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하루 앞…협의체 논의 ‘제자리걸음’
정부, 내년 의대 증원 의제화 반대 … “극적 반전 없으면 불발”
의료계 대표단체들 불참 기류 … 야당, 의료계 핑계로 시큰둥
국민의힘·정부가 주도한 여·야·의·정 협의체(이하 협의체) 구성 논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추석 전 구성을 목표로 논의에 속도를 냈지만, 대표성을 갖는 의료단체들이 불참 뜻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도 “추석 전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론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정부는 12일 추석(17일) 전까지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대표성을 갖는 의료계 단체들과 물밑 접촉을 통해 협의체 참여를 설득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의료계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는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2025년·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정부가 거부했다.
여당은 12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지만, 이들 단체들도 “결정된 바 없다”며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여권 일각에서는 의료계 군소단체라도 협의체에 참여시켜 여·야·의·정이 함께하는 모양새를 갖추자는 입장이지만, 반대편에서는 “의협과 전공의협은 고사하고 그나마 대표성이 있는 전의교협과 KAMC도 불참하는 상황에서 군소 의료단체를 넣어 형식적인 협의체를 꾸리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표성 없는 의료단체들과 협의체를 꾸려본 들 전공의 복귀 같은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야당도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불참하는 협의체는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대표성 있는 단체들이 참여해야 야당도 함께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정부는 의료계 대표단체들의 협의체 불참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2025년 의대 증원’ 문제는 협의체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일 당정협의에서 한동훈 대표는 내년 의대 증원 문제를 협의체 의제로 올리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한덕수 총리는 의제로도 불가하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3일 “정부가 내년 의대 증원 문제는 의제로도 못 삼겠다는 입장인 게 알려지자, 의료계 단체들이 협의체 참여를 고민하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추석 전 구성을 목표로 했던 협의체는 불발 가능성이 점쳐진다. 협의체 구성에 가장 적극적인 한 대표측은 대통령실과 정부를 겨냥한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친한(한동훈) 의원은 13일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먼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여당에게 ‘헬프 미’를 외친거다. 그런데 이제와서 ‘나는 모르겠다’며 빠지는 꼴이다. (협의체 구성을 위해) 당은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지만, 극적인 반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불발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의료 사태가 협의체를 통해 출구를 찾지 못하면, 윤석열정부가 직면할 ‘진짜 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비친다. 다른 친한 인사는 13일 “의료 사태가 현재진행형인데, 어제(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판결이 나왔고, 대통령 관저 이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도 공개됐다. 내달에는 국정감사도 실시된다. 사방이 지뢰밭이다. 의료 사태가 (윤석열정부에 닥칠) 진짜 위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