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
2024
결코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많은 논객이 이러저러한 시각에서 다양하게 다루어 온 주제다. 그래도 거듭 곱씹어 봐야 할 주제다. 곱씹어 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면서 새로운 과제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가까운 지인 중에는 의외로 민심대폭발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믿는 경우가 꽤 여럿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16년 가을 촛불항쟁 폭발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이들은 지금의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그에 따른 국민 지지율 모두가 2016년 가을 박근혜정부 때보다 훨씬 심하다고 본다. 정부를 향한 민심의 분노 정도가 훨씬 강렬한 만큼 폭발은 필연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민심은 얼음장처럼 차갑기 그지없다. 요지부동이다. 왜 그럴까?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과학적 분석이다. 세 가지 지점에서 인과관계를 파헤쳐보자. 먼저 젊은 청년세대 동향이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청년세대는 역사의 고비마다 선두에 나서 돌파했다. 일제 강점기
11.25
30년 만에 독일 경제가 다시 ‘환자’로 조롱받고 있다. 1990년 당시 평화통일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축제를 할 때부터 독일경제가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다. 동서독 격차로 인해 천문학적 통일비용과 더불어 과도한 복지로 경제가 휘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8년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가 물러나고 중도좌파인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집권했다. 당시 독일경제는 ‘유럽의 환자’라고 영국 등 주변국과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으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슈뢰더 총리는 승부수로 ‘아젠다 2010’과 ‘하르츠 4’라는 구조개혁의 칼을 빼어들었다. 사민당 지지층으로부터 욕설을 들으면서도 그는 복지축소와 경제개혁을 성공시켰다. 이후 독일경제는 다시 비상하기 시작했고 그 과실을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따 먹었다. 지금의 독일경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30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증세를 살펴보면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액이 독일경제의 중심축인 자동차산업이 -1
11.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내려졌다. 예상보다 중형이 나왔다는 평가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 전문가들은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가 이 대표에게 더 부담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징역형 선고 직후 장외규탄집회에서 “나는 살아있다”고 지지층들을 안심시켰지만 위증교사 재판에서 유죄선고가 내려진다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환경은 달라진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성진 판사 재판부의 판결문 내용이 매우 꼼꼼하고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2심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기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 분석까지 나온다. 여기에 지난 19일 경기도 법인카드유용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는
11.21
4.19혁명은 4.25대학교수단시위가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시국선언에 이어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인 교수들의 행동은 계엄령 선포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대규모 시위에 다시 불을 붙였다. 대학교수단 시국선언 이틀 후 이승만정권은 붕괴했다. ‘1987년 체제’와 ‘촛불정권’ 탄생 과정에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기름과 나침반 역할을 한 것도 비슷한 예다. 1986년 3월부터 시작된 대학교수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 시국선언은 6월항쟁과 6.29선언으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은 촛불항쟁과 탄핵으로 각각 실현됐다. 현대사의 큰 고비마다 등장했던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 러시가 최근 다시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월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 한양대 숙명여대 인천대 전남대 충남대 가톨릭대 목포대 아주대 경희대 공주대 남서울대 고려대 국민대 대구대 안동대 전주대 경북대 중앙대 등으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
11.20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6월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을 통해 부산이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정책은 여전히 기존의 획일화된 개발 및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했던 ‘개발-성장’ 모델을 따르며 핵심적인 인문학적 성찰을 놓치고 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시대정신이 초래한 결과가 바로 지방소멸 현상인데도 그 극복 대안은 여전히 경제발전 담론으로 수렴되어 지방이라는 공간은 사유와 성찰의 장이 아닌 계획과 개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대도시인구를 먹여 살리는 농어촌 지방이 오히려 대도시에 식민화되는 역설이 초래되었으며, 이는 지방소멸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 주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경제적 부(富)와 공간적 빈(貧)이라는 참 불편한 모순의 공존이 목도되었기에 분명 이러한 딜레마를 직시하고 숙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책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1.18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신외감법은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감사보고서 품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다수의 연구 결과 이러한 목표는 상당 부분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제도가 정착하고 본래의 효과를 지속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감사 품질은 크게 ‘전문성’과 ‘독립성’으로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신외감법에 ‘등록회계법인제’와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했다. 등록회계법인제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감사인만이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해 전문성을 담보하려는 제도다. 주기적 지정제는 금융당국이 기업 감사인을 직접 지정함으로써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설계되었다. 현재 등록회계법인은 41개이며, 이들이 상장사 감사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은 기존 자유수임제보다 더
11.15
도(道)를 설명한 말 중에 개인적으론 ‘밭둑’이 떠오른다. 밭둑은 이웃한 주인이 밟고 지나다니는 길이다. 경계선을 중심으로 이웃은 서로 자신의 땅을 한 뼘이라도 더 늘리려고 야박하게 삽질한다. 도가 있는 시대에는 밭둑이 넓어지고, 도가 없는 시대에는 밭둑이 면도날 같아진다. 서로 제 이익만 늘리려 하면 걸어다닐 공간도 없어질 정도로 둑은 좁아진다. 도는 곧 길이다. 밭둑의 넓이는 이(利)다. 이를 생각하면 의(義)를 잊는다. ‘견리망의(見利忘義)’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다.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는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다. 이 앞에서 의를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에 앞서 이를 먼저 챙기는 게 솔직한 세상사일 수도 있다. 견리사의는 안중근 의사의 글로도 유명하다. 안중근 의사는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뤼순 감옥에 투옥됐을 때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11.14
