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0
2025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탄핵 정국에서 진영으로 나누어져 골이 극도로 깊어져 있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파여진 골이 500m 정도였다면 지금은 5만m를 훌쩍 넘길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3월 10~12일 실시한 NBS조사(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이겠는지, 생각과 다르면 받아들이지 않겠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54%,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2%로 나왔다. 수용 의견이 12%p 더 높지만 불수용 의사가 40%가 넘을 정도로 매우 민감하다. 특히 60대와 70세 이상은 오차 범위 내 ‘생각과 다르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가 더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에서
03.19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고전적 전쟁 개념은 현대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 각국은 국가폭력을 동원해 치열한 전쟁을 벌여왔다. 이웃 나라를 침공하고 식민지 침탈을 감행했다. 반작용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대가 오래도록 지속했다. 오로지 국가권력의 온전한 독식과 독점의 궁극적 목적은 ‘적의 궤멸’이었다. 고대 문명 제국이 그렇게 명멸했고 중세는 종교를 앞세운 처절한 전쟁이 처러졌다. 근세들어 국가자본의 독점을 위한 대전으로 세계는 수천만 인류의 희생으로 얼룩졌다. 그 어디에서 공영을 전제로 이익분배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는 고등정치의 면모를 찾을 수 있겠는가. 전쟁의 바탕에 깔린 이데올로기는 사실 무슨 ‘이즘’이나 ‘자유’와 같은 가치가 아니라 이기적인 권력에 의해 부추겨진 적개심과 혐오주의였다. 그렇게 국가는 덩치를 키우며 이른바 선진국이 되었고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 지구의 한편에선 국민이 배제된 고도의 중앙집권 통치 및 경제 제도로 국가의 규모와 힘
03.17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대화 기관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로 출발해 2018년 현재와 같은 명칭으로 전환됐다. 경사노위를 뒷받침하는 법도 제정돼 있다. 일본에는 경사노위와 같은 기관이 없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그때마다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아베 전 수상이 매우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하는 방식 개혁에 관한 사회적 대화다. 아베 수상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일하는 방식 실현회의'를 발족시키고 10번째 회의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 계획'을 결정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노동시간 규제로서, 잔업 및 휴일노동을 포함한 총 노동시간의 상한을 노동기준법(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노사의 대립이 컸다. 경영자 단체는 반대 입장이고 노동자 단체는 찬성 입장이었다. 아베 수상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흉금을 터놓고 책임 있는 논의를 노
03.14
부정선거론은 탄핵 쟁점은 아니지만 탄핵 국면에 등장한 주요 이슈다. 2020년 총선 이후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에 의해 간헐적이지만 부단히 제기됐던 이슈가 탄핵반대 세력을 결속시키는 중요한 인자가 되었다. 탄핵반대 세력들은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를 펴면서 탄핵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그리고 탄핵반대론자들에 의해 확고한 신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명시적으로 부정선거론을 지지하지 않지만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란 기분으로 광장의 부정선거론과 어정쩡하게 타협하고 편승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탄핵반대 집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관위 헌재를 부숴버려야 한다’는 소속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공수처와 헌재의 수사와 심판 절차에 대한 흠결은 지적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지점 또한 적지 않다. 이는 논쟁적이면서 당파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헌법기관들의 절차적 정
03.13
바야흐로 난세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느 하나 마음 편히 기댈 곳이 없다. 정치적 상황이 그렇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철이 들 즈음에 미국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저절로 배우게 된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겁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풍요를 누렸다. 신자유주의 열풍은 심각한 부의 양극화를 가져왔지만 한국민들의 뛰어난 적응력 덕분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시대가 이제 저물어 가고 있다. 개발도상국 중국을 세계화의 물결 속에 편입시켜 누렸던 달콤한 열매가 어느덧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독이 되었고, 미국은 뒤늦게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부랴부랴 보호주의로 바꿔나가고 있다. 그 조짐이 보인 지는 오래됐지만 트럼프 2기 들어서는 거침이 없다. 패권 도전국 중국에 대한 관세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동맹국을 대하는 트럼프정부의 태도는 아무리 영원한 적도 영원
03.12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타인이 그것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이 하도록 하는 야만적인 방법은 물리력이다. 이른바 조폭이 흔히 이 방법을 사용한다. 요즘은 흔히 가스라이팅으로 불리는 방식으로 심리적 강제를 하기도 한다. 권한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타인을 강제하기도 한다. 지난해 벌어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그 예다. 군사력과 경찰력을 동원해 야당 국회의원과 정치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려고 했다. 조폭과 다르지 않다. 돈(money)으로 타인을 강제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허용한 방법이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을 돈으로 산다. 돈을 주면 심지어 범죄도 불사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가 팽배한 것 같아 무섭다. 민주사회에서 허용된 타인을 강제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03.10
인류가 인공지능(AI)에 대한 꿈을 가진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탈로스’라는 인류 최초의 AI 로봇이 등장한다. 대장장이신인 헤파이스토스는 크레타섬을 지키게 하기 위해 청동으로 된 거인 탈로스를 만들었는데, 이는 인간을 단순 대체하는 기계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형 로봇이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선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능이다. 근대 이전까지는 지능은 곧 이성이었다. 그래서 이성은 인간만이 지녔기 때문에 윤리와 합리성을 갖출 수 있었으며 이것을 곧 인간다움의 지표로 보았다. 그렇지만 이런 편향된 인식은 민족주의를 탄생시켰고 나아가 인종차별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지능이라는 인간만의 고유능력을 자신의 창작물인 로봇에 심고 싶어할까? 그것은 노동에서 벗어나고픈 인간의 원초적 소망 때문이다. 인간의 지능은 1900년대 이후 급속히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적 지능이 향상된 것인지 혹은 복잡한 사회적
03.07
