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
2024
올 12월부터 농지에 ‘농촌 체류형 쉼터’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농지에는 농사에 필요한 장비와 종자를 보관하고 잠시 휴식할 수 있는 농막을 지을 수 있었다. 농막은 연면적이 20㎡(약 6평) 이하여야 하고 간이취사는 가능하지만 숙박은 할 수 없다. 또 가설건축물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농촌 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의 영농체험과 농촌 체류를 확산하기 위해 농지전용허가 등의 절차없이 연면적 33㎡(약 10평)까지 개인과 지자체가 지을 수 있다. 다만 화재와 재난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갖춰야 하고 주변 농지의 영농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농식품부가 이러한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것은 농막이 불법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농막은 약 23만개가 있다. 2022년 감사원이 20개 지자체의 농막 3만3140개를 조사했는데 52%가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개발 혹은 주택시공회사가 농지를 작게 나누어
10.21
D-15. 미국 대선의 투표가 진행중이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 집계에 의하면 10월 20일까지 전국적으로 935만명이 우편투표를 마쳤고 현장투표자도 194만명으로 도합 1400만명의 유권자가 조기투표를 완료했다. 여론조사는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통계분석 전문가 네이트 실버(Nate Silver)에 의하면 전국 지지율 평균치는 해리스 49.2%, 트럼프 46.4%로 해리스가 2.8%p 앞선다. 그러나 미 대선은 주별 간접선거다. 2016년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은 힐러리 클린턴이 앞섰지만 당선자는 선거인단 과반을 차지한 트럼프였다. 선거인단 과반을 좌우하는 7개 경합주는 현재 초박빙의 미세한 승부를 보인다. 해리스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에서 0.6~1.0%p 앞서고 트럼프는 조지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0.8~1.6%p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추이를 보면 해리스의 기세는 다소 주춤세이고 트럼프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 한 주간의 여론조사를
10.18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은 한마디로 ‘상황별 대응계획’이다. 개인도 조직도 국가도 상황별로 탄력적이고 능동적인 대응계획이 필요하다. 대입 수험생이 성적에 따라 지원 대학을 달리하고, 기업이 실적이 나쁘면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고, 정부 정책이 겉돌면 궤도를 수정하는 게 기본이다. 자칫 실기하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어서다. 한 나라의 정책은 국민의 안위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정책은 실행 과정에 여러 변수가 돌출한다. 그런 변수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컨틴전시 플랜은 곧 ‘이머전시 플랜(emergency plan)’이다. 비상상황을 민첩하게 극복할 플랜 B, 플랜 C가 필요하다. 현장은 한마디로 전쟁이다. 비상계획 없이 임하는 전쟁은 없다.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정교하게 짜지 않으면 군사는 물론 나라 전체가 위험해진다. 윤석열정부 들어 여러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4.10 총선과 의대 정원 증원 이슈만 보자. 지난
10.17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김건희 여사로 인해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 강화와 경제영토 확장에 중요한 아세안 정상회의를 다녀왔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대통령의 국정보다 김 여사 관련 논란 쪽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건희 국감’을 전면에 내걸고 총력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민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공정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시 김 여사에 대한 평가도 함께 반영하느냐’고 물은 결과 68.9%는 ‘함께 반영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만 평가한다’는 답변은 27.9%, ‘잘 모르겠다’는 3.2%로 집계됐다.(전국100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에서 수습책으로 김 여사 사과를 거론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로 보면 그 효과에
10.16
정부가 9월 4일 보험요율을 9%에서 13%로 상향 조정하고 소득대체율을 42%로 하는 등의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연금수령 연령이 점차 65세로 늦춰지면서 연금보험료 납부도 연령을 늘려 64세로 하자는 검토다. 개혁안 및 보험료 납부 연령의 상향 조정이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한 일본 사례를 보자.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은 연금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의 연금제도는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노령 기초연금과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후생연금이 있다. 연금수령 연령은 1957년 55세에서 4년마다 1세씩 늦춰져 1973년 60세가 되었다. 이후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초연금 수령연령은 2001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늦춰져 2013년부터 65세가 되었고, 후생연금 수령연령은 2013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늦춰져 2025년부터 65세가 된다. 즉 원칙적으로 내년부터 연금은 65세가 되어야만 수령할
