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원광대 의대 사실상 ‘불인증’

2025-01-15 13:00:30 게재

1년 간은 인증 유지

나머지 14곳은 통과

원광대 의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의학교육 평가인증 중간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교육계에서는 정원이 많이 늘어났거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대를 중심으로 의평원 평가에서 탈락하는 학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평원은 15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원광대 의대 1곳에만 ‘인증유형 변경’ 판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교육부가 지정한 평가 기관인 의평원이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증(6년·4년·2년)’ 또는 ‘불인증’ 판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중간평가는 의평원 규정에 따라 인증유지 중인 대학을 대상으로 인증 후 2년마다 실시한다.

원광대 의대는 기존에 인증을 받았지만 인증유형 변경으로 사실상 ‘불인증’ 판정을 받았다.

의평원은 원광대의 인증유형 변경 사유에 대해 “교육의 질 관리 기능이 미흡해 대학의 평가인증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필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불인증을 받은 의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다시 인증을 얻기 전까지 신입생을 못 뽑는다. 다만 인증유형 변경에는 유예기간이 있어 원광대는 올해 3월 1일부터 1년간은 인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광대는 의평원 지적 사항을 기간 내에 보완해 내년 2월 전까지 다시 평가를 받으면 된다.그러나 재평가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원광의대 졸업생들은 의사국시 응시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험 커뮤니티 등에는 원광대 의대 진학을 고려하는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2017년 서남대 의대가 불인증을 받고 이후 재평가를 스스로 포기해 이듬해 폐교됐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원광대에 서남대 사례를 적용해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서남대의 경우 당시 재정 악화와 재단 비리 의혹으로 재평가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원광대의 경우 의대증원 여파로 전공의와 교수들이 이탈하면서 평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광대 의대는 정부의 증원 정책으로 기존 정원 93명에서 57명이 늘어나 정원이 150명으로 늘었다.

지방 의대 사이에서도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의대 증원 이후 첫 평가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기 때문이다.

의평원은 의대에 의학 교육에 주요한 변화가 있는 경우 평가를 진행한다. 이번 평가는 기존 정원 대비 10% 이상 증원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 의대는 지난해 11월 30일 주요 변화를 반영한 교육 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했다. 일부에서는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된 의평원이 깐깐하게 평가해 불인증받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강원대·건국대·경상국립대·고려대·동아대·을지대·이화여대·인제대·인하대·전남대·전북대·중앙대·한림대 의대와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등 14곳은 인증이 유지됐다.

8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정기평가’에서는 6곳(가톨릭대·경희대·동국대·부산대·성균관대·한양대)이 ‘4년 인증’ 판정을, 2곳(가톨릭관동대·서울대)은 ‘2년 인증’ 판정을 받았다.

2년 인증은 일부 기준을 미충족해 2년 내 개선이 필요한 의대에 부여한다. 4년 인증은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으나 대부분 기준을 충족한 곳에, 6년 인증은 모든 기준을 충족해 안정성을 갖춘 곳에 주어진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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