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5 통영 욕지도 마을 둘레길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깨달을 수 있을까

2024-09-13 13:00:02 게재

백섬백길 4코스인 통영 욕지도 마을 둘레길은 마을 길과 산 허리를 따라 걷는 9.4㎞의 평탄한 길이다. 모노레일이 설치된 천왕봉 등산로를 피해 욕지도의 속살을 엿볼 수 있게 백섬백길에서 개발한 추천 코스다. 그래서, 이 노선에는 별도의 길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백섬백길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욕지항에서 제1 출렁다리까지는 노적, 통단 마을 방향의 도로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하지만 그 후는 내내 아름다운 해변 숲길이 이어진다.

마을과 산허리 따라 9.4㎞의 평탄한 길을 걷는다. 사진 섬연구소 제공
통영은 섬나라다. 통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들이 모여 연화열도를 이룬다. 연화열도의 중심 섬인 욕지도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청보석의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욕지도 바다의 풍경은 한 편의 산수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

욕지도는 주변에 올망졸망 섬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탁 트인 남태평양 바다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다도해의 소담함과 대해의 장쾌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섬이다.

각종 욕지도 관광 안내서에는 욕지(欲知)의 뜻을 ‘알고자 하는’으로 풀이해 놓고 있다. 무얼 알고자 한다는 말인가? 이것은 그냥 글자 뜻풀이 일 뿐 욕지도란 이름의 진짜 의미를 풀이해 주지 못한다.

욕지도의 뜻은 그 자체로는 결코 풀이될 수 없다. 욕지도 한 섬만으로도 풀이가 되지 않는다. 욕지도의 뜻은 주변의 다른 섬들,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등의 섬들과 연계될 때 비로소 실마리가 풀린다. 욕지도를 비롯한 이들 섬의 이름은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欲知蓮華藏頭尾問於世尊)이라는 불경 구절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연화세계(극락세계)를 알고자 하는가? 그 처음과 끝을 부처님께 물어보라.”

옛날 욕지도를 비롯한 연화열도의 섬들은 스스로 이미 연화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 이름은 불국토, 이상향을 염원하는 누군가의 기획 아래 지어진 것처럼 아귀가 맞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이름의 섬들이 통영바다에만 몰려있을까.

통영의 미륵도와 반야도(반하도) 또한 이 불국토의 자장 안에서 지어진 이름이리라. 섬 전체가 산악지형인 욕지도에는 아름다운 숲도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숲은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자부포의 모밀잣밤나무 군락지(천연기념물 343호)다. 우리나라 난대림에서 잣밤나무 숲이 이처럼 군락으로 살아남은 경우는 드물다. 그 귀한 잣밤나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으니 숲은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욕지도는 논이 거의 없고 비탈 밭이 많다. 밭은 끈적한 찰황토가 아니라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에 가까운 황토밭이다. 그래서 고구마 농사가 잘 된다. 욕지 고구마는 밤처럼 맛있는데 넓적하게 잘라서 말린 고구마인 ‘빼떼기’로 끓인 빼데기죽도 유명하다. 욕지도에서는 고구마를 ‘고메’라 하는데 욕지도 고메 막걸리는 고구마 케익만큼이나 달콤하다. 맛보고 싶으면 마트나 양조장을 찾아가면 된다.

욕지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등어 양식을 시작한 곳이니 양식 기술이 발달해 그 맛 또한 뛰어나다. 마을 둘레길을 걸은 뒤 고구마 막걸리와 고등어 회를 함께 맛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