윤석열 대통령 거취가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분기점은 7일 기자회견이다. 임기 절반이 지났지만 취임 초부터 제기된 정책 실패와 독선 무능 오만 등이 켜켜이 쌓여 지지율 10%대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기자회견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분수령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보인 상상 이상의 태도와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없던 기대마저 접게 만들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지금까지 통치의 궤적으로 볼 때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탄핵, 임기단축 개헌, 하야 등 정치에서 금기시되는 단어들이 예사로 나오는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김건희특검법에 대해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게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다. 그는 당시는 여당이 찬성했기 때문에 합헌이고, 지금은 여당이 반대하므로 위헌이라는 모순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논리를 내세운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김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를 지켜보고 미
11.13
미국 대선이 트럼프 승리, 해리스 패배로 결말이 났다. 트럼프는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넘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26명의 선거인단에 그친 해리스를 제쳤다. 전국 득표율도 트럼프 50.5%, 해리스 48%로 트럼프가 2.5%p 앞섰다. 전체 득표수는 트럼프 7465만표, 해리스 7092만표다. 트럼프의 득표수는 2020년 대선 득표수 7422만표와 큰 차이가 없다. 해리스의 득표수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득표수 8128만표에 비해 1036만표 이상 줄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지지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4년 전 대비 1000만표나 줄었기 때문에 승부가 정해졌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이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라는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고 견고하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우선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결집력이 여전히 강하고 트럼프 개인의 리
11.11
검찰이 무너졌다. 공정과 법치를 외치며 범죄 앞에 정의를 세우겠다던 검찰이 또 정치권력에 굴복했다. 아무리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전직 검사이지만 이건 아니다. 국가가 대통령 부부, 그리고 그들과 친분을 공유하는 사람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도대체 검찰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검찰은 4년을 끌며 수사해오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불기소결정을 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숙고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범의 진술과 사건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고검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의혹 무혐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이 자신의 조직에 비호의적인 세력으로 향했던 정치적인 수사와 기소 사례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죽음을 부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법원의 조정에 응한 KBS 전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온 사건,
11.08
알프레드 노벨은 죽기 1년 전인 1895년 11월 27일 파리에서 유언장을 작성한다. 유산을 기금으로 조성하고 그 이자를 5등분해 매년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다섯 분야에서 인류를 위해 최대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되 국적을 불문하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라고 한 것이다. 그의 5주기 기일인 1901년 12월 10일 최초 노벨상이 수여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노벨상은 세계 최고의 영예지만 당시는 유가족의 유산상속 불만과 스웨덴 국민들의 국부유출이라는 엄청난 반대와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노벨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 평화상은 노벨재단이 아닌 노르웨이 의회가 선정하고 수여한다는 점, 경제학상은 노벨이 지정한 분야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공학상은 없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은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타당하다고 생각되지만 지금 세계를 바꿔나가는 분야가 공학임에도 공학상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11.07
정국이 한층 더 혼미해지고 있다. 윤석열정권 발 위기가 가져온 현실이다. 출범 이후 내내 정권을 괴롭힌 배우자 리스크에 최근 공천개입 의혹 등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무책임하고 미온적인 대응이 연쇄·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다다른 상황이다.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대학교수들이 연이어 시국성명을 내면서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장외로 나와 대구모 대중집회를 열면서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그간의 과오를 희석할만한 국정성과를 찾기 어려워 윤석열정권이 상황타개를 주도하기가 쉽지 않다. 출범 후 선보인 것은 의료공백과 세수 결핍, 빈번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호전적인 대북한 인식과 태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내외 정치사회적 상황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정운영의 미숙함과 무능함, 그리고 정치적 어리석음과 무지함뿐이다. 총선 대패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은 무도함도 드러냈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는데, 10%대로 하락한 국정지지도는
11.06
최근 ‘팔도 주무관’이라는 3부작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4명의 출연진들이 지자체의 9급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투입되어 해결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실제 공무원들이 겪는 현장과 일상을 경험하면서 지역의 현실을 체감한다. 면사무소에서는 5000평 규모의 고추밭에서 고추를 수확한다. 벌집 제거, 전구 교체 등 주민들이 생활민원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홍보팀에서는 귀농인을 위해 굴착기로 배수로를 파기도 하고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니즈를 파악한다. 행정서비스 개선점을 단체장과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밤하늘보호공원 등 지역 특색을 어떻게 외부에 알릴 수 있을까 등 효과적인 지역 홍보방안을 고안한다. 인구정책과에서는 늘어나는 빈집들을 리모델링을 하여 청년과 젊은 가족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인책을 강구한다. 문화관광과에서는 MZ세대를 겨냥한 관광 콘텐츠를 기획한다. 스트레스 해소, 힐링, 볼거리, 놀거리, 숙박 등
