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부른 의료공백, 추석이 불안하다
추석연휴 119신고 28.5% 늘어
최근 응급실 뺑뺑이 상황도 심각
최근 5년간 추석연휴 119신고가 하루 평균 4만2000여건으로 평소보다 28.5%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갈등 이후 119구급대가 병원으로부터 환자 수용을 거부당해 다른 곳으로 재이송한 건수가 50% 증가한 상황을 고려하면 추석연휴 심각한 의료공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이유다.
10일 소방청 119종합상황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추석명절 전후 주말을 포함한 연휴 기간 접수된 119신고 건수는 총 99만2400건으로 하루 평균 4만1853건에 달했다. 이는 평소 하루 평균 신고접수 건수와 비교해 28.5% 증가한 수치다. 추석연휴 기간 119신고를 유형별로 보면 구급출동 요청이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이 중 상당수가 응급실로 이송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의대 증원 문제로 불거진 의정갈등 이후 119구급대의 재이송 건수가 평소와 비교해 50%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 19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90일 동안 119구급대가 병원으로부터 환자 수용을 한번 이상 거부당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 재이송 건수는 총 307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 190일 동안인 지난해 8월 11일부터 올해 2월 17일까지의 집계치(2099건)와 비교해 약 46.3% 증가한 수치다. 두번 이상 재이송이 이뤄진 건수도 같은 비교 기간 61건에서 11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전공의 사직 사태 후 190일 동안 집계된 재이송이 발생한 상황별 병원의 거부 사유를 살펴보면 ‘전문의 부재’가 가장 많았다. 전체 재이송 건수의 40%인 1216건이 이 사유로 이뤄졌다. 이전 190일 동안 같은 사유로 발생한 구급대 재이송 883건 대비 37.7% 증가한 것이다.
재이송 상황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50건(사직 사태 전)에서 455건으로(사태 후) 82% 늘었고, 인천은 85건에서 212건, 대전 13건에서 57건, 강원 156건에서 308건, 제주 80건에서 186건 등으로 폭증했다.
이는 공식 집계된 수치다. 구급대원들이 사전에 전화통화에서 거부당한 이른바 ‘전화 뺑뺑이’ 건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상황까지 포함하면 재이송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형 의원은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발생한 후에 응급실 뺑뺑이가 크게 늘었다”며 “추석연휴에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이번 추석연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비상 응급의료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실제 서울시는 추석연휴 문 여는 병원과 약국을 올해 설 대비 1.5배 규모인 1800여개로 대폭 확대한다. 25개 보건소는 추석 당일 정상진료하고, 7개 시립병원은 응급진료반을 구성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최대치로 가동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의료원 등 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상시 운영하고 응급진료 상황실을 통해 응급진료 민원에 대응하기로 했고, 인천시는 인하대학병원을 포함한 25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충남 광주 등 전국 모든 지자체들이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의료공백 사태의 위험수위가 이번 추석연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