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5
2024
무더위가 기세를 떨치던 7월 말 어느 날, 지역활성화를 모색하는 한일 공동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과제를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탐색하는 자리였다. 사실 출산 대책과 대도시 집중, 지역쇠퇴는 누구나 알지만 해법을 찾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저출산 등을 불러오는 원인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진단하기 어려운 개인의 인식도 천차만별이다. 오인된 진단, 부적합한 처방, 왜곡된 정책집행 등이 더해지면서 정책 본래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저하된다. 따라서 이러한 세미나 등을 거듭해 나가면서 유효성 있는 방안에 한발 한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이 국제세미나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양국의 시각차이다. ‘지역경쟁력 강화’라는 범주가 매우 큰 주제인 만큼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전달하는 내용에서 양국의 인식과 우선순위를 엿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한국인의 시각에
08.02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얼마 전 조국혁신당이 개최한 정치개혁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황운하 의원이 인사말에서 고 노회찬 의원의 ‘6411 정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작금의 정치가 상기하고 스스로를 쇄신할 소중한 자산이며, 그것을 살려 정치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류의 발언이었다. ‘6411 정신’은 노회찬 전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매일 새벽 6411번 첫차를 타고 서울 강남으로 향하는 청소 노동자들을 ‘투명노동자’라고 부르며 “이들을 위한 진보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 사실 정치권의 이런 저런 자리나 행사에서 생각보다 더 자주 “노 전 의원과 그의 6411 정신을 추모하고 계승해야겠다”는 발언을 들을 수 있다. 주로 야권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지만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 의원도 경제부총리에 취임했던 즈음 6411 버스를 직접 타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7월 23일로 노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08.01
‘의회주의’란 ‘주권적 정당성의 원천인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된 합의기관인 의회가 입법 등의 방식으로 국가의사결정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말한다. 헌법학자들은 우리 헌법이 ‘의회주의’를 통치구조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이룬다. 이 의회주의의 기본원리 중 하나로서 ‘공개와 이성적 토론의 원리’가 곧잘 거론된다. 즉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는 우선 공개적이고 개방적인 토론의 장이 됨으로써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이성적 토론을 통해 조정과 통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이성적 토론을 거친 후에는 민주주의의 일반원칙인 다수결원리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의회주의의 본질이자 기본원리이다. 그러면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 헌법상의 의회주의원리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최근 국회의 방송4법 심의과정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결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무려 5박 6일에 걸쳐 본회의를 열고
07.31
저출생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2023년에 0.72명, 올해 0.68명, 그리고 내년 0.65명으로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급격한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은 태어난 아이들의 기본적인 삶을 공동체가 책임지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강조하게 된다. 2019년 5월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정책대상인 아동을 보호대상 아동에서 일반 아동까지 확대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가져온 출발점이었다. 학대·유기 등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지자체 책임 하에 철저히 보호하고, 그동안 민간이 수행한 학대 조사 업무를 시군구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혁신했다. 올 7월 19일부터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돼 병원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의 출생이 자동으로 등록되어 법적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영유아’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출생통보제 시행과 동시에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되었다. 혼인 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막다른 길
07.29
지금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부터 경험했던 커다란 위기 두가지를 들라면 1997년 IMF 국가부도 사태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들 재앙이 가져다준 정신적 충격은 무엇보다 그것이 필연이었다는 결과론적 후회에서 비롯한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불확실성의 징표는 세계 곳곳에서의 ‘정치인 테러’와 그 배경, 이로부터 파생되는 불투명한 전망이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연설 도중 총격을 당했다. 2022년 7월 8일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세 중에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후 불과 9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폭발물 테러를 겪었다. 한국에서도 올해 1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흉기 습격을 받았다. 정치인 테러는 2000년대에 들어서도 영국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세계 곳곳에서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 테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상대를 증오하
07.26
약간의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시대전환을 추구해야 할 때다. 이 지점에서 앞장서야 할 책무가 있는 분야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다. 재계는 결과적으로 시대전환에 기여할 수는 있어도 당장은 자기 기업 챙기기도 버거운 곳이다. 사회 전체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기 힘든 처지다. 문제는 정치권이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서 극도의 무기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정치권은 주로 상대의 악마화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진영 대결에 의존하고 있다. 보수는 지키는 데 역점을 두는 세계인만큼 보수정치의 무능은 태생적이라고 최대한 너그럽게 봐주자. 시대를 앞서가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하는 진보의 세계는 다르다. 진보정치가 미래를 기획하는 데 무능하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액면 그대로의 현실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크게 봐서 네 가
07.25