11.04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생명의 기본 구성요소인 단백질을 이해하고 조작하는데 혁명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전산 단백질 설계’ 분야에서 공적을 인정받은 데이비드 베이커와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공적을 인정받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와 존 점퍼가 그들이다. 이들의 획기적인 연구는 수많은 생물학적 과정에서 자연의 화학 도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바로 자연이 어떻게 2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긴 사슬을 비틀고 접어서 복잡하고 유일한 3차원 구조를 갖는 단백질을 만드는지를 ‘계산’을 통해 흉내낼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어떤 단백질은 근육 또는 깃털을 형성하는 화학적 구성 요소가 되고, 다른 것들은 호르몬이나 항체, 효소가 되기도 한다. 화학자들은 19세기부터 단백질이 생명과정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
11.01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빈번해지고 국회권력과 대통령권력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필두로,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 및 처우 개선 등을 독자적으로 규정한 ‘간호법안’도 윤대통령에 의해 거부됐다. 전문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고 특정직역을 차별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여야 합의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채수근 상병 사건에 관한 특검 임명을 내용으로 하는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야당이 특검 후보자를 독점적으로 추천해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윤 대통령은 임기 시작 이후
10.31
지금까지 신약 심사는 최대 400일 이상이 소요됐다. 6~8개월 정도 걸리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1년, 길게는 2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신약’이 ‘헌약’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장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의약품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특히 신약, 신의료기기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심사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제약·의료기기 업계에서는 허가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업의 수수료로 부담하고 대신 전문 심사인력을 대폭 충원해 신약 등의 허가를 신속하게 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에 부응해 식약처는 신약, 신개발 의료기기 허가·심사 수수료를 대폭 올려 심사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신약 등의 허가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의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주요골자는 기존
10.30
202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 협의회’(피단협)다. 1956년에 출범한 ‘피단협’은 핵폭탄이 실제로 사용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사용을 금기시하는 국제규범이 약화되는 현실에서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 발생하는 참화에 대한 기억을 세대를 넘어 보존하고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피단협의 활동을 평가했다. 10월 11일자 아사히신문은 피단협의 수상을 유럽 중동 동북아에서 현실적으로 핵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노벨위원회가 가진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해설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여야 좌우를 막론하고 일본 사회각계 지도자들은 걸핏하면 일본이 세계 유일의 핵공격을 경험한 피폭국이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피단협의 노벨상 수상은 물론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일본인이 기뻐하는 경사다. 그러나 피단협이 상
10.28
노동계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한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1996년 말 김영삼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자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응수했다. 총파업 투쟁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김영삼정부를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주노총은 일약 세계 노동운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민주노총의 영문 약자인 KCTU는 반신자유주의 투쟁 승리를 상징하는 로고가 되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계 양극화 심화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노동계를 집어삼켰다. 노동계는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해 정리해고 도입과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법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뒤이어 노동 현장에는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고 비정규직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더 이상 노동자의 안전한 방패막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노동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이 모든 결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10.25
1960년 4월혁명 이후 우리 사회는 여섯차례 ‘혁명적 상황’을 겪었다. 1964~1965년 한일협정반대운동, 1971년 교련반대운동,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민주항쟁, 2016~17년 촛불항쟁이다. 앞의 네 차례 상황은 비상체제하에서 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나머지 두 차례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해소됐다. 6월민주항쟁은 직선제 개헌으로, 촛불항쟁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각각 수습됐다. 5.18민주화운동까지의 네 차례 국민적 저항은 대일굴욕외교 중단, 교련 반대, 유신 철폐, 비상계엄 해제 등 특정 이슈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도하고 그 이론이나 조직 등을 갖지 않은 점에서 혁명적 상황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저항 대상인 독재권력이 계엄령과 위수령을 발동하는 등 ‘혁명적 대응’을 한 셈이다. 6월항쟁 국면과 촛불항쟁 시기의 상황은 이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혁명적 요구가 있었고
10.24
지난 21일은 ‘경찰의 날’이었다. 이날만큼은 경찰관들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하는 축하와 격려로 가득 찬 하루였다. 시민과 경찰이 서로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쉼 없이 낮과 밤을 번갈아 국민의 곁을 지켜온 경찰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란다. 기념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후에 다시 언급한 것처럼 고(故) 이재현 경장을 비롯한 네 명의 경찰 영웅의 유가족에게 수여된 ‘경찰영웅패’는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인류가 인공지능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본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생각의 심연에 잠기곤 한다. 인간본성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본성을 상징하는 얼굴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외계인을 아무리 달리 그려보아도 눈 코 입이 달린 인간의 모습에서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듯, 인류 역사에서의 다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인 인권의 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