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탄소중립·ESG 규제 강화 … 중기 대응능력 키워야

2023-12-28 10:56:02 게재

글로벌기업 RE100 요구,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수출기업 77.2% "원청기업 ESG 실사대비 수준 낮다"

이노비즈협회 좌담회 "국내외 규제정보 통합시스템 필요"

세계시장에서 사회·환경·지배구조(ESG)와 탄소중립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유통망에 탄소중립 계획을 요구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기술혁신중소기업협회와 옴부즈만지원단은 수출중소기업의 규제애로를 발굴해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기술혁신 중소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기술혁신중소기업협회 제공


3년전 국내 선박안테나 수출기업 A사는 유럽 선주로부터 탄소발자국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김 수출기업 B사도 거래하는 외국 유통업체로부터 RE100(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계획)을 요구받았다. 유통업체는 투자사로부터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10%), 탄소발자국(제품의 생산 유통 폐기까기 제품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요청받았던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에서 요구하는 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결국 ESG경영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다.

◆수출기업 52% 미흡 = 이러한 세계시장 흐름은 국내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동차기업 BMW와 볼보는 국내기업들에게 'RE100'을 요구했다. 이를 실현하지 못한 기업들은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앞으로 볼보에 납품하려면 RE100 실천방안을 담은 'RE100 목표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한상의의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실사 대응현황과 과제'(202년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52.2%는 향후 공급망 내 ESG경영 수준 미흡으로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 수출기업 대응은 부실한 상황이다. 원청기업의 ESG 실사에 대비하는 수준이 '낮다'는 응답이 77.2%였다. '높다'는 답변은 22.8%에 불과했다. 대응체계가 없는 기업이 58.1%로 절반이 넘었다. '사전준비 단계' 기업은 27.5%에 그쳤다. RE100과 ESG 등이 글로벌 공급망 현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2021년 11월 기술혁신중소기업협회(이노비즈협회) 조사에 따르면 ESG 대응을 위한 관련 목표나 전략을 가지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10.3%에 그쳤다. 계획 미수립에 대한 이유로는 중소기업과의 낮은 연관성(47.8%), 상이한 평가 기준(47.0%), 모호한 범위와 개념(45.4%), 추가 비용 부담(38.6%) 등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공급망 ESG 실사현황 연구' 보고서(2023년 2월~3월 조사)에서도 국내 중소·중견기업 500개사 중 ESG 실사 의무화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59%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유럽연합 CBAM 관련 중소기업 현황조사'(2023년 10월)에서 중소기업의 69.0%는 기업의 환경·사회적책임 강화 필요성 강화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54.9%는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탄소중립으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이 회사경영에 부담된다는 응답은 73.4%에 이르렀다.

◆정부정책 강화 필요 = 대기업은 시장변화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탄소중립과 ESG 강화는 경영위험요인이다. 대응능력이 부실한 탓이다. 정부지원책이 필요한 이유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가장 필요한 CBAM 지원정책으로 교육 설명회 등 정보제공(56.3%)이라고 응답했다. 배출량 산정·보고 관련 컨설팅(31.7%), 핫라인 등 상담창구 신설(18.75) 순으로 나타났다.

이노비즈기업은 탄소중립 대응 촉진을 위해 △투·융자 보증 등 금융지원(37.6%) △조세지원(37.2%) △보조금 등의 자금지원(32.3%)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중소벤처기업의 적극 대응이 절실하다"며 정부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노비즈협회는 지난 15일 옴부즈만지원단과 함께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수출기업의 국내외 환경규제 및 인증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는 "중소기업이 탄소중립 관련한 규제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제공 포털과 제품이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부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윤규 중소기업정책개발원 ESG단장은 "유럽연합의 CBAM 시행과 제품의 전과정평가(LCA), 환경성적표시(EPD)인증 제도는 국내 수출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최 단장은 "중소기업의 탄소경영 교육과 저탄소 지도자격제도 도입 등 정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법인 바른 소속 김미연 변호사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여러나라의 규제변화를 파악해 중소기업 공유하고 환경규제 대응 컨설팅, 친환경제품 우대 등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2만3000여개사를 관리하는 이노비즈협회는 작년 5월부터 중소기업옴부즈만과 중소기업 규제애로 발굴개선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기업현장방문 설문조사 간담회 전문가자문 좌담회 조사연구 등을 통해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 98건의 규제를 발굴해 이중 33건을 정부부처에 건의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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