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AI와 원자력의 시너지 - 지속가능한가

2024-10-22 13:00:02 게재

인공지능(AI)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능력으로 숨어 있는 패턴, 연계성 및 비효율 등을 찾아내어 기업 경영에서 변화 추적, 결과 예측 및 시스템 행동 향상 등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능력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AI의 천문학적인 전력 사용을 고려하면 종합적으로 기후변화에 바람직한 영향을 주는지 확실하지 않으며 AI 산업과 기술의 확산을 고려하면 AI로 인한 기후위기 심화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최근까지도 원자력에너지는 적은 온실가스 배출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그린에너지가 아니며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퇴출대상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방사능 누출 사고는 그런 인식을 강화시켰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냉각시스템 오작동으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해 원자로가 폐쇄됐다. 이 사고로 미국민들 사이에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은 한개의 원자로는 40년 동안 가동되다가 천연가스와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낮아져 더 이상 가격경쟁력이 없어진 2019년 가동이 중단됐다.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2012년 이후 10개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가 문을 닫았다.

한편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로 누출사고로 모든 48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독일은 2011년 원자력 발전 퇴출을 선언한 후 2023년 마지막 3개의 문을 닫았다.

이처럼 탈원전과 탈탄소를 동시에 진행해 오던 각국의 분위기가 바뀐 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 정치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었다.

빅테크 기업들 원전에너지 확보 총력전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경쟁을 했지만 낮은 경제성으로 전세계 전기 생산의 9%에 불과했는데 화석연료 가격의 급등과 재생에너지의 품질 문제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고려 대상이 되었다. 특히 그 배경에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있었다.

정보통신(IT) 기술 발전과 활용은 전력수요의 급등을 불러와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데이터 센터의 가동과 냉각에 필요한 전력이 2030년까지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래 전부터 추구해 온 2030년 탄소네거티브 계획에서 후퇴하거나 아니면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늘여야 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AI 프로그램 및 데이터센터용 전력 확보를 위해 MS는 올해 9월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사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사와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경제적 이유 외에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전력 공급 특성에 비해 원자력에너지는 365일 24시간 안정적이고 일정한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에너지부는 2022년 가동 중단된 미시간주의 펠리세이드(Palisades) 원자로 재가동 계획에 15억달러의 대출을 승인함으로써 미국정부가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로, 2050년 넷제로를 위한 지원대상으로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은 신기술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줌으로써 원자로 재가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등 AI 기업들도 이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빌게이츠는 올해 6월 와이오밍주 케메르의 원자력발전소에 1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용으로 6억5000만달러의 원자력에너지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2054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원전 공급계약의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재가동할 수 있는 원자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형원자로(SMR)가 주목받고 있다. 구글은 올해 카이로스파워사와 SMR 건설계약을 체결해 10년 이내 사용을 개시하고 2035년까지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작년에 정부로부터 50년간 SMR 원자로 건설 허가를 처음으로 획득했다. 그러나 SMR도 기술적 불확실성과 경제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에너지원이며 원자력에너지가 재생에너지에 비해 확실히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인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없다.

재생에너지 확산 위해 국가가 나서야

앞의 사례는 구글과 같이 AI 기술에 미래의 사활을 건 기업들에게 안정적이고 충분한 에너지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미국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글로벌 패권 경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국가 전략의 일부로서 AI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9%밖에 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기후악당’이라고 불리고 있음에도 정부가 생존 전략에 절박함을 보이지 않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이려는 국가 넷제로 목표를 제시한 것은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미래의 기후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RE100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산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