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2025 CES 젠슨 황의 키노트
가전정보기술전시회(CES) 2025가 막을 내렸다. 인공지능(AI)이 화두였다. 미국 중국 등 선두업체들의 기술적 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수적 참여는 많았지만 기술선도자 모습은 없었다. 기술적 도약이 숙제로 남았다.
올해 CES의 대표 이벤트는 엔비디아의 재등장, 공식 개막 전야제에 진행된 젠슨 황의 오프닝 키노트가 아닐까 한다. 젠슨은 이번에도 가죽자켓을 입고 등장해 엔비디아의 성장 스토리를 6년 간격으로 설명했다. 1993년 일본 세가의 ‘스트리트 파이터’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 1999년 프로그래밍 그래픽처리장치(GPU), 2006년 쿠다(CUDA), 2012년 알렛스넷까지 마치 계획된 것처럼 혹은 필연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라는 식으로, 결과의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알렉스넷 이후 인지AI(Perception AI)를 시작으로,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기반 생성형AI(Generative AI)를 거쳐 에이전트AI(Agentic AI) 시대에 이르렀음을 천명했다.
젠슨 황, 가까운 미래 피지컬AI(Physical AI) 시대 도래 선언
에이전트AI는 컴퓨터로 작동되는 비서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는 화상회의를 녹음하면 AI가 회의록 후속조치 등을 정리해 참석자들에게 보낸다. 동시통역도 제공해 다른 언어 사용자들도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 과거 사람이 하던 일을 생성형AI로 대체하고 있다. 조직과 기업의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성은 높아졌다.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전트AI를 도입한 기업은 평균 1달러 투자로 3.7달러의 수익을 얻는다.
젠슨은 에이전트AI에 이어 피지컬AI(Physical AI)라는 용어를 과감하게 내놨다. 에이전트AI가 인간의 두뇌활동을 대신한다면 피지컬AI는 인간의 육체활동을 대신한다. 가까운 미래에 출현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로봇이 필수다. 엔비디아는 로봇이 정확히 인지·판단·행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을 시키는 플랫폼(NVIDIA COSMOS)을 발표했다.
AI로봇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전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만든 로봇의 훈련용 AI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AI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도 자신들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을 살려 AI 개발 플랫폼을 가장 빨리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2013년 여름 젠슨 황과 타운홀 미팅의 추억
젠슨은 이 모든 걸 언제 알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10년 전 필자가 엔비디아 근무할 당시 경험에서 찾아볼까 한다. 2013년 여름경 엔비디아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래픽 카드 불량 문제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창업한 지 20년, 성장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어느날 젠슨은 한 사업부 전직원을 모아 타운홀 미팅을 했다. 그는 해당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 사업부는 당시 엔비디아 매출의 1/4을 책임지고 있었다. 젠슨은 직원들에게 “이제 당신들은 AI와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혼다의 아시모 휴머노이드팀을 만난 이야기로 한 시간 넘게 미팅을 이끌었다. 젠슨의 머리속에만 있던 생각이 처음으로 회사 내 직원들에게 공유된 순간이다.
그때 구호가 큰 어젠다를 만들었다. 그 토대 위에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간 결과 현재 회사가치가 수백배, 사업 규모가 수십배 성장했다. 2013년 여름의 선언이 2025년 현재와 미래사업의 형태 규모 가치를 결정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그 영향은 단순히 회사 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만들었다.
앞으로 또 어떤 기업가가 10년 후를 예측하고 준비를 시작할까? 그중에서 한국 기업가가 있을까? 2025년 젠슨 황의 키노트를 보면서 2013년 여름 타운홀 미팅이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만의 경험이겠지만 10년 후에는 한국의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들의 경험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