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8
2024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출생아수는 2015년 44만명에서 2023년 23만명으로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고 50년 후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해방 이후 최초로 0~4세 인구가 북한보다 적어졌다고 한다. 2021년 기준 0~4세 인구는 우리나라가 165만명, 북한은 170만명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는 국가소멸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저출생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제 사회 교육 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국가 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된다. 정부는 이러한 저출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으
06.27
오랫동안 일본은 한국에게 넘사벽 같은 존재였다. 특히 전자 분야에서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한손에 쥐고 흔드는 절대지존의 위치에 있었다. 한국의 전자업체가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하리라고 상상하기란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의 전자업체들은 상상조차 불허했던 그 한계선에 도전했다. 결국 한국 업체들은 일본 전자산업을 추월했다. 한일 역전 드라마의 한복판에 삼성전자가 있었다. 고작 흑백TV를 만들어 팔던 변방의 전자업체가 메모리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는 경이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액면 그대로 삼성전자는 한국의 산업화 성공을 상징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던 삼성전자가 언제부터인가 절정기를 지나 쇠락국면에 접어든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연간 성장률이 이를 잘 보여준다. 1998년에서 2013년 사이 삼성전자의 연평균 성장률은 17.6%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기세등등한 성장기를 구가했다.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13
06.26
경기도 화성의 한 1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화재로 인한 참사가 발생됐다. 물론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많은 산업재해는 아직 예방 가능한 영역에 있다. 이번 사고도 현장에 적합한 안전한 작업을 했더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설비의 안전성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작업자가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 훈련하는 것과 안전한 작업 조건과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성과 컸던 안전보건개선계획 폐지 이와 같은 사업장의 실행을 정부는 정책과 사업으로 유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 정책과 사업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본질은 과거 균형감각을 상실한 여론과 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미래의 사고예방보다 마녀사냥을 우선한 정부의 대응이 빚은 참사로 판단된다. 필자가 2006년 새로운 산업재해 예방 사업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사업 개발에 앞서 기존 재해예방 정책과 사업 중 큰 비중을 두어 집행되어온 ‘안전보건개선계획’ 관련 사업의
06.24
2024년 6월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적 합의가 불가능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만이 아니다. 모든 사회적 합의가 매우 어려운 나라로 치닫고 있다.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국회, 정부와 이익집단 사이에 갈등이 끝없이 증폭되는데 그것을 해결할 정치적 의지나 능력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국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극기’와 ‘촛불’으로 양극화해 두 진영이 합의는커녕 대화조차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둘 사이에 공존 화합 상생이란 의식은 애초부터 없었고 상대를 배제 제압 말살하려는 원시적 본능만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무엇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을 이처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진영으로 갈라놓았을까.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당장 떠오르는 것이 한국전쟁이다. 이미 발발한 지 74년이나 지나 인구의 약 90%가 전후 세대로 대체됐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채 갈등의 불씨를 활활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휴전(또는 정전)상태이며 실질적으로도 최근 대북 전
06.21
‘2조원+a’. 전국의 대학이 목을 매고 있는 돈이다. 내년부터 광역자치단체가 정부 재정을 넘겨받아 대학에 배분하게 되니 대학들은 자치단체에 한껏 몸을 낮춘다. 고등교육에 관한 전문지식도 경험도 거의 없는 자치단체 공무원은 대학 앞에서 또 다른 ‘갑’으로 등장했다. 교육부 ‘완장 질’에 이골이 난 대학은 교육부와 자치단체의 비위를 맞추려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2조원+a’의 현실에 대학은 지성의 자존심을 접고 끌려다닌다. 명칭도 특이한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사업 얘기다. 교육부는 이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고 부른다. 명칭 자체가 길고 감성적으로 와닿지도 않는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꺼내든 라이즈사업은 기존의 사업을 흡수한다. RIS(지역혁신), LINC3.0(산학협력), 브릿지(BRIDGE) 같은 현란한 교육부의 대학사업이 대표적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헷갈린다. 자치단체가 고등교육 담당, 실력
