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열분해유 100% 활용한다
화학연 촉매와 반응기개발
“상업화 기술 한계 극복”
국내 연구진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도경·박용기 박사 연구팀이 최근 논문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친환경·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촉매와 반응기를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에서 열분해해 얻는 재생유을 말한다.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나프타 분해 공정(NCC)의 원료(나프타) 대신 쓰여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만들 수 있다. 독일 바스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도 상업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기존의 석유 원료인 나프타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물성 차이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우선 기존 나프타는 탄소 수가 5~9개 사이로 구성된 반면 열분해유는 탄소 수가 5~44개로 나프타 성분이 약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열분해유의 약 20%만 나프타 분해 공정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열분해유에는 나프타 분해 공정의 원료로 부적합한 다량의 올레핀과 다양한 불순물이 포함돼 있다. 이런 올레핀과 불순물을 제거하려면 고온·고압의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화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한 기존 공정은 850℃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2017년 상업화에 성공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에 특화된 촉매 개발과 반응 조건 최적화를 통해 기존 상업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와 반응기를 사용하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 수소화 과정 없이 100%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기존 나프타 대비 더욱 높은 경질 올레핀 수율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열분해유 내에 다량 포함된 올레핀이 촉매가 없는 열분해에서는 찌꺼기가 생기는 원인이지만 촉매 분해에서는 경질 올레핀으로 전환되는 유용한 성분임을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연구팀이 만든 파일럿 규모의 촉매와 반응기를 사용해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보다 170℃ 낮은 680℃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한 결과 경질 올레핀 수율이 나프타를 사용할 때(34.6%) 보다 27% 향상(44.1%)됐다. 또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시간당 1kg씩 24시간 연속 투입해도 성능이 유지되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진행해 2030년 실증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연구성과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관련 기존 기술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기술이 국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