10.14
과도하거나 부당한 법의 사용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법을 악용해 상대를 제압하거나 정적을 무력화시키는 데 법이 악용된다면 법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제가 아니라 흉악한 무기로 전락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 법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정치와 법치는 기본적으로 보완관계지만 상호갈등적으로 작동될 때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치에서 이러한 징후는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사면권의 경우 최고권력자의 통치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자의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였다. 법의 선택적 집행도 정적을 제거하는 데 사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대표적인 게 검찰의 기소권이다. 이는 지난 정권에서부터 더욱 두드러지면서 각 당파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된 대표적 케이스다.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되풀이되고 있는 건 입법권과 행정권의 충돌이다. 이는 단순히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10.11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제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도입되어 2021년 9월 24일부터 시행중이다. 익명성 폐쇄성 기술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범죄는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잠재적 범죄자를 발견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청법이 허용한 위장수사의 형태는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다. 전자가 단순히 소극적으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수사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적극적으로 허위문서를 만들어 신분을 위장하고 수사하거나 그 위장한 신분으로 계약하거나 성착취물·성촬영물을 소지·판매·광고해 수사하는 것이다. 최근 심각성을 드러낸 이른바 딥페이크범죄로 불리는 성조작물범죄에 대한 엄벌정책을 반영해 성조작물소비(소지·구입·저장·시청)죄를 신설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폭법) 개정안과 함께 야간·공휴일의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긴급신분비공개수사를 허용하는 아청법 개
10.10
‘이달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우리말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만 전환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 했다(是月,上親制諺文二十八字 … 凡干文字及本國俚語, 皆可得而書, 字雖簡要, 轉換無窮, 是謂訓民正音).’ 세종25년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직접 글자를 만들었다’로 그해 실록의 마지막 기사가 쓰여졌다. 한글이 과학적 독창적 체계적이라는 것은 발음기관을 본 따 자음의 기본자인 ‘ㄱ ㄴ ㅁ ㅅ ㅇ’을 만들고 이 글자들에 획을 더하거나 합성해 음을 파생시켜 나가는 이원체계를 사용한 것과 우주만물을 상징하는 천·지·인(天·地·人)을 본 떠 ‘• ㅡ ㅣ’으로 모음의 원형을 만들고 이를 서로 조합해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약 6700여개의 언어가 있지만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할 수 있는 고유한 문자를 가진 민족은 극히 일부다. 물론 300여 종의 문자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문자는 기존 문자를 차용하거나 변형해 사용하고
10.07
어떤 정권의 붕괴 가능성은 지지율의 지속적 하락과 낮음, 그리고 선거 패배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붕괴라고 하려면 정권을 세우고 지탱했던 힘과 제반 요소들이 ‘맥락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두 사라지고 망가져야만 한다. 즉 붕괴는 정권을 세우고 담당했던 자들이 정치무대에서 아예 퇴출당할 뿐만 아니라 응당의 사회적 사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사태를 말한다. 그래서 그들이 애초 내세웠던 이름과 형색으로는 정치의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방의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승만정권 전두환정권 박근혜정권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세 정권은 4.19혁명과 1987년 6월항쟁, 2016~2017년 촛불항쟁이라는 격변을 가져왔고,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추방되었다. 일각에서 국부론과 외교적 탁월성(이승만정권), 1980년대 고도성장달성론(전두환정권), 과잉대응론(박근혜정권) 등을 내세워 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로 굳어진 ‘붕괴된 정권의 계보’에서 벗어날 수 없다.