지난 1월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의 딥시크(DeepSeek)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의 대 중국 GPU제재 속에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새로운 학습 방법을 사용하여 학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딥시크 R1이라는 모델을 개발했다. GPU를 기존 요구량의 1/10 정도만 쓰면서 성능은 오픈AI의 최신 모델과 비슷한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 일명 ‘딥시크 쇼크’가 전파되면서 한때 엔비디아의 주가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큰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딥시크가 제시한 새로운 학습 방법이란 무엇일까? 딥시크 R1이 기존의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모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학습방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AI모델들은 주어진 문장 뒤에 이어질 다음 단어를 예측하게 해주는 거대언어모델 위에 지어진 집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아주 기본적인 능력을 벽돌로 보면 이를 주어진 문맥에 맞게 잘 활용해 더 고차원의 사고와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03.06
‘임박한 파국’ 현 시기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 딱 맞는 표현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에서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어찌보면 앞으로 닥칠 파국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해도 그것에 선뜻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승복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신뢰를 위협하는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 패배의 길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 집권세력은 대선 패배보다 당이 깨지는 것을 더 경계하고 있다.이번에는 패하더라도 재기를 위해서는 당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직을 지켜내는 것이 결국 살 길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극우적 성향마저 감수하며 대응하고 있는 이유다. 그리할 수 있는 극우적 성향 리더십이 주도하는 당이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일이지만 12
03.05
탄핵결정을 통해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우선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 계엄법의 여러 조항들과 헌법상의 절차조항들도 위반했지만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위헌행위에 주목한다. 첫째, 헌법 제77조 제1항이 규정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측은 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행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해 행정기능이 마비될 ‘국가비상사태’가 초래돼 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는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군대를 동원하는 비상계엄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이 자명하다. 둘째, 헌법 제77조 제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 ‘정부’는 좁은 의미의 ‘행정부’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별한 조치의 대상으
03.04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과 국론이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발 초강력 태풍으로 충격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선장이 없는 한국호는 3개월째 부두에 발이 묶인 채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미국의 새로운 경제와 안보정책으로 국제사회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동맹국 및 우방국에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신행정부의 외교 행태를 분석해보면, 기존의 ‘자유주의 패권’ 대신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역외균형 전략은 세계적 세력균형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할 도전국의 부상을 힘으로 억압하지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직접 위협을 받을 때만 군사력을 사용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에 군사적 개입을 최소
02.28
2025년의 첫 2개월은 딥시크(Deepseek)로 시작해서 그록3(Grok3)로 마무리되어 간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 그동안 여러 플레이어들 사이에 선두군이 나타나면서 이제는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중국의 신생업체 딥시크가 올해 초부터 전세계 언론에 등장했다. 딥시크가 전세계적인 주목을 끈 이유는 기존의 AI 주요 업체들과는 달리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도 거의 대등한 수준의 성능 지표를 보여주는 결과를 거대언어모델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주장이 맞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하나씩 뜯어볼 필요가 있다. 딥시크 기술이 기존 업체에 대비해서 정말로 그렇게 저렴한가? 딥시크는 중국 내부의 엔지니어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이들의 인건비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매우 저렴하다. 딥시크 기술을 부분들로 나누어 보면 새로운 건 거의 없다. 이미 기존 교과서와 논문에서 다루어진 기술들이고 요소기술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공개소스
02.27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시에 구속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동네 치안은 어떻게 되나?’ ‘순찰, 민생사건 대응, 수사는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경찰의 수사권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거나 외국에서처럼 폭동이나 약탈도 발생하지 않았다. 여느 일상처럼 경찰조직은 흔들림 없이 움직였다. 이러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2020년 경찰법 개정에서 찾을 수 있다. 개정 경찰법은 경찰의 지휘라인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기존의 경찰청장 1인 체제를 없앴다. 경찰청장은 국가경찰 사무만 관장하도록 했고,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장 중심의 경찰수사라는 삼원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덕분에 이번처럼 중앙정부가 위태롭거나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지방정부의 자치경찰위원회는 동요하지 않고 범죄예방과 질서유지에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 광역자치단체마다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 2기
02.26
소셜미디어(SNS)는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인 ‘디지털 광장’이다. SNS는 인플루언서를 비롯한 개인들의 소소한 일상 공개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주제에 대한 토론, 그리고 온갖 루머와 가십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언제나 뜨겁다. 이는 물리적 공간인 광장의 역할을 디지털 가상공간이 떠맡고 있음을,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디지털 광장에서 활기차게 맥박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SNS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 형성과 의사결정에 이바지함은 물론 현대 민주주의의 작동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SNS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자유는 단지 표현의 자유에 한정되지 않으며 학문의 자유, 알 권리, 집회·결사의 자유 등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기본권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물론 SNS에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광장이 때로 거짓선동과 폭력 시위로 얼룩지는 것처럼 디지털 광장 역시 거짓정보와 사이버폭력이 난무하기도 한
