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끝난 때문일까…나랏일에 뒷짐만 지는 여당 의원들

2024-09-11 13:00:07 게재

의료 개혁 공방서 친윤 구경만 … 친한 ‘한동훈 구상’에 시큰둥

“공천 눈치 안보니 ‘악역’ 자처 안 해” “현재-미래권력 사이 눈치”

원외 친윤(윤석열) 인사는 11일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을 겨냥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친윤 인사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 의사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형국이다. 친한(한동훈) 의원들은 그렇다 쳐도 친윤 의원들은 왜 침묵하나. 국민에게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의사집단에 맞서 싸워야하는 것 아니냐. 의원들이 전부 뒷짐 지고 구경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지식포럼 참석한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인천 중구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친윤 인사는 의원들이 윤석열정권 초기와 달리 전면에 나서길 꺼린다고 지적했다. 실제 50~60명에 달하는 최대 계파인 친윤 의원들은 윤석열정권의 명운이 걸렸다는 의료 개혁 정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모습이다.

친윤 의원들의 뒷짐 행태는 7.23 전당대회에서도 예고됐다. ‘윤심’이 원희룡 후보에게 꽂혔지만, 친윤 의원들이 원 후보를 돕는 시늉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대 계파인 친윤 소속 원 후보였지만 18.85%에 그치면서 한동훈 후보(62.84%)에 완패했다. 친윤 의원들이 7.23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1년 전과는 대조적이었다. 1년 전에는 ‘윤심’이 꽂힌 김기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서슴지 않았다. 나경원 의원을 주저앉히기 위해 연판장까지 돌릴 정도였다.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 의원은 “(지금에서야 다시) 소환하기는 그렇지만,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통해 (지지율) 5%로 출발하신 김기현 전 대표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게 많이 연출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뒷짐 행태는 친한도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7.23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를 지원한 의원들은 30여명. 친한 인사는 11일 “당직을 맡은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친한) 의원들이 한 대표를 지원사격하는데 인색하다.

한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등 의견을 내면 의원들이 앞장서 도와야 하는데, 다들 입 닫고 구경만 한다”며 친한 의원들을 향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여당 의원들의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선배 의원에게서도 나온다.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의원연찬회에서 “민주당에 가보면 초선·재선 중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며 “우리 당 초선·재선 중에는 대통령 하겠단 사람이 없다”는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주 부의장은 “세미나 횟수, 주제도 국민의힘이 많이 부족하다”며 “민주당이 개최한 세미나와 간담회 횟수를 합치면 3517회인데 반해 국민의힘은 2021회에 불과하다. 기자회견장 이용 횟수도 민주당은 846회, 국민의힘은 354회로 절반에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의 뒷짐 행태의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국민의힘 핵심당직자는 “우리 당(국민의힘) 의원들은 원래 영남과 기득권 출신이 많아 의정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 공천이나 권력 행보에만 관심을 두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영남·기득권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꼽히는 것.

두번째로는 23대 총선 공천권이 없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숙명이라는 지적이다. 친윤이든, 친한이든 공천권 눈치를 보지 않으니 대통령이나 대표를 대신해 ‘악역’을 자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현재권력(윤 대통령)과 미래권력(한 대표)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전면에 나서길 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섣불리 특정정파의 ‘핵관’(핵심관계자)으로 낙인찍히면 훗날 정치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구경꾼으로 머물면서 ‘권력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 지 눈치만 살핀다는 것이다. 친윤 의원의 경우 국정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을 돕는 게 부담스러워 슬쩍 뒤로 빠져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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