10.04
8월 말~9월 초가 되면 일본 대학생단체 방문단이 늘어난다. 이 시기가 일본 대학들은 방학 기간이기도 하고 최근 한류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한일 양국 대학생들이 직접 대면하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 일본 교수와 함께 대학생 친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양국 학생들이 혼합된 팀을 구성해 주제별로 로컬 지역을 탐방하도록 했고, 학술제에서는 주제발표를 하고 관심사와 세부 내용, 논리적 체계를 확인하는 지적경쟁의 시간도 만들었다. 교류의 분위기가 최고치로 올라간 것은 저녁 뒤풀이 자리였다. 문화와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젊음과 패기,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이를 쉽게 극복하게 했고 진화된 스마트폰은 유능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교류 과정에서 양국 학생들이 지닌 몇가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리더십이 좋고, 일본 학생들은 예의바르고 배
10.02
현행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우리의 헌법·법률은 휴전선 이북지역에도 적용되고 우리의 주권과 통치권도 여기에 미친다. 그러나 사실상 휴전선 이북지역은 ‘북한 괴뢰집단이 점령한 미수복지역’이고, 따라서 북한정권은 대한민국의 통치권 행사를 방해하는 ‘반(反)국가단체’가 된다. 헌법 제정과정에서 초대 국회 내 헌법기초위원회는 공동안을 약간 수정해 이 영토조항을 확정했고 국회 본회의도 수정없이 통과했다. 대한민국이 정부수립 직후 유엔총회에서 승인받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유일합법정부론,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론 등이 근거였다. 그 후 영토조항은 제헌헌법은 물론이고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변경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유보론’과 한반도 ‘두 개의 국가론’을 제안하면서 헌법상의 영토조항을 폐지하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주장은 영토조항이 ‘
09.30
통계청이 9월 발표한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13년 후에는 전체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늘어나, 2052년에는 1인 가구 중 80세 이상이 2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65세 이상 비중도 2022년 26.0%에서 2052년 51.6%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체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 가구인 셈이다. 또한 부부끼리 사는 고령층 부부가구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어 2026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분절적으로 제공하던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돌봄 주거 등의 서비스를 통합
09.27
서울공대 교수들이 공동집필한 ‘축적의 시간’은 중국을 상수로 상정하고 한국 산업의 미래를 모색한 책이다. 중국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세게 추격하는 상황에 비추어 한국 산업의 생존전략을 탐색하고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지난 몇년 동안 중국은 이중봉쇄를 경험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많은 도시를 통째로 봉쇄했고, 거의 동시에 미국의 강력한 경제봉쇄를 겪었다. 과연 이중봉쇄 속에서 중국 산업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을까? 결과는 정반대임이 드러났다. 중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고강도의 혁신을 거듭했다. 미국이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강해졌다. 산업 경쟁력은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최근 한 언론사의 심층취재 결과는 놀라웠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음이 드러났다. 반도체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칩 필수 요소인 고대역 메모리칩(HBM) 2세대 제품양산에 돌입하면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09.26
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주도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스스로를 퍼스트무버(First Mover) 또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정작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에는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간 앞다투어 ESG경영을 표방하던 일부 기업들은 최근 한국지속가능성공시기준(KSSB) 공개초안 관련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도입 연기를 주장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과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줄 중요한 첫걸음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시점을 미루는 문제는 단순한 제도 연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환경 변화와 경제적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지속가능성 공시를 미루는 것은 국제적
09.25
넷플릭스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중국 SF 작가 류츠신의 ‘삼체’를 보고 그 세계관과 서사에 몰입된 적이 있었다. 작품의 무대인 가까운 미래뿐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여러 문제에 대해 새로운 상상과 자극을 주어서다. 드라마나 소설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책 뒤표지에 소개한 다음 카피를 참고하면 된다. ‘세 개의 태양이 불타는 센타우루스 알파성 삼중성계 삼체 문명의 항성급 함대가 지구를 향해 출발한다.’ ‘인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희는 벌레다!’ 삼체인에게 인류는 벌레 수준이라는 얘기다. 인류의 희망은 하나뿐이다. 센타우루스 알파성계는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항성계로 약 4광년 떨어져 있다. 삼체인은 빛의 1/100 속도로 400년 후에야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지동설조차 받아들이지 않던 400년 전을 생각하면 400년 후는 인류의 과학이 어느 수준에 이를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미래인 것이다. 삼체인도 인류의 과학