“기획으로 접근한 정치공작”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 “대통령기록물로 보관 중” “돌려주는 것은 국고 횡령에 해당”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깜빡하고 돌려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한 대통령과 그 주변의 각양각색 말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뜻으로 애용되는 경구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내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잘 살펴서 완벽성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도 이를 아는 듯하다. 온갖 세세한 변명과 해명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한다. 그런데 이를 믿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과 정국 대처가 정교하지 못한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디테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로 정책에는 세심한 고려가 부족하고 정치에서는 깊은 수를 볼 수 없다. 세련되지 못하고 치밀하지 않은 대처로 문제를 더욱 키워온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의사 숫자 늘리
07.24
자유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의지나 선택의 자유라는 의미로 소통된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자유라고 보는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스스로를 규정한다고 본다. 인간 자신에게 펼쳐진 세계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유의 관념은 기존의 규범과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탐색과 선택의 길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대학 교육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교양교육(Liberal Arts, artes liberales)은 바로 ‘자유로운 사람(liberales)’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artes)으로서의 학문과 기술을 강조한다.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고 전공의 다양성과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대학에서의 전공제도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반응해왔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고교 또는 대학 진학 시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채 전공을 선택해 이미 주어진 경로에 따라 교육
07.22
필자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테슬라 등 미국주식에 투자한 이른 바 서학개미였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에 장이 종료되는데 한번은 장 종료 후 테슬라의 분기실적 발표가 공시되자마자 시간외거래에서 큰폭의 상승을 보이는 것을 보고는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공시라는 것이 자본시장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만약 그 공시가 정확하지 않다면 얼마나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를 생각하니 새삼 공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졌다. 최근 전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엔비디아의 경우에도 5월 23일 새벽 6시(한국시간)에 실적공시를 하자마자 큰폭의 주가상승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많은 이해관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직접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공시라는 방식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 따라서 공시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적시에 정
07.19
신문기자로 일하다 대학에 와서 많은 일을 체감한다. 15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 고등교육 정책, 대학 경쟁력, 학점, 의대 정원, 취업 미스매치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의대 문제’에 대한 일반 대학생들의 시선은 차갑다. 전체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의대만 늘린다는 점, 무전공 입학 확대로 소속 학과의 정원이 쪼그라든다는 점, 의대생만 특혜를 받는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학점만 얘기해 보자. 학생들은 한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한다. 과제를 충실히 제출하고 발표 때는 멋진 자료를 만든다. 몇분 수업에 늦으면 혹여 지각이나 결석 처리됐을까봐 수업 종료 후 교수에게 출석체크를 확인한다. 중간·기말고사 점수를 잘 받지 못하면 그 이유를 교수에게 묻는다. 학생들의 학점 집착은 곧 ‘자기 사랑’이다. 필자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학생들이 열심히 해도 학점 등급은 나뉜다. 대부분 대학이 상대평가를 한다. 수업일수의 1/3 이상 결석하면 ‘F’다. 수강생 규
07.18
2024년은 선거의 해다. 금년 한해 동안 전세계 70여 국가에서 선거가 실시되고 40억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다. 글로벌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정치적 심판이 내려지는 것이다. 현재까지 선거 결과는 각국의 집권여당의 연이은 패배다. 숄츠 독일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했고 영국은 보수당이 14년만에 정권을 넘겨주었다. 남아공은 장기집권한 여당이 패배했고 인도의 모디 총리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와 민생에 시달리는 유권자의 성난 표심이 집권세력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유럽 집권당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사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15%가 넘는 득표율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을 2%p 앞섰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6월 총선의 1차 투표에서 33%로 1위를 차지했고, 2차 투표 결과 제3당에 그쳤지만 의석은 50석이
07.17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2014년 일본의 전 총무상인 마스다 히로야가 쓴 ‘마스다 보고서’에 등장한 말이다. 그 당시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하고 이로 인한 일본의 파멸을 경고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첫째, 인구감소로 경제의 활력을 잃은 지방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둘째, 지방을 떠난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쿄로 이동한다. 셋째, 이 젊은이들은 저임금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넷째, 도쿄는 지방의 인구를 흡수하지만 재생산하지 못하는 블랙홀이 되어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 다소 과장된 듯하지만, 지방의 인구감소가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지난 6월 말 한국고용정보원은 ‘소멸위험지역’을 조사해 발표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율을 인구소멸지수라 하는데 이 값이 0.5 이하인 지역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전체 시군구중 57.0%인 130
07.15
민주주의의 조국을 자처하는 프랑스와 영국이 거의 동시에 총선을 치렀다. 프랑스는 6월 30일 1차 투표를 진행한 뒤 7월 7일 결선 투표를 통해 국민의회의 577명 의원을 뽑았다. 영국은 프랑스의 두 투표일 사이인 7월 4일 총선을 치러 650석의 새 의회를 선출했다. 두 나라의 민심은 어땠고, 선거 결과는 민심을 충실하게 반영했을까. 민주주의란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부를 뽑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비슷한 시기에 치른 두 나라 선거에서 놀랍게도 똑같은 수치가 있다. 영 노동당, 프 국민연합 33%대 득표율 비슷 영국 총선에서 1등을 차지해 큰 승리를 거둔 노동당의 득표율이 33.7%이고, 프랑스 선거 1차 투표에서 1등을 한 국민연합(RN)의 득표율도 33.3%다. 거의 같은 득표율로 제1당이 되었으나 영국의 노동당은 650석 가운데 411석을 얻어 절대 과반인 325석을 훌쩍 뛰어넘는 역사적 대승을 거두었다. 반면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결선 투표에서
07.12
