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의정갈등에 피로감”
서울대보건대학원 여론조사 결과, 국민 58% “의사 수 부족”… 과반 “정부 소통 부족”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민 대다수가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절반 이상이 의사 수 부족에 동의했지만 과반은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지난달 20~24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6%는 ‘의사 인력의 지역과 진료과별 배치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의사 수에 대해서는 57.7%가 ‘모자란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적정하다’는 26.9% ‘생각해 본 적 없다·의견 없다’ 8.9%, ‘적정 수준 초과한다’ 6.5%였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린 기존 정부안에 대해 응답자의 29.0%가 ‘증원 시기와 규모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7.2%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34.8%는 시기와 규모 중 하나만 동의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4대 개혁과제에 대해 △의료인력 확충(61.0%) △공정보상(63.3%)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69.0%) △지역의료 강화(76.3%)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모두 60% 이상으로 높았다.
응답자 다수(69.0%)는 정부와 의사집단의 갈등은 막을 수 있었다고 봤다. ‘사전에 정책에 대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신뢰도를 파악해 협력을 모색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61.9%)을 갈등 촉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응답자 과반(54.0%)은 현 상태로는 의정갈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전혀 다른 제3의 방안’(38.0%)이나 ‘정부안의 수정안’(35.4%) ‘의사단체 제시 방안’(14.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개혁 추진과 정부 접근법에 대해 ‘갈등과 문제가 있으므로 의료 개혁안을 수정하거나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는 응답은 45.4%, ‘의료개혁은 지속해야 한다’는 37.7%였다. ‘개혁안을 전문 백지화·무효화해야 한다’는 9.9%였다.
의정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0.0%나 됐다. 의정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엔 88.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52.4%는 ‘불안감과 우려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의정정책의 갈등 조정에 국민의 역할을 중요하다는 인식이 69.6%로 높았다. 하지만 응답자의 57.5%는 ‘정부가 정책과 갈등 상황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효과적 소통을 위해 ‘소통과 피드백’(34.1%)과 ‘소통 주체 구성과 태도’(28.7%)를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여전히 많은 국민은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의료개혁의 동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를 설계한 유명순 교수는 “국민과 환자의 정책 참여와 권한을 높이는 노력이 의료개혁 정책 성공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상황이 의정갈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는 답변이 53.8%로 나타났다. 변화없다가 37.0%였다. 의정갈등이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본 경우는 53.5%였다.
사태가 의료개혁과 의사증원 추진에 대한 영향은 ‘불리’가 44.7%, ‘유리’는 19.7%로 봤다. 기회도 위기도 아닐 것이라는 답변은 35.6%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올 2월 학계 정부 의사단체 등 관계자들을 초청해 보건의료정책 집담회를 열 예정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