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용 칼럼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에 국민 놀랐다

2024-10-24 13:00:01 게재

꼭 8년 전 오늘이다. 2016년 10월 24일 앵커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저녁뉴스 시간에서였다. JTBC는 태블릿 컴퓨터 자료를 근거로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받았다고 단독보도한다. 그날 이후 민심은 폭발한다. 수많은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규모 시위는 국회가 ‘박근혜 탄핵’을 가결시킨 12월을 넘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다음해 3월까지 계속됐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는 그로부터 2년 전인 2014년부터 거론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던 박관천이 최순실이 청와대 비선실세라고 폭로하면서 민심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7월 TV조선이 최순실의 재단법인인 미르재단과 그 모금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당시 국민 분노는 대단했다. 민심은 폭발했고 광장은 절규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촛불시민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엄청난 군중이 모였는데도 하나의 폭력도 없이 평화롭게 집회는 항상 마무리됐다. 당시 전세계 유명언론들은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격찬했다. 국내언론들도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8년 전을 회고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 각종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윤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통령 어깨 올라앉은 김 여사

최근 가장 화제의 인물은 윤 대통령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아니다. 바로 명태균씨다. 일부에서는 그를 대단한 정치기술자로 평가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는 ‘정치브로커’이다. 그는 3년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등을 통해 정치 초년생인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후보이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꺾는데 기여하는 등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론된다.

그런데 명씨에 의해 불거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과 ‘윤석열 후보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기로에 섰다는 말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나라가 망할까 걱정된다”고 마음을 졸인다.

21일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명태균씨가 윤 후보에게 수시로 보고했다고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한 대가로 2022년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 공천을 받아냈고, 김 전 의원은 그 대가로 명씨에게 자신의 국회의원 월급 절반을 지급했냐고 따졌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자금법 등 위반일 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 과정의 정당성마저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명씨와 함께 화제에 오른 인물은 단연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는 3년 전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학위취득 의혹 등으로 여론이 나빠지면서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조용히 내조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정권 출범 후에는 “대통령실을 윤 대통령과 함께 쓴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정 전면에 섰다. 시중에서 ‘윤석열 김건희 공동정부’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장님 무사’에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표현이 해괴하게 들리지 않는다. 강혜경씨는 국회 국감에서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은 ‘장님 무사’, 김건희 여사는 그 어깨에 올라탄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발언이다.

김 여사의 행보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내조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해 명품백 수수가 밝혀지면서 다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명태균씨에 의해 각종 공천과 인사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시중의 민심이 험악해졌다. 이에 골수 보수층에서도 김 여사 얘기가 나오면 눈살을 찌푸린다고 한다.

정권 위기 빠뜨릴 스모킹건 나올 수도

시중여론이 나빠지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고, 21일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한 대표는 냉대만 받은 채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 여사 거취 문제 등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콩가루 보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벌써 레임덕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 8년 전 태블릿 자료 같은 스모킹건이 나타날 경우 탄핵열차의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명씨 녹취록 등에서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결정적 발언이 공개되거나 의외의 폭로가 험악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크게 반성하면서 사과하고 국정을 민심 눈높이에 맞춰 운영하지 않을 경우 다수 국민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탄핵’이라는 ‘돌’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세용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