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례 칼럼
지구촌 곳곳 히틀러 유령 … 유엔과 싸우는 네타냐후
히틀러가 지구촌 곳곳을 서성거린다. 1933년 선거에서 선출된 자신의 권력을 믿고 국회에 “비상사태이니 국회 입법권을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한 뒤 각종 개혁정책(개악 정책 포함)을 밀어붙인 것과 똑같은 정치적 행보도 보인다. 아르헨티나에서 지난해 8월 대통령직에 깜짝 당선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얘기다.
오랜 경제난에 시달렸던 아르헨티나 국민은 개혁적인 새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낮춘다는 명분의 파격행보에서 히틀러 같다는 평을 듣는다. 그를 뽑은 이유는 희석되거나 사라졌고 국민의 실망과 반감은 하늘을 찌른다.
밀레이는 지난해 말 총 664조항으로 된 ‘옴니버스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밀고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2년간 입법부 권한을 행정부에 이양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히틀러도 그랬다”며 반기를 들고 나선 인물이 198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르헨티나의 인권운동가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92)이다. 그는 “히틀러도 독일 국회에 특별권한을 요구한 뒤 결국 정치지도자 노조원 사회운동가에 대한 박해와 숙청을 시작했다”며 국민은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레이정부가 시위를 규제하고 국민의 침묵을 강요하면서 집회와 시위 단체에 정부가 사전허가와 질서유지 비용을 청구하게 한 것도 전형적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밀레이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그를 히틀러에 비견했다. “히틀러는 인플레 이후 지도자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경제위기는 언제나 극우파에 도움이 된다. 아르헨티나 경우도 비슷하다.”
‘개혁’ 핑계로 국회 입법권 뺏은 밀레이
정부 입맛대로 법과 제도를 바꾸고 국민의 반대의견을 묵살하거나 탄압하는 권위주의 정부의 탄생은 이처럼 히틀러의 선례를 따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히틀러의 최대 피해자이며 생존자인 이스라엘 국민이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와 같거나 더한 야만과 폭력의 ‘인종청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홀로코스트는 없었다”고 주장만 해도 처벌받는 나라 이스라엘은 두번 다시 인종청소의 살육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념적 확신을 가지고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유대인 절멸을 위해 ‘이주정책’을 표방하며 유대인들을 유럽 전역의 강제수용소로 이동시키고 학살공장까지 운영한 히틀러의 길을 네타냐후와 극우파 각료들이 따라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하마스와의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네타냐후는 인질구출보다는 가자지구 인구 감소와 절멸을 위해 노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자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대피령을 내리고 피난민 행렬과 피난 거주지들을 폭격한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구호기관과 아랍국들의 대피시설,학교와 병원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했다. 민간인 사상자가 수백명씩 발생해도 “하마스 대원들이다” “하마스 거점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전국을 폭격하고도 “피살된 건 헤즈볼라 파견원들”이라고 우긴다.
네타냐후는 레바논의 유엔군(UNIFIL, 유니필)이 헤즈볼라 공격의 인간방패 역할을 한다며 최근 부대 정문을 격파하는 등으로 15명의 부상자를 냈다.10월 초부터는 남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목표로 지상전까지 감행했고 레바논 북부에도 공습을 시작했다.
가자지구의 모든 민간인과 민간시설에 대한 공격과 살인을 하면서 “하마스 거점 공격, 하마스의 인간방패 격파”라고 주장한 것도 강제이주와 수용, 집단학살을 되풀이한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같은 맥락이다.
14일 유럽연합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7개 회원국 중 레바논의 유엔평화유지군 철수에 찬성하는 나라는 한곳도 없다며 이스라엘의 유엔군 철수요구를 거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의 UNIFIL을 공격해 부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이 이곳 유엔군 철수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거부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유엔사무총장 입국금지, 유엔부대 공격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민간인 사상자가 대량 발생할 때마다 비난성명과 정전 촉구를 해온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게 최근 이스라엘 입국금지를 발표했다. 시리아 레바논 등 모든 주변국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네타냐후는 전시내각의 총리로, 휴전이 이뤄지면 그동안의 유죄판결로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 유엔과의 싸움은 이 ‘중동 히틀러’의 마지막 업적이 될 것이다.
더 이상 히틀러의 광기를 닮은 무리한 침략과 집착이 성공사례로 남지 않게 하려면 그 시작은 사태의 진상을 세계인이 “기억하는 것”이다. 죽음의 나치수용소에서 ‘전쟁과 추억’(원제목은 전쟁과 기억)의 방대한 홀로코스트 저술을 남긴 유대학자 허먼 우크의 말이다. TV로 제작 방영된 28편의 드라마를 필자가 번역하면서 알게 되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히틀러도 계속해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