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생침해 범죄와 ‘검수완박 시즌2’
민생을 침해하는 사기범죄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범인 검거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권은 올 가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수사구조를 바꾸는 ‘검수완박 시즌2’를 밀어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 권한을 분리하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정치권-검찰, 여-야 충돌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이 여파로 수사기관의 범죄대응 역량도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20~2021년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여러 혼란을 겪었다. 그중 수사 부분만 놓고 보면 복잡성 증가, 수사지연, 수사역량 약화 등의 문제들이 따랐다.
다시 수사제도를 바꾼다면 그 과정에 수사업무 기피가 더해지고, 수사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 경찰 수사편중과 업무과중도 뒤따를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수사구조 변화에만 매몰돼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전철을 다시 밟지 않아야 한다.
최근 경찰은 사이버사기범죄가 2021년 14만1154건에서 지난해 16만7688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경우 6월까지 11만2473건으로 지난해 발생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범인 검거율은 2021년 72.2%에서 지난해 58.0%, 올 상반기 50.4%로 떨어졌다.
보이스피싱(사기전화) 피해도 증가했다. 검찰과 경찰이 주축인 보이스피싱범죄정부합동수사단에 의하면 2022년 5438억원이었던 사기전화 피해는 지난해 4472억원으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 3242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사당국은 사기전화 증가 이유로 범죄의 비대면·조직화를 꼽는다. 범죄조직이 분업·전문화하는 데다 가담층도 다양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20대 사회초년생과 미성년자까지 콜센터에 가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범죄가 비대면화 하면서 죄의식을 덜 느끼게 되고, 검거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생각에 저연령층 가담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 수사관 말처럼 ‘5000만 국민이 범죄대상’이 된 것이다.
범죄는 빈틈을 노린다. ‘검찰개혁’이 수사구조에만 매몰되다 보면 민생침해 대응 조직의 이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도화하는 범죄수법에 맞서 당국의 집중 대응과 기관 간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데 ‘검수완박 시즌2’ 과정에서 어떻게 범죄대응 수사력을 유지하고 높일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보지 못했다.
범죄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혁은 수사역량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사조정안의 세부내용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민생침해범죄가 기승부리지 못하도록 빈틈이 없어야 한다.
박광철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