이런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가 갑자기 하락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자산 효과감소로 인해 물가를 빠르게 끌어내릴 수 있다.
이게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예고한 진짜 이유다. 실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락세다.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연준이 시장에 금리인하 신호를 준 목적은 시장 기대치와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은행도 연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금리인하 시기와 폭은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