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무혐의 수순
이원석 “수심위 권고 존중” … 불기소 종결할 듯
공정성 논란 지속 … ‘도이치’ 사법리스크도 남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불기소 권고함에 따라 검찰은 곧 무혐의 처분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사건 고발장을 접수한 지 9개월,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본격화한지 4개월 만에 결론을 내는 것인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9일 “수심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간에 민간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것을 이전부터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수심위 권고를 존중해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않은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래서 검찰 결론만이 아니라 외부 민간전문가들 숙의를 거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면 그것은 모두 검찰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라며 “다만 외부 전문가 의견에 대해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장은 오는 15일 임기 만료 전에 사건을 매듭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지난 6일 김 여사 사건을 심의해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증거인멸 등 김 여사에게 제기된 6개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알선수재 등 다른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수사팀과 김 여사 변호인측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위원은 김 여사의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위가 수사팀과 같은 결론을 내린 만큼 검찰이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고 김 여사를 기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탓에 공정성 시비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총장의 지시로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자 법무부는 갑작스레 수사지휘부를 전면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해 ‘김 여사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총장 보고없이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비공개로 진행해 ‘황제조사’ ‘출장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총장 스스로 “원칙이 안 지켜졌다”며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수심위 역시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수사팀과 김 여사측 변호인만 참석하고 명품가방을 직접 건넨 최재영 목사는 배제돼 개최되기도 전부터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장 수심위 심의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된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정권은 사법 시스템 사유화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국민 상식은 권력에 빌붙은 사법 시스템에 의해 철처히 배신당했다”고 강조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수사심의위가 김 여사의 깊은 ‘수심’을 ‘안심’으로 바꿔놨다”며 “수심위가 아니라 ‘김건희 안심위’”라고 비판했다.
수심위 제도 도입 논의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 여사 불기소 입장인) 한쪽 정보가 우위인 상황”이었다며 “기록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검토없이 ‘종합적 고려’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수심위 절차를 비판했다. 그는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심위 도입을 논의할 때 이렇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며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이상 세금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도 했다.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최종 무혐의 처분해도 사건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특검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 한 대변인은 “국민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고, 조국혁신당도 “김건희 종합특검의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남아있다. 조국혁신당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김 여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공수처는 검찰 처분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오는 12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이날 김 여사처럼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에 대한 선고도 내려질 예정인데 손씨의 방조 혐의 등을 법원이 유죄로 선고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씨가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자 검찰은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바 있다. 손씨가 유죄를 받는다면 김 여사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