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검찰 이슈 맴도는 여야
민생의제 논의 뒷전에 밀릴라
특검법 의결 놓고 여야 대립 재연
의정갈등 중재안 마련도 난항 예고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수사와 재판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 검찰 수사를 놓고도 여야의 공방이 뜨겁다. 민생입법을 위해 협력하자던 여야는 ‘야당 탄압’ ‘방탄 동맹’을 주장하며 각각 상대를 탓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와 민생을 위한 협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국회 법사위는 9일 법안소위를 열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 시켰다. ‘제3자 추천 특검’을 골자로 한 채 상병 특검법은 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을 수용해 네 번째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이다. 여당 의원들은 법안소위의 관련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소위는 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대상으로 한 김건희 특검법도 통과 시켰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로 소위 위원장을 맡은 김승원 의원은 “단순한 주가 조작인 줄 알았더니 국정농단에 가까운 의혹들이 계속 터지고 있다”면서 “특검법 범위에 이같은 의혹들을 모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소위 위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에 기재된 수사 대상의 부당성, 모호성, 추상성 등을 따지며 추가 논의를 요구했으나 정작 표결에는 불참하고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비난했다. “추석 밥상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지난 주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도 공방을 주고 받았다. 민주당은 당 안에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를 구성해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8일 문 전 대통령과 회동에서 이 대표는 “(김정숙) 여사와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현 정부의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9일 열린 대책위 회의에서 김영진 위원장은 “정치탄압에 당이 하나가 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고, 황 희 의원은 “세게 (비판을) 하겠다. 윤석열 정권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탄동맹 빌드업’이라며 비난했다.
9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특검·검찰수사 등을 집중 거론하며 난타전을 이어갔다.
여야의 주동력이 특검법·검찰수사 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의정갈등 해소의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여야정 협의체나 민생회복 방안 협의에 대한 관심도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상당한 간극이 나타난다. 특히 야당은 정부여당이 기존 의대증원 결정 과정에 대한 반성과 방향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어서 협의체가 실효성있는 중재안을 만들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9월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민생관련 법안·제도의 합의 처리 가능성도 약화되는 분위기다. 여야는 지난달 전세사기특별법·구하라법 등을 합의처리한 후 민생법안에 대한 협치를 강조했지만 민생회복지원금·금융투자소득세·지역사랑상품권 국고지원 의무화 등을 놓고는 진전없는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