02.24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상상을 뛰어넘어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한동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자기네들끼리 치킨게임을 벌리다 살아남은 몇몇 기업들이 AI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보기 좋게 깨져나가고 있다. 전망 교체의 주역은 미국의 강력한 맞수로 부상한 중국이다. 중국은 공공연하게 AI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기업 딥시크는 생성형 AI 서비스에서 1/18의 비용만으로 오픈AI에 필적할 성능을 과시했다. 기세가 오르자 지난 17일 시진핑은 주요 테크기업 책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AI 총동원령을 시달했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의 합작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2000조원 정도의 자금을 AI 분야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쩐의 전쟁’에서도 결코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결기다. AI 석학 앤드류 응은 중국이 글로벌 AI를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았다. 실제로 중국은 딥시크를 선두
02.21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고 자찬했다. 스포츠 사상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기록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선수들은 팬들의 성원과 환호에 답하지 못하고 아랫목에 안주한 면이 있다. 당찬 도전 정신과 치열한 노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국가 대표의 최근 성적만 보자. 도쿄올림픽 노메달,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탈락,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그런데 군 복무를 면제해 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는 우승했다. ‘아시안게임에 프로선수를 출전시켜 군 면제 받게 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논란이 있다. 수업 시간에 대학생에게 물어보면 전원이 ‘군 면제 반대’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프로 야구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어떤가. 인기가 많고 ‘팬클럽’도 활기차다. 1년에 상금만 10억원
02.20
202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을 맞는 해다. 윤석열정권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구축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분쟁을 수습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따라서 한일친선을 과시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일 수교 50주년은 한일관계가 험악했던 박근혜정권 시절이어서 제주도에서 열린 학술회의 하나가 양국이 공동으로 개최한 기념행사의 전부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3일 심야에 발생한 계엄 소동으로 한국은 한일관계를 챙길 경황이 없다. 더구나 일본의 이시바정권은 미일관계 개선에는 온갖 정성을 기울이지만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한 전제인 과거사 문제를 청산하려는 자세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2차세계대전 당시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도 강제로 군대로 끌려갔고 당연히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다. 당시 전사자는 군신(軍神)으로 국가기관인 신사의 정점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졌다. 카미카제 자살 특공대는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누며 출격했다.
02.19
탄핵정국이 두달 여를 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경쟁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탄핵정국임을 감안해서 하는 말이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으로 돌아가면 당시 문재인 민주당의 권위와 신뢰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마치 예정된 일처럼 ‘국정농단’ 탄핵국면은 조기대선으로 이어졌고 무난하게 문재인 후보 당선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탄핵정국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만큼이나 이 대표에 대한 ‘자격’을 묻는 움직임이 정치적으로 매우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수층 그리고 탄핵 반대층이 거의 찬성층과 맞먹을 정도의 결집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보수진영 내에서 ‘이재명 안돼’라는 정서적 공유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 대표가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자리에 가까워지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이유로 보일 정도다. 이 대표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02.17
‘대한독립 만세’를 러시아어로 어떻게 외치느냐고 안중근(현빈 분)이 공부인(전여빈 분)에게 묻는다. 왜 그걸 묻는지 의아해하는 공부인에게 안중근이 말한다. “하얼빈은 러시아 관할지이니 러시아어로 외쳐야 모두가 알아듣지 않겠소.”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안중근은 공부인이 일러준 대로 크게 외친다. “까레아 우라!” “까레아 우라!” “까레아 우라!” 지난해 12월 개봉한 우민호 감독의 영화 ‘하얼빈’의 한 장면이다. 1910년 2월 12일 관동도독부 지방법원 형사법정. 재판장 마나베가 피고인 안중근의 최후진술을 제지하며 “의견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말하라”고 경고한다. 안중근은 말한다. “내가 이토를 죽인 까닭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오늘 기회를 얻었으므로 말하겠다.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객으로 신문
02.14
공공갈등은 법령의 제개정, 각종 사업 등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의미한다. 공공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대응방식이 갈등관리다. 다수결은 민주주의 운영과 의사결정의 핵심 원칙이다.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집단적 의사결정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투표를 통해 50% 이상 지지하게 되면 선택되는 것이다. 다수란 반드시 절반 이상을 넘어서는 것만은 아니다. 순위별 최다 득표로 정해지기도 하고 전체 2/3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회적 대립을 최소화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합리적인 결정방식은 무엇인가? 무엇이 결정된다는 것은 적어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승복한다는 의미다. 물론 의사결정의 원칙과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다.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적 선호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다수결이 활용된다. 아렌드 레이프하트(Arend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