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중국 태양광 기업, 상반기 순손실
전세계 수요의 2배 생산 … 가격 급락
“현금흐름 유지 위해 판매, 팔수록 손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이 과잉 생산과 수요 약세로 촉발된 가격 전쟁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익을 냈던 중국 태양광업계는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상을 짓고 있다.
9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정부 보조금과 탄소배출 제한 정책에 힘입어 최근 몇년간 중국 태양광업계가 급속한 확장에 나서며 전 세계 생산 능력의 95%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이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중국의 주요 태양광(PV) 제조업체들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최대 태양광 웨이퍼 제조업체인 ‘롱이(Longi) 그린에너지 기술’는 2024년 상반기 52억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92억위안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쟁사인 ‘TCL 중환 재생에너지 기술’도 올해 상반기 30억위안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45억위안의 순이익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손실을 입지 않은 소수의 회사들도 이익이 줄었다.
롱이는 실적 보고서에서 과잉 확장으로 인한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제조원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계 및 전자제품 수출입 상공회의소(CCCME)의 장썬 태양광 지부 사무총장은 “기업들이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모두 손실을 보고 있지만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판매를 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버티고 있지만 업계가 비효율적인 생산능력을 줄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팔수록 손실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차이신이 기업 재무 보고서를 바탕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주요 태양광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면서 순유출액이 수백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태양광 모듈 운송업체인 진코솔라는 상반기에 67억8000만위안의 순현금유출을 기록했으며, 롱이는 108억위안의 순현금유출을 보였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최근 몇년 동안 급성장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2020년 태양광 붐을 일으켰고, 국내외에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상당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태양광 공급망은 실리콘 소재에서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진다. 핵심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은 산업용 실리콘에서 정제된다. 웨이퍼는 실리콘 막대 또는 잉곳에서 잘라내 셀로 가공된 다음 상호 연결돼 모듈을 형성한다. 모듈은 태양광 발전소에서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태앙광 설치가 급증하는 동안 실리콘 재료와 폴리실리콘의 부족으로 공급업체의 총 마진은 70%를 넘어섰다. 투자 열풍에 힘입어 2022년과 2023년에 추가된 생산 능력은 이전 20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공급망 전반의 생산량이 1000GW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 세계 수요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시장 침체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2021년 11월까지 태양광 모듈 가격은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와트당 1위안 아래로 내려앉았다. 올해도 가격이 계속 하락해 와트당 약 0.6위안을 기록하며 업계는 손실의 수렁에 빠졌다.
한 태양광 회사 임원에 따르면 실적이 좋은 태양광 기업의 총 생산 비용은 와트당 0.9위안 정도다. 2021년부터 2023년 초까지 모듈 가격이 와트당 1.7~1.8위안 이상이었을 때 중국의 주요 태양광 공급망은 연간 2000억위안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업계 손실이 1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무총장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모듈의 절반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 연간 수출량이 300GW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손실액은 3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태양광 회사 임원은 “과잉 생산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하락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시장 침체는 거의 1년 동안 지속되고 있으며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핵심 문제는 가격”이라면서 “기업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지만 가격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4개월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CDH 인베스트먼트의 매니징 파트너인 런이차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침체가 12월이나 1월에 끝날 수 있지만 경기 침체가 내년 4분기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