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최소 10% 오를듯

2024-09-09 13:00:01 게재

전년대비 증가한 가구 76% … 누진제 개편 및 전기요금 정상화 의견 여전

역대급 무더위로 8월 전력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도 두자릿수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8월 전기사용량 및 전기요금’ 브리핑을 갖고 “올해 8월 주택용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은 363kWh(키로와트아우어), 평균 전기요금은 6만4000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30kW(9%↑) , 7500원(13%↑) 증가한 규모다. 다만 이 수치는 8월말까지 집계된 검침자료 기준으로, 최종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9월말 확정 예정이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 속에서도 전기절약을 실천한 국민들의 노력으로 전기요금 증가폭이 우려했던 수준보다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8월 대비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76%이고, 변동없는 가구 1%, 오히려 감소한 가구는 23%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전은 1인가구 증가 등 전기사용 환경과 패턴이 바뀌면서 전기요금 증가에 편차가 크게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은 2005년 20.0%에서 2015년 27.2%, 2023년 35.5%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전년동월대비 요금이 동일하거나 감소한 가구를 제외하고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만 살펴볼 경우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000원 수준이다. 가구의 약 39%가 1만원 미만 , 약 28%는 1만~3만원 미만 요금이 증가했으며, 10만원 이상 전기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약 1%로 조사됐다. 월 30만원(1000kWh 초과 사용 슈퍼유저) 이상 청구되는 다소비 고객은 0.7%(약 19만가구)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요구가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이후 1973년 도입됐다.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서민층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조치다. 당시만 해도 전력사용량과 소득수준은 비례한다는 게 일반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이러한 인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소위말해 상류층 1인가구도 적지 않다는 시각이다. 2016년에는 여름철 폭염에 따른 누진제 논란이 제기되자 시행하던 누진제를 6단계(1단계와 6단계 차이 11.7배)에서 3단계(1~3단계 차이 3배)로 대폭 완화한 바 있다. 다만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획일적 요금감면을 단행할 경우 한전의 누적적자가 심화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전은 현재 부채가 200조원 이상이고, 누적적자도 40조원이 넘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국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한전이 고스란히 떠안은 결과다.

이에 따라 누진제를 개편하려면 3단계 단가를 낮추는 방식보다 1단계 단가를 높이는 형태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정상화도 꾸준히 제기되는 부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했다. 이에 8월 전기요금도 우리나라의 2~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6만3610원을 기준(100%)으로 8월 전기요금을 원화 환산했을 경우 △독일 18만3717원(289%) △미국 15만9166원(250%) △프랑스 14만8057원(233%) △일본 13만5625원(213%) △호주 11만7358원(184%) △홍콩 8만5173원(134%) 등이다.

한편 한전은 고객들의 요금 부담을 줄이고자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를 시행하고, 실시간 전기사용량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할납부는 주택용 고객중 7~9월 요금이 6월 청구액 보다 2배 이상 증가하거나 월 요금이 10만원 이상일 경우 당월 전기요금의 50%를 최대 6개월까지 분할하도록 한다. 실시간 전기사용량 조회는 소비자들이 즉시 전기사용량을 인지해 요금 절약을 유도하도록 하는 기능으로 한전ON, 아파트 월패드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또 한전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의 여름철 복지할인 한도를 최대 2만원까지 확대하고, 2023년 1월과 5월 요금 인상분 21.1원/kWh 적용을 유예해 연간 1조원 규모를 지원하고 있다.

오흥복 부사장은 “한전 복지할인·에너지바우처를 동시에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 130여만가구 중 약 31만가구는 전기요금이 0원이며, 약 23만 가구는 전기요금이 1만원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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