06.20
5월 30일 뉴욕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성관계 입막음 비용을 편법으로 회계처리해 기소된 사건을 전부 유죄로 평결했다. 전임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후보가 중범죄인이 된 것이다.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 헌법에는 유죄평결을 받은 후보의 출마를 제약하는 규정은 없다. 11월 대선에서 중범죄인 신분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사상 초유의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 절반 이상은 재판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지만 지지정당에 따라 반응은 엇갈린다. 민주당 유권자 절대 다수가 ‘올바른 평결’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 유권자의 다수는 이것이 ‘정치적 재판’이라는 주장에 동조한다. 이번 재판결과가 지지율에 영향을 주었나? 유죄평결 이후 트럼프 지지율이 1~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변동폭은 오차범위 내에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이 집계한 지지율 평균값은 트럼프 44.2%, 바이든 43.8%이다. 중서부 3개 경합주에서 지지율
06.19
지금으로부터 74년 전인 6월 25일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대충 한 세대를 30년으로 계산하면 2.5세대가 지났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전쟁과 휴전, 저강도 충돌, 가족 찾기, 경제교류, 정상회담을 비롯한 갖가지 사건과 변화를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남북대결에 휘말려 생사가 오가는 위기를 겪거나 인생행로가 뒤틀린 사례는 헤아릴 수가 없다. 진정한 민족화해는 국가 수준의 남북교류를 넘어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 사이에 쌓인 한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즉 내부의 분단과 이념갈등을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해법을 찾아야 실속있는 남북대화도 가능하다. 6월 14일에 포항공대에서 개최된 한국사회학회 사회학사 분과는 이색적인 주제로 시선을 끌었다. 일랑 고영복(1928~2011) 교수의 생애와 학문에 대해 6인의 발표자와 12인의 토론자가 참여한 논의의 요지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라는 개인적 배경 때문에 학문적 공헌까지 멸실되는 사
06.17
경찰은 권력기관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인권침해의 잠재적 가해자로 의심받아 왔고, 여전히 현실에 대한 불만을 욕설과 폭력으로 쏟아내도 탈 없는 대상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바디캠(Body Cam)은 공무집행방해와 수사·단속과정에서 시비에 시달려 온 경찰관들이 사비를 털어 구입·사용해왔는데 올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으로 7월 31일부터는 경찰장비의 하나인 ‘경찰착용기록장치’로 공식 도입하게 된다. 바디캠 도입은 매우 신중한 과정을 거쳤다. 2015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심의를 통해 도입한 100대를 2021년까지 시운영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경찰관의 직무수행 중 폭언·폭행으로 인한 공무집행방해 행위 대응 차원의 증거수집에 중점을 두었다. 그나마도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미래 신기술의 활용에 있어 ‘법률적 통제’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바디캠은 경찰관은 물론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영상증거를 확보하는 데에 유용하다. 선진국의 경우 바
06.14
최근 유럽의회 선거 결과 강경 우파와 극우정당들이 약진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연합이 대승해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을 크게 앞섰고,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숄츠 총리의 사민당에 앞섰다. 반면 그간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해온 녹색당은 참패했다. 유럽의회의 판도가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기운 이유로는 전쟁, 난민과 경제난이 지목된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기침체와 치솟는 물가로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로서는 친환경정책과 급진적 난민정책 등에서 야기되는 비용부담과 치안불안에 대해 더이상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거대한 전환 정책에 따른 미래 비용부담을 떠안게 된 유럽 청년층 또한 극우 돌풍에 적극 가세했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세대충돌 양상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드디어 거대한 세대충돌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논란은 국민연금 제도에 내재된 기성세대의 노후보장과 미래세대의
06.13
사람이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해야 사회가 관심을 갖는다. 국가는 이런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어서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하고 관련자를 찾아서 또는 만들어서 처벌이나 대책을 세운다. 그러니 죽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사회와 국가에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느는 것 같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자살을 유발하고 있는 것 같다. 1990년대 말 이후 사회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취업의 비정규직화와 불안정 및 노인빈곤도 심화되고 이후 자살도 증가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자살을 이용하기도 한다. 1991년 5월 벌어진 유서대필조작사건이 그렇다.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권퇴진운동이 벌어지고 전국적으로 분신항거가 이어진다. 검찰은 분신자살사건에 조직적인 배후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이를 밝히자는 방침을 세운다. 마침 또 분신자살사건이 발생하고 유서