09.23
D-43. 트럼프의 컴백인가, 해리스의 승리인가? 미 대통령선거 승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 대선의 결말이 미국의 국내정치뿐 아니라 국제정세 세계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6주 앞으로 다가온 승부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선거 예측에는 여론조사, 시뮬레이션, 예측시장, 역사적 사례에 기반한 예측모델, 그리고 핵심 질문 테스트 등 다섯가지 방법이 활용된다. 전국 여론조사는 해리스가 트럼프에 2~4%p 앞서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다. 선거인 과반수 확보에 결정적인 7개 경합주는 1~2%p 안팎의 미세한 승부다. 여론조사로는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여론조사는 트럼프의 숨은 표를 놓치는 단점도 있다. 2016년,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득표율은 여론조사 예측치를 넘어섰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고졸 학력 유권자가 과소표집되고 그들의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방법은 여론조사 결과에 몬테카를로(M
09.20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다. 세상의 지식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촘촘한 네트워크로 엮인다. 초연결 시대의 인재는 지식정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하느냐가 경쟁력이다. 초연결 지식을 활용한 ‘초지능(meta-intelligence)’이 미래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정보와 지식이 시공(時空)을 넘나드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초·중·고생의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의 역할은 중요하다. 글로벌 교육 트랜드에 민첩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늘 학교 현장을 살피는 열정으로 교육수요자의 신뢰를 얻는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이념편향은 경계해야 한다. 균형잡힌 건강한 사고로 ‘교육의 정치화’를 거부하는 뚝심 있고 젊고 싱싱한 인물이 절실하다. 우리 학부모들은 묘한 특성이 있다. 자녀가 대학에 가면 ‘교육’의 ‘교(敎)’자도 멀리한다. 하도 자녀 교육으로 고통을 겪어서 그럴 것이다. 교육감에 대한 관심 또한 적다. 기성세대라면 옛적
09.19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놀라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며 유럽 대륙의 ‘여제(女帝)’로 부상하고 있다. 5년 전 집행위원장에 처음 선출되었을 때 폰데어라이엔은 유럽 정치의 마비 상황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로 급부상한 대안에 불과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기는 했으나 유럽 정치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다. 2024년 현재 폰데어라이엔은 집행위원장 재임에 성공해 유럽을 대표하는 권력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폰데어라이언은 집행위원장 첫 임기에서 유럽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유럽연합이 나서 회원국들의 정책을 조율하고 백신을 공동으로 구매·분배하는 능동적 역할을 해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피난민을 신속히 수용하면서 유럽의 단합을 도출하는 데 공헌했다. 무엇보다 유럽의 공동채권 발행을 통해 재정통합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대중에게는 생소해도 전문가 사
09.13
바쁜 일상에서 최고의 선물이자 기적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곱씹어본다는 건 한가로운 넋두리 같다. 그러나 삶의 짐으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면 “왜 사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생의 의미를 향한 질문이 솟아나기 마련이다. 생명의 신음인 셈이다. 현대정치의 주된 담론 중 하나는 ‘생명정치(Biopolitics)’다. 철학자 푸코(Michel Foucault)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유래한 생명의 짝 개념인 ‘조에(Zoe)’와 ‘비오스(Bios)’를 끌어와 생명정치를 설명한다.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바라보았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적 만족이나 쾌락을 좇는 생물학적 생명을 ‘조에’, 개인의 덕과 공동체(Polis)의 선을 동시에 추구하며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는 정치적 생명을 ‘비오스’로 칭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은 현세의 정치적·윤리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기독교 신학은 내세의 영적이고 영원한 삶에 역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09.12
형법은 범죄가 무엇이고 범죄를 저지르면 어떤 형벌을 받을 수 있는지 정해 놓은 법이다. 형법의 목적은 사회의 존립과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기본가치를 보호하는데 있다. 사람들이 공존하기 위한 최소조건을 지키기 위해 형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형벌의 고통은 가혹하다. 최소 공존규칙을 어겼기에 사회와 격리되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형벌의 고통이 정당성과 실효성을 가지려면 형법이 범죄로 금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하고(죄형법정주의), 그 고통이 지나쳐서는 안되며(비례원칙), 덜 고통스러운 수단이 있다면 형법은 자제되어야 한다(보충성 또는 최후수단성).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무죄추정원칙). 은밀한 육체적 사랑은 사회의 최소 공존규칙을 어기는 것일까. 이를 형법으로 금지할 수 있을까. 가혹한 형벌의 고통을 주는 것은 옳은 것일까. 오히려 사랑은 권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신체접촉이 형벌을 부를 수 있다. 형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