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9월 첫주 채권발행 러시
5거래일 동안 280억달러
미 대선·경기침체 우려에
전세계 주요 신흥국들이 정치경제적 변동성에 대비해 채권발행을 늘리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달 들어 첫주(5거래일) 동안 28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역대 어느 해 같은 기간보다 많은 액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20억달러였다.
블룸버그는 많은 신흥국들이 이달 들어 채권발행 러시에 나선 이유를 2가지로 짚었다. 첫째 올해 11월 미국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둘째 시장의 급락 가능성이다. 지난달 5일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 등의 이유로 투자자들이 일본주식은 물론 신흥국 자산에서 대거 발을 뺀 바 있다.
JP모간 중동부유럽·중동·아프리카 채권데스크 대표인 알렉산더 카롤레프는 “대부분 신흥국들이 향후 잠재적 변동성에 앞서 채권발행을 서두르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재 신흥국들은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채권 발행금리를 즐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달러표시 국채와 회사채 금리는 평균 6.5%다.
블룸버그는 금리 안정의 이유로 “많은 신흥국들은 이미 올해 자금조달 수요를 충족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이자율이 더 낮아지기 전 신흥국들에게 기꺼이 돈을 빌려주고 있다”고 짚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엇갈리고 있지만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 미국경제에 조만간 난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뱅가드자산서비스 신흥국채권 공동대표인 닉 아이징어는 “확실히 미국경제의 큰 폭 둔화는 신흥국 시장에 나쁜 소식”이라며 “지금이 채권발행에 나설 좋은 때”라고 말했다.
시장변동성을 헷지하는 데 달러는 우선순위가 높은 통화다. 시장이 크고 거래가 쉽기 때문이다. 달러표시 채권발행은 올해 특히 인기가 높았다. 유로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증가세가 가팔랐다.
9월 첫주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 발행은 전체 발행채권의 86%였다. 지난해 평균 78%보다 높았다. 아비바인베스터스의 애널리스트 카르멘 알텐커치는 “채권 발행국들은 미국 대선이 임박한 상황, 미국 경제성장 우려가 커질 리스크에 우려하고 있다. 달러 선호도는 더 커질 수 있다”며 “8월 초 상황은 신흥국들에게 시장이 얼마나 변덕스러울 수 있는지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 정부와 기업의 달러표시 채권 판매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3490억달러였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 증가세다. 유로표시 채권은 26% 상승한 640억유로였다. 일본 엔,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 표시 채권 판매는 모두 합해 90억달러였다.
라트비아 재무부장관 카스파스 아볼린스는 블룸버그에 “달러 유동성은 깊다. 좋은 조건에서 대규모로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올해 5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아볼린스 장관은 “향후 정기적으로 달러표시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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