국민의힘 당 대표를 결정하는 전당 대회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당권 도전 후보들이 내놓는 ‘비전경쟁’ 때문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가 총선 당시에 보낸 ‘문자’ 논란이 당 안팎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 총선 기간 중에 김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신을 받지 못하고 ‘읽씹(읽었지만 씹어버림)’당했다는 설명이다. 관련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가 한동훈 위원장에게 지난 1월 5차례나 메시지를 보내 ‘명품백 수수’ 대국민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저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추가적으로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은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여사 이슈가 핵심 쟁점
07.11
반성은 돌이켜(反) 깨닫는(省)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곰곰이 돌이켜 생각하고 깨달음 끝에 쓰는 글이 반성문이다. 그러니 반성문에는 내면의 소리인 양심이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사가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것은 학생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제출을 명령한 시말서 또는 경위서가 사죄문 또는 반성문의 의미를 가지면 그 명령은 위법이라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이 타인의 반성문을 가장 많이 받아볼 것 같다. 피고인에게 선고해야 하는 형벌을 정할 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를 참작하기 때문이다. 법원의 양형기준표에 따르면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은 형벌을 감경하는 요소다.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면 가벼운 처벌을 할 수 있다.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 없으면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어렵다. 법관은 사법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사법(司法)이란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한 경우 독립적
07.10
‘마음의 감기’로 알려진 우울증은 슬프고 희망이 없고 무기력한 기분이 지속되는 증상인데 자살자의 90% 이상이 이 증상 때문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반대로 세상이 모두 자기 것 인양 행복감에 도취되어 극도로 흥분된 상태를 ‘조증’이라 하는데, 이러한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혹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양극성장애 즉 ‘조울증’이라 부른다. 이는 현대인의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지만 드물게 조증은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창의력을 극대화시켜 천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권총으로 자살한 네덜란드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작가 버지니아 울프, 철학자 니체, 작곡가 모짜르트와 헨델 등이 조울증을 앓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병의 특효약이 ‘리튬’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에도 리튬이 조울증 치료에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2세기경 산부인과 창시자라 알려진 에페소스의 의사 소라누스는 리튬이 함유된 광천수를 마시게 하고 목욕시킴으로써 이를 치료했다. 물론 리튬이 치료효과가 있
07.08
흔히 외교라고 하면 정부 고위급간의 양자·다자회담을 떠올린다. 영화 ‘D-13’에서 묘사되듯이 쿠바 미사일기지 설치를 둘러싼 미소 간의 충돌로 제3차세계대전 발발 위기로 내달리지만 한편에선 비공식라인을 가동한 치열한 협상전이 전개된다. 군사 안보 통상 경제제재 등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대혈전이 펼쳐지는 외교의 단적인 일면이다. 최근에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는 용어도 자주 눈에 띈다. 공공외교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으로 정의된다(공공외교법 제2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유산을 알리거나 제2외국어로 한국어가 자리잡도록 지원하거나 한국연구를 하는 외국인 학자를 후원한다. 우리나라의 정책 입장을 상대국이 공감하도록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활용한 소프트파워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결국 공공외교의 목표는 상대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와 영향력을 대중적으로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07.05
한국 정치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보수의 정체성과 행위규범에 대한 의식적 사유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보수라고 자처하고 여겨지는 이들, 특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은 정치적 지배세력, 적어도 주류로 존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뭐냐” “보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등에 대한 정치인들의 물음과 진지한 탐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분단과 전쟁, 독재정권 시기를 거치며 진보에 대해 막대한 힘의 우위를 점해왔던 터라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회도 필요성도 딱히 없어서였는지 모른다. 아무튼 보수는 ‘무이념의 이념세력’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시대변화 속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지켜야 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실천을 맹렬히 펼쳤던 적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도 기억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우가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총무처장관, 3선(15~17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용갑의 ‘보수우익 분기(奮起)론’이다. 김용갑은 한국 민주주의
07.03
총선이 끝나고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 선거에 대패한 진영의 자성이나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양남(강남과 영남)의 웰빙당’이란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쇄신에 둔감하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대국민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총선 민의에 부응하는 듯한 외관은 보였지만 국정지지도는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비상대책위는 전당대회 룰을 바꾼 걸 제외하고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흔한 총선 패인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당권경쟁은 고루한 ‘윤심’ 타령 일색이다. 이런 와중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고, 그 세부 발언 내용이 추가 공개됐다. 박홍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거취를 두고 윤 대통령과
07.01
최근 탈북민단체가 살포하는 대북전단과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에서 내려보낸 오물풍선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시민단체들이 임진각에 모여 대북전단 살포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이 대북전단 살포중단의 이유로 내세운 것들 중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부분이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지난해 9월 26일에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들에 대해 표현의 자유 과잉제한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헌재결정을 근거로 전단 살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며 탈북민단체에 ‘자제 권고’조차도 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 과연 이 헌재결정은 탈북민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은 희생되어도 좋다고 판시한 것인가? 헌재결정은 대북전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