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권고안 거부한 부산시의회
사과·경고 시 의정비 반납부산만 내부 반발로 무산돼
의정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의정비를 반납하겠다던 부산시의회의 자정 시도가 시의원들 반발로 무산됐다.
1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의 광역 시·도의회들이 사과·경고 징계 의원들에게 의정비 반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부산시의회만 조례개정에 실패했다.
부산시의회는 9일 본회의에서 의정활동비 조례안을 가결했다. 구금되거나 출석정지 징계를 받은 시의원들에게 기존의 의정활동비와 여비 외에 월정수당도 반납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8월 27일 위원회안으로 제출됐던 원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안이다. 조례 개정의 본래 취지였던 경고 및 사과 징계에 대한 처벌 조항은 빠졌다.
이는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도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시의원들은 “사과와 경고는 구금이나 출석정지와 달리 징계를 받아도 의정활동을 하는데 왜 건드리냐”고 반발했다.
당초 운영위원회는 △회의질서 위반 △단상점거 △타 의원 출입 방해행위 의원이 윤리특위에 회부돼 사과 및 징계를 받으면 의정비를 반납하는 조치에 나섰는데, 내부 반발을 핑계로 슬그머니 후퇴한 수정안을 가결한 것이다.
이는 전국 다른 광역시·도의회 결정과는 완전히 대비된다. 현재 전국 광역의회에서 사과·경고 의원들에게 의정비 지급을 않겠다고 조례 개정을 마친 곳은 12곳이다.
강원 경기 광주 울산 경북 세종 충북 충남 전남 전북 제주 등이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3일 운영위원회를 통과했고 11일 본회의가 열린다.
남은 4곳 가운데 대전은 이미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다. 지난 8월 23일 시의회에 접수됐고 10일 오후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인천시의회 역시 하반기 통과를 목표로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는 “10월 중 개정을 목표로 최대한 신속하게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도 개정 작업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일부 개정됐던 서울시의회 의정활동비 조례는 현재 부산시가 통과시킨 내용과 동일하다. 그러나 하반기 새롭게 원구성이 되면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의원발의로 일부만 개정된 데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진척된 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부산시의회만 국민권익위 권고안을 따르지 않는 모양새다.
징계 의원들에게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치는 국회 선진화법 영향이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2012년 5월부터 국회법 제163조에 따라 국회질서 유지 위반 등으로 경고 또는 사과의 징계를 받은 경우 징계의결을 받은 달과 다음 달의 수당을 1/2 감액해 지급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2년 12월 243개 지방의회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