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더본코리아 청약 광풍, 그리고 ‘진공청소기 경제’

2024-11-05 13:00:01 게재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공전의 빅히트를 했다. 빅히트의 수혜자들은 많다. 매출이 수배 껑충 뛰었다는 출연 요리사들이 즐비하다. LG전자 등 협찬사들도 싱글벙글이다.

그러나 단연 최대 수혜자는 백종원 심사위원이다.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 공모주 청약에 11조8000억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의 청약경쟁률은 무려 772.80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3만4000원으로 공모가 희망 범위(2만3000~2만8000원) 상단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투자 광풍은 “백종원의 영향력이 미슐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세간 일각의 평가 때문이다. K-푸드 열풍에 기대 현재는 걸음마 단계인 해외매출의 폭발적 성장가능성을 주목하고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대목이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35.4%만 청약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15만주 이상의 실권주가 무더기 발생했고 이는 일반공모 물량으로 돌아갔다. 왜 정작 더본코리아 직원들은 청약 광풍을 외면했을까.

그 이유는 더본코리아의 매출 구성표를 보면 감지할 수 있다. 25개 브랜드 중 빽다방은 올해 상반기 매출 789억원을 거두며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2213억원)의 37.3%를 책임졌다. 뒤를 이어 홍콩반점(269억원, 12.7%), 롤링파스타(122억원, 5.8%), 역전우동(114억원, 5.4%), 빽보이피자(112억원, 5.3%) 순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빽다방과 홍콩반점을 제외하면 전체 25개 프랜차이즈 중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기록한 브랜드가 없었다. 25개 계열사 중에는 현재 점포가 0개인 곳도 있다.

더본코리아 매출의 1/3 이상을 빽다방이 차지한다는 사실은 더본코리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저가 커피시장은 대표적 ‘레드오션’, 즉 피바다이기 때문이다. 국제원두값 급등에도 1000원, 심지어는 900원대 커피까지 있다.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안개속이라는 의미다. 더본코리아 직원 3명 중 2명이 청약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본코리아 직원들이 청약 외면한 이유

또 하나, ‘진공청소기식 기업확장’에 대한 비판여론 분출 가능성도 대표적 잠재위험으로 꼽힌다. 백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다(多)브랜드 전략’ 고수 방침을 분명히했다. 계속 새로운 요식업종에 진출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돈만 되면 모든 요식업종에 진출하는 다브랜드 전략에 대한 비판여론도 상존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해당 업종의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자본력과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더본코리아 공세가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공청소기 경제’는 이미 다이소 논란으로 도마에 올라있다. 다이소는 일평균 방문객이 100만명, 매장수가 1500개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건물 전체에 다이소가 입점한 곳까지 출현할 정도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좋다. 초저가로 다양한 상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성장을 가능케 한 동인이다.

그러나 해당 품목으로 생계를 꾸려온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재앙이었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위기에 몰린 문구업체를 비롯해 동네 철물점, 영세 구멍가게 등이 타격을 입었다. 뒤늦게 ‘상생’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해당업체는 이미 줄도산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급속한 자영업자 붕괴의 한 요인으로 다이소를 꼽을 정도다.

‘진공청소기식’ 기업은 경쟁력과 확장력에서 강점이 있으나 취약점도 있다. 특히 오너 리스크가 크다. 산재사고가 빈발한 파리바게뜨가 SPC 회장 구속 후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으로 매출이 줄면서 문을 닫는 매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특히 ‘공정’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한번 찍히면 치명적이다.

파리바게뜨는 오랜 기간 골목빵집의 원성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공격적으로 매장을 수천개로 늘리며 승승장구했고 골목빵집은 초토화됐으나 오너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양상이다.

‘진공청소기 경제’에 대한 공포 계속 확산

‘진공청소기 경제’에 대한 공포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미용업계가 최근 발칵 뒤집혔다. 정부의 ‘공유미용실’ 허용 입법예고 때문이다. 미용실 영업장 한곳에 2인에서 50인, 100인 등 무한정 영업자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미용업계는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 450명당 미용실 1개 시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포화상태”라며 장외집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자본이 전국 중요 요지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최고급 인테리어로 100~200명 디자이너들이 근무하는 초대형 공유미용실을 오픈했을 때 주변의 영세 미용실은 불가항력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진공청소기 경제’는 승자독식 논리가 맹위를 떨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치가 ‘통제’ 또는 ‘조정’ 역할을 해야 하나 지금 정치인들은 이런 하찮은(?) 일에 신경 쓸 여력없이 대단히 바쁘시다.

뉴스앤뷰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