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칼럼
윤석열의 ‘정신승리’에 멍드는 나라 앞날
현대 중국문학의 아버지 루쉰은 소설 ‘아큐정전(阿Q正傳)’에서 어떤 상황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아큐를 조롱했다. 아큐는 자기가 당한 수모와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는 동네 깡패에게 얻어맞아도 육체적으로는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저들이 나보다 수준이 떨어지므로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승리법’을 구사한다. 오늘날 흔히 쓰는 ‘정신승리’라는 낱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정신승리는 아큐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다. 정신승리는 아큐를 더욱 고립시키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 출석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관저에서 장기농성 중인 것은 전형적인 ‘정신승리’의 발로다. 여기에 역술인 무속인 극우종교인 같은 인물들의 혹세무민적 예언과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추종이 더해졌다.
대통령 출마 때부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은 탄핵소추된 윤석열이 석 달만 버티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농성을 부추겼다. 천공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 “(비상계엄령은) 국민을 위한 살신성인” 같은 말로 포장했다. 천공은 지난주 ‘국민 저항권’으로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늘어놓았다.
한 풍수지리가·관상가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2025년 운이 좋다고 점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는 오래전 윤 대통령의 관상 덕분에 국운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고 한다. 불법 비상계엄령으로 국격을 추락시킨 국가원수에 관한 예견치곤 생뚱맞다.
윤석열 농성 부추기는 주술사 종교인들
극우성향 목회자들이 윤석열을 감싸고 내란을 선동·선전하는 일도 빈번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극우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다. 그는 연일 계엄옹호, 탄핵반대, 윤석열 체포 반대 집회를 열고 가장 격렬하다. 그는 심지어 “(직무 정지가 풀리면) 대통령이 또 계엄령 새로 선포하면 된다”고 부채질한다.
윤석열을 예수에 빗대어 평가한 신학교수도 있다. 김철홍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고 그가 바로 하나님의 빛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흑암 가운데 있는 백성들에게 큰 빛을 비추어서 대한민국을 빛의 나라로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발걸음을 떼셨다”고 찬양했다.
윤석열의 멘토로 불리는 신 평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살아 돌아오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펼쳤다. 신 변호사는 “조금만 버티면 국내외적으로 더 큰 힘을 얻게 된다”면서 “헌법재판소 검찰 경찰 공수처의 압박에 굴하지 말라”고 대놓고 성원했다. 신 변호사는 (윤석열이) 설사 형사재판을 통해 수감되는 굴욕을 당할지라도 예언자적 점지력을 보유했기에 옥중에서 보수진영을 이끌 것이며 4년 중임제 개헌이 이뤄지면 국민의 뜻에 따라 또다시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윤상현 김민전 같은 여당 정치인들의 아부성 극우 주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주술과 미신을 즐기는 윤석열 부부에게 이런 혹세무민적 응원 언동은 헛된 만용을 심어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아큐가 정신승리법이 깨질 때마다 새로운 정신승리법을 만들어 내듯이 윤석열의 ‘정신승리’도 다양한 법꾸라지 꼼수로 나타난다.
윤석열의 ‘정신승리’가 길어질수록 나라 장래는 멍투성이로 뒤덮인다. 가장 중요한 경제부터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매듭짓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가 나락에 빠지기 쉽다.
대외신인도가 추락해 환율이 치솟고 물가는 올라간다. 기업경영 여건은 더 어려워지고 실업률은 늘어난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파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수없이 나올 수 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 비상계엄을 ‘GDP 살인자’로 묘사했다. 두려운 점은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명이 시간을 두고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던 결론이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윤석열의 변호인단은 나라 경제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외교도 어려워졌다. 외교 난제 가운데 하나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트럼프에 대응할 사령탑이 없다.
민주주의 공든 탑 훼손 걱정스러워
극우 유튜버들의 극성으로 말미암아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공든 탑이 훼손되는 일이 더욱 걱정스럽다. 윤석열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극우 유튜브 채널의 주 시청자가 극단적 지지층이나 고령층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일간지의 최근 조사 결과 유명 유튜브 채널들을 고령층보다 20~40대가 더 많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유튜버들이 극성을 부리면 음모론이 창궐해 민주주의는 한결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