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 기업인 열전 ① 박유진 에싸(ESSA) 대표

패브릭소파 대중화 개척…창업 5년만에 1000억원 돌파

2025-01-15 13:00:08 게재

‘에싸’ 출시 5년만에 국내 패브릭소파 1등 브랜드

무독성 접착제·에어리폼 등 소파소재 자체개발

가업승계 않고 동일업종에서 독립해 독자 행보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세계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혁신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소파는 집안 거실의 중심이다. 부모세대는 가죽소파가 대세였다. 요즘엔 기능성 원단을 입힌 패블릭소파가 유행이다. 디자인과 색감도 매우 다양해졌다. 소파시장이 가죽에서 패블릭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패블릭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는 ‘에싸’(ESSA)다. 에싸는 패블릭소파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5년전 출시되며 본격 패블릭소파 대중화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배우 박서준이 광고에 등장하면서 ‘박서준 소파’로 불린다.

에싸 제조사는 브랜드명과 똑같다. 2023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불황기에도 전년보다 27% 가량 성장했다. 회사설립 5년만에 일군 성적이다. 특히 소파 단일품목으로 달성한 것이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목표는 1600억원이다. 에싸의 질주는 이제 시작하는 셈이다.

박유진 에싸 대표가 남양주시 본사매장에서 소파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박서준 소파로 유명세 = “소파는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다. 최고의 품질로 편안함을 제공하려 노력해 왔다.”

지난해 12월 17일 남양주 직영매장에서 만난 박유진 대표는 ‘품질 혁신’을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에싸는 패브릭소재 품질부터 남다르다. 주요 원단은 ‘오코텍스 100 인증’의 ‘클래스 1등급’을 받은 친환경 소재만을 고집한다. 과불화합물질(PFC)을 완전 배제한 원단이다. 방수나 코팅 기능을 높이기 위해 탄소와 불소를 결합해 사용하는 PFC는 최근에도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에싸소파 원단은 신생아가 물고 빨아도 전혀 해롭지 않다”고 자신했다.

에싸 원단은 정전기를 이용해 원사를 수직으로 촘촘하게 세워 심는 플로킹공법을 두번 반복한 더블 플로킹공법으로 만든 카시미라(KASHMIRA) 패브릭이다. 플로킹 패브릭은 연잎효과로 인해 물이나 음료가 스며들지 않는다. 표면에 수성사인펜이나 이물질이 묻어도 물에 적신 천으로 닦으면 된다. 카시미라 패브릭은 FITI시험연구원의 항균도실험에서 99.9% 세균이 사라졌을 정도로 향균력도 뛰어나다.

에싸는 반려동물 소파로도 유명하다. 에싸의 기능성 패브릭은 20만~25만회 내마모성 시험을 거쳤다. 강아지가 긁어도 안전하고 배변 실수를 해도 닦아내면 그만이다. 실제 사용자 경험담에서도 확인된다.

에싸는 R&D센터를 구축해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편안한 소파를 연구한다. 수만번의 시험을 거쳐 최적의 착석감을 찾고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오랜시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에싸소파는 접착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직접개발한 무독성·무방향 접착제 덕이다. 국내 본드제조사들이 고가의 무독성·무방향 접착제 개발에 나서지 않자 독자개발에 나서 성공했다.

‘에어리폼’도 특허 출원했다. 최고의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탄생했다. 매트리스에서 자주 쓰이는 메모리폼을 독자기술로 성형 가공한 에어리폼을 만들기 위해 수개월간 땀을 훌렸다. 에어리폼을 적용한 ‘카리브소파’는 현재 에싸소파 중 최고 인기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품질위해 100% 국내 생산 = 에싸의 성장에는 박 대표의 통찰력과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대표는 어린시절 가구공장이 놀이터였다. ‘자코모’ 브랜드를 일군 재경가구산업 박재식 회장과 박경분 부회장이 부모다.

10대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세계 3대 가구박람회 등을 경험했다. 시장과 제품 분위기를 자연스레 익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국내에 들어와 20대 중반부터 14년간 자코모에서 근무하며 실무를 배웠다.

이 과정에서 패브릭소파의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당시 패브릭소파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상황이었다. 박 대표는 오히려 기회로 봤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2019년 3월 패브릭소파 전문기업으로 에싸를 설립했다.

그는 패브릭소파에 대한 관리 걱정만 해결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해답은 해외 고기능성 원단에서 찾았다. 국내에서는 만족할만한 고기능성 원단이 없었다. 박 대표는 유럽에서 원단을 들여와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했다. 100% 국내생산 원칙을 세웠다. 최고품질 유지를 위해 이 원칙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박 대표는 “소파 제조특성상 수작업이 상당하다.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만든다면 원가절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제품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에싸 매출성장세가 가파랐다. 창업 3년만에 부모(자코모) 매출을 뛰어 넘어 소파브랜드 1위에 올랐다. 2023년엔 매출 10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2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올해 목표는 1600억원이다. 이를위해 신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AI시대에 발맞춰 AI 음성비서를 통해 제어하고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2세가 부모 지분을 승계하지 않고 동일업종으로 독립해 부모와 경쟁하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보통의 2세들과는 결이 다르다.

‘품질에 대한 진심’을 담은 박 대표와 에싸의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남양주 =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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