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가소멸위기 극복, 지역에 답 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10일 ‘2024 시도지사 정책콘퍼런스’에서 처음 내놓은 화두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한 말을 전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대한민국이 3가지 주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잠재적 성장률의 지속적 저하’ ‘유례없는 저출산’ ‘사회적 격차의 심화’가 그것이다. 박 시장은 이 위기가 모두 ‘수도권 일극화’에서 발원됐다고 강조했다.
비단 박 시장의 우려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새로운 의제가 아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과거처럼 떡 하나씩 고르게 나눠주던 균형발전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재론의 여지가 없다.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권역별 혁신거점 역량을 키워보자는 박 시장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지역을 정책의 테스트베드로 만들자’는 김관영 전북지사의 제안도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거점마다 중앙정부 권한을 전폭적으로 이관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 실제 전북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농생명산업 분야의 테스트베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농생명산업지구 지정을 통해 농지전용허가 등 각종 권한을 농림부장관이 아닌 도지사가 갖고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내 보겠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인공지능(AI)과 미래차, 대전광역시의 바이오산업 또한 정책 테스트베드로 시도해볼 만한 분야다.
이 밖에도 지역의 다양한 주장, 새로운 도전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공공분야 육아직원 주4일 출근제, 임신·출산가구 특별공급 100% 확대 같은 전향적인 출산장려정책을 들고 나왔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전기요금 차등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강원과 영·호남에서 생산된 전기가 수도권까지 가려면 상당한 송·배전 비용이 드는데, 이를 고려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면 반도체 이차전지 같은 첨단기업이 전기요금이 싼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시·도지사들의 다양한 주장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소멸의 현장인 지방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주도한 정책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시·도지사들이 새로 시도한 정책콘퍼런스가 정례화 되길 바란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시·도지사들의 의견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하는 자리라면, 정책콘퍼런스는 국민을 상대로 새로운 의제를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만든 장이 아닌, 지방이 스스로 만든 장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