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대 설립, 탄핵정국에 ‘발목’

2025-01-09 13:00:03 게재

정부 제시한 설립대학 완료

내년도 정원배정 장담 못해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갖췄는데도 탄핵 정국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전남도 등이 희망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태다.

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대학 통합에 전격 합의한 목포대와 순천대가 의대 정원 배분 등 의대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속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양 대학은 지난해 12월 31일 대학통합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의대 및 부속병원 설립 방안 △지역별 정원 배분 및 특성화 전략 △통합 대학 명칭 등이 담겼다.

관심을 끄는 정원 배정은 200명을 기준으로 양 대학이 1대1 비율로 나눠 운영한다. 또 지역별 산업구조와 생활 여건 등을 감안해 순천대는 산재와 재활, 응급의료 등 지역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목포대는 농촌과 도서지역 특성을 살린 공공의료 부문을 각각 강화하는 특성화 전략을 마련했다. 통합 대학 명칭 역시 지역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가칭 ‘국립한국제일대학교’로 정하고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해 확정할 예정이다.

신청서 제출에 앞서 양 대학은 지난해 11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대 설립에 필요한 예비 인증 신청서도 제출했다. 예비 인증이 이뤄지면 의대 설립과 운영 자격을 확보하게 돼 2026학년도 정원 배정이 가능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3월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가 없는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 대학이 의대 설립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췄는데도 신속 추진을 약속했던 대통령과 총리가 탄핵 소추되는 바람에 현재는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게다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을 확정하는 일정이 탄핵 정국과 맞닿아있다. 의대 정원은 오는 3월까지 확정해야 5월에 있는 대학 입시요강에 반영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일정이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전남도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헌법재판소가 오는 2월쯤에 탄핵을 인용할 경우 ‘4월 대선’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정책 결정이 대선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답답해진 전남도는 교육부에 새로 신설된 의대교육지원관과 소통해 국립 의대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교육지원관은 의대교육지원과와 의대교육기반과로 구성돼 의대 정원과 병원 지원 업무 등을 맡는다.

하지만 새로 신설된 조직이라 현재는 업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의대교육지원과 관계자는 “목포대와 순천대가 대학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직 업무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광주·전남 정치권과 협력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탄핵 인용 후 곧바로 의대 설립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지역 정치권과 연계해 교육부 등과 협의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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