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학습 아이들’ 온 마을이 품는다
강북구 전문가·주민과 머리 맞대
지역사회 ‘함께 걷기’ 공감 형성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습니다.” “서울 전체에서 예산이 삭감됐디고 했는데 별도로 예산을 마련했어요, 정말 칭찬하고 싶어요.”
서울 강북구 주민들이 느린 학습자 주민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12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부터 ‘느린학습자 학습·심리·정서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공감대 형성을 우선으로 지역사회 전체가 느린학습자 아이들을 품겠다는 구상이다.
‘느리게 학습을 따라가는 아이’를 뜻하는 느린 학습자는 ‘경계선 지능’과도 엇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지적 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보다 지적 능력이 낮고 그만큼 학습에서도 뒤처지는 상황이다.
강북구는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학습이 이루어지면서 학습이 느려지는 아이들이 급증했다고 판단한다. 그만큼 공공에서 개입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아동·청소년 느린학습자와 같이 걷는 법'이라는 주제로 대토론회를 연 이유다. 구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여간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정서행동 위기 학생과 느린학습자 비율이 늘어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각급 학교와 성북강북학습도움센터 등 추천을 받고 강북미래교육지구 사업 참여자 중 느린학습자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학습 상담을 하는 봉사자를 비롯해 느린학습자 자녀를 둔 학부모와 그들을 보살피는 교사 등이 조를 나눠 토론을 하며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고민했다. 토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자료와 전문 정보를 공유했다.
주민들은 한차례 토론회만으로도 느린학습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며 아이들을 위해 지역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아이가 느린학습자인 학부모이자 그들을 돕는 ‘동행지원가’인 박미나(46·인수동)씨는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좋고 감사하다”며 “주민들도 구에서 느린학습자를 고려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위한 1대 1 상담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는 “교육청이 예산을 삭감해 어려움이 컸는데 강북구에서 별도로 지원해 상담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활동가나 실제 느린학습자와 함께 생활하는 청소년 의견도 비슷하다. 수유동 나욧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이선희 센터장은 “느린학습자가 전반적으로 많아지고 있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정책을 이야기하니 좋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느린학습자 친구와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차효주(수유중 3학년) 학생은 “같은 학생 입장에서 수업내용 공유 등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며 “고교에 진학한 뒤 청소년위원회 사업으로 느린학습자를 위한 축제 등을 제안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주민들이 내놓은 의견을 느린학습자를 위한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는 한편 주민들이 청소년들과 함께 하도록 다양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할 때”라며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느린학습자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