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의사협회장 “의료개혁 중단” 주장 속 대화 여지
올해 의대 교육 가능 플랜 요구
환자단체 “환자 입장서 논의해야”
의정 갈등이 한해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새 회장에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이 당선됐다.
김 회장은 의료개혁 중단을 주장했다. 하지만 투쟁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해 정부와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9일 의협에 따르면 7~8일 오후 6시까지 전자투표로 진행된 제43대 회장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김 회장이 당선됐다.
앞서 탄핵된 임현택 전 회장의 잔여 임기인 2027년 4월 30일까지 2년 3개월 동안 의협을 이끈다. 결선투표에서 김 회장은 총 유효 투표수 2만8167표 중 1만7007표(60.38%)를 득표했다.
김 회장 당선 직후 “기관사가 하차한 폭주 기관차를 멈출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라며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은 궐위 상태이고 의료개혁이 잘못됐다는 게 밝혀졌다”고 밝히며 정부 정책의 중단을 요구했다.
의대 정원에 대해 김 회장은 “2025년도 교육 문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플랜, 입장이 나오면 2026년도(정원)에 대해 같이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휴학한 2024년 학번과 올해 새로 들어온 2025년 학번의 늘어난 인원에 대한 교육의 질을 담보하라는 뜻이다.
정부가 2차 의료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공청회와 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에 대해 김 회장은 “대통령이 유고여서 대통령 직속 특위는 없어야 하는 게 맞다”며 “의개특위 논의 내용을 지금 발표하는 것은 성급하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 이전에 계속 주장해온 의료개혁 중단 등의 연장선에서 발언이 이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김 회장은 “투쟁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정부에)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조만간 의협 내 의견을 모은 후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 회장은 “전공의와 학생들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의료정책의 중추가 되는 의사협회 구축 △의사의, 의사에 의한, 의사를 위한 의협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정상화 등을 내세웠다.
한편 의협 새 집행부에 의대정원 조정 등을 풀기 위한 시간 여유는 많지 않다. 5월 2026학년 대학별 모집 정원 공시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대학별 공시를 하려면 다음달 초에 총정원을 확정해야 한다. 지난해 총정원은 2000명 증원으로 예고했다.
의협은 의료계 안의 의견을 모으면서 정부와 대화하는 동시에 환자단체 다른 보건의료단체 등의 지지를 구하는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등은 국민 환자의 여론을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대보건대학원이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정부 의료개혁안’에 대해 ‘수정·추진 보류’가 45.4%, ‘지속’이 37.7%, ‘무효화’는 9.9%로 나타났다. 그리고 의사 수에 대해 ‘모자란다’는 인식이 57.7%, ‘적정하다’는 26.9%로 나타났다.
한편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료대란으로 국민과 환자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제 의정갈등을 풀고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6년 의대정원 조율 시간이 많지 않다. 국민과 환자 입장에서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새 의협회장 출범과 관련 “조속히 의정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하루속히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