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 인하시 유가 상승할 듯
한국석유공사 ‘저금리-고유가, 고금리-저유가’ 과거사례 분석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 전환이 주목된다.
한국석유공사는 10일 ‘금리와 국제유가 상관관계’ 보고서에서 “과거 금리와 유가 추이를 살펴보면 고금리 유지 후 금리인하를 시작했을 때 유가는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참여자들은 FRB가 이달 중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유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공사는 “금리인하로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며 투기수요 또한 증가해 중동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을 크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동안의 고금리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큰 규모의 연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세계경제는 금리인하 정책하에서도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석유공사는 과거 금리와 유가추이 분석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소개했다.
FRB는 미국 부동산경기가 위축되자 2007년 9월부터 2008년 7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p 인하했다. 이후 견고했던 신흥국 석유수요 등이 회복되면서 이 기간 브렌트유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57.6달러 상승했다.
2009년 1월~2014년 6월에는 미 금리가 0.25%로 낮게 유지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 감산정책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리비아 내전, 이집트 혁명 등 중동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125달러로 고공행진을 펼쳤다.
FRB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리는 2020~2022년 중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하며 경제부양 노력을 했다. 코로나 백신접종과 함께 경기는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고,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서방은 러시아산 석유제제를 단행했고, 공급감소 우려가 심화되면서 3월 127.9달러까지 치솟았다.
2022년 6월~2023년 7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중통화량을 늘리자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진행됐다. 세계 주요은행들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FRB도 0.25%p였던 기준금리를 4개월동안 2.25%p로 인상했다. 2022년 6월과 7월에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인상을 단행해 과열된 물가를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이후 경기는 위축되고,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FRB는 2023년 7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5.50%의 고금리로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가 유가 하방압력을 가해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윤지 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대리는 “과거 추세를 보면 급격한 금리인상은 (경기침체의 단초가 돼)유가 하락세를 가져왔고,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한 경우 유가는 보합권을 보였다”며 “고금리가 유가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금리인하 시기에는 시중 통화량이 늘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였다”며 “다만 ‘리만 브라더스’와 ‘코로나 팬데믹’ 등 명백한 사건으로 인해 금리를 급격히 인하한 시기에는 유가와 금리가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