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률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제언

2025-01-15 13:00:03 게재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개업 변호사수는 2.5배 이상 늘었다. 그렇지만 필자가 봤을 땐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수가 늘거나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변호사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광고가 성행하다 보니 국민들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마케팅 회사나 대형 포털사이트만 이득을 보는 행태로 변질되는 것 같다.

온라인 광고가 성행하기 이전에는 지인 등을 통해 이미 검증된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변호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상당히 늘었다. 원래 온라인 광고는 지인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성범죄 등을 주로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법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는 검색 키워드의 상위 노출을 위해 키워드별로 입찰을 받는데 인기 있는 키워드의 경우 입찰가격이 한 클릭당 거의 2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렇게 온라인 광고비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오게 된 주된 원인은 온라인 광고로 성장해 전국적인 분사무소를 둔 소위 ‘네트워크 로펌’의 등장이다. 네트워크 로펌은 초기에 이렇게 큰 성장세를 이루지 않았지만 점차 온라인 광고 규모를 확대하고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해 이를 광고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 전국 분사무소를 두고 있고, 광고비로만 한해 10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지출하고 있다.

'네트워크 로펌'의 폐해 심각

법률소비자들은 이러한 네트워크 로펌의 현란한 광고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망 구축을 강점으로 내세워 특히 지방에서는 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을 일종의 생태계교란종으로 취급한다.

물론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법률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면 모르겠지만 전국망을 유지하고 광고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거액의 광고비를 부담하려면 소속된 변호사수에 비해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해야 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개별 법률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네트워크 로펌에 있다가 나온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면 담당하는 사건이 많아 업무량이 과중해 퇴사하는 변호사가 잦고 한 사건에서도 담당변호사가 3번 이상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네트워크 로펌에 소속된 전관 출신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경력이 낮은 변호사에게 맡기니 이러한 곳에 중요한 사건을 맡긴 법률소비자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1월 20일 있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의 후보들 모두 공통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네트워크 로펌’의 광고·운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선출된 회장이 업계질서를 교란하고 법률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네트워크 로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이 피해 줄이는 길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법률소비자 역시 화려한 광고나 전관 출신 변호사가 다수 포진해 있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상담비를 여러번 지출하더라도 직접 발품을 팔아 여러 변호사를 만나보면서 자신이 가장 신임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중에 더 큰 피해를 줄이는 길일 것이다.

윤수복 법무법인 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