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갑질에 청년기업 폐업 몰려”
피해기업·경실련, 일동후디스 상표권 침해 비판 … "제도개선해야"
“대기업 일동후디스의 소송갑질로 청년기업이 폐업에 내몰렸다.”
정진욱(더불어민주당·광주 동남갑)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연합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동후디스의 상표권 침해에 이은 소송갑질을 비난했다.
정 의원은 “일동후디스는 법원에서 상표권 침해 사실이 확정됐는데도 피해기업에 사과하거나 피해회복 노력보다는 대형로펌과 전관변호사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과 경실련에 따르면 일동후디스는 2018년 50여년간 사용해온 이유식브랜드 ‘아기밀’을 ‘아이밀’로 변경했다. 어린이용 과자나 음료 등에 ‘아이밀’ 상표를 사용했다. 특허청은 일동후디스의 ‘아이밀’ 상표출원을 거절했다. 이미 광주지역 청년기업 아이밀(대표 김해용)이 상표와 서비스표 등록을 마쳤기 때문이다. 아이밀은 국내 판매는 물론 2015년부터 중국과 대만에 수출한 터였다.
일동후디스는 2019년 상표를 ‘아이밀 냠냠’으로 변경해 이유식 스낵 빵 음료 등을 사용했다. 일동후디스가 회사명성에 힘입어 온라인상에서 ‘아이밀’ 검색어를 빠르게 점유했다.
김해용 대표는 2019년 일동후디스의 상표 3건에 대해 상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일동후디스도 김 대표의 상표 2건, 서비스표 2건에 대한 무효심판으로 맞불을 놓았다.
2021년 특허법원은 김 대표 손을 들어줬다.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도 김 대표가 승소했다.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도 일동후디스가 졌다. 2023년 8월 재판부는 “일동후디스가 김 대표의 상표권을 침해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5억원과 지연이자금 지급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소송에서 이겨 놓고도 회사는 존폐위기에 내몰렸다. 현재도 법원 1심에 불복해 항소를 이어가고 있다. 수십개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일동후디스는 대기업 인지도를 내세워 온라인상에서 ‘아이밀’ 검색어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일동후디스의 상표권 침해행위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전형적인 갑질이자 기술침탈 사건에 해당하는데도 심리적·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소송갑질까지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해용 아이밀 대표는 “온라인 검색을 일동후디스가 완전히 장악해 회사는 거의 매출이 없고 개인부채만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의원과 경실련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주문다.
오주섭 경실련 사무처장은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허 및 상표권 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의 상표나 특허가 잘 보호될 수 있도록 하고 권리남용 소송 등을 막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과 아이디어 탈취는 혁신의 시도를 멈추게 한다”면서 “기술과 아이디어가 존중되고 공정한 거래관행이 정착 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