06.12
‘지나가버린 어린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도 있듯이 ‘풍선’은 동심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의 풍선 비행은 ‘꼭 해봐야 할 여행’으로 꼽힌다. 풍선의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세기경 촉의 제갈공명은 군대 신호용으로 종이풍선 안에 촛불을 켜서 공기를 데워 하늘로 띄웠다는 기록이 있다. 1794년 프랑스군은 오스트리아군과의 전투에서 정찰용 기구를 처음 사용했는데 이는 1차대전까지 계속됐다. 이렇듯 풍선은 오래전부터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된 듯하다. 특히 1차대전에서는 정찰용뿐만 아니라 탄막(彈幕)풍선이라는 무기로도 활용됐다. 탄막풍선이란 땅에 고정된 밧줄에 묶여 떠있는 풍선으로 속에 수소를 가득 채워 적기의 저공 침투를 막는 것으로 비행기가 풍선과 충돌하거나 풍선에 사격을 가하면 오히려 수소가 폭발해 비행기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2차대전 때 일본은 미국 본토를 향해 9300개의 풍선폭탄을
06.10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고, 이어서 ‘김건희 종합특검법’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 발의에 이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관련한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가히 ‘특검 만능주의’라고 할 만하다.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다. 여권 주장처럼 채 상병 관련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고, 김 여사 명품백 사건도 검찰이 수사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는 논리가 일견 타당해 보이긴 하다. 그러나 두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그동안 수사가 미진했던 점, 특검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두 사건 특검에 대한 여권의 반대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만약 두 사건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다시 국회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06.07
최근 일련의 인구사회학적 변화는 ‘미증유’라는 용어로도 담아낼 수 없을 만큼 급격하다. 여기에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Geminai) 등 진일보한 AI 기술들은 생활양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압박한다. 그만큼 살아왔던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진입하는 중이다. 이른바 판이 바뀌어 가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균형점은 지역에서 먼저 체험할 수 있다. 초등학교가 폐쇄되고 청년들의 모습이 점차 사라진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로 넘쳐나던 골목식당들이 한산하다. 전통시장의 부산스러움은 어르신들의 회상에서나 들을 수 있는 옛 추억이 되었다. 쇠퇴하는 지역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지역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흔히 말하는 지도자나 주민대표가 지역 총의를 모으고 환경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탄력적인 지역시스템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지도자는 크게 리더형과 관리형
06.05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국정기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총선민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 거부를 넘어 기어코 야당을 향해 공세를 펼칠 건수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김정숙 여사 특검’이 바로 그것이다. 비례대표 초선인 김민전 의원 등이 제기한 것을 당권 도전자인 윤상현 의원이 덥석 물고 나섰다. ‘보수혁신 대장정’이라는 제목으로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쓴소리를 듣는 세미나는 도대체 왜 했는지 의문이다. 김정숙 여사 특검법 발의는 소모적인 여야 갈등을 더 키우고 지속시킬 ‘특검전쟁’을 확대한 것인데 이를 보수혁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진짜 보수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정국안정을 꾀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을 위시로 한 야당세력까지 포함해 정치권은 특검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집권세력과 야당세력 모두 22대 국회를 개원하자마자 대치국면을 조장하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민생문제를 방치하거나 이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게 될
06.03
헌재는 지난달 30일 헌정사상 최초의 검사 탄핵심판사건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기각 5명, 인용 4명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4년에 전직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가 간첩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이 위조한 문서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검사들이 징계를 받았고 유씨는 무죄판결을 받는다. 그후 검찰이 2010년에 유씨가 탈북자들의 대북송금을 주선한 데 대해 기소를 하지 않는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별도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어 재수사를 하면서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위 ‘보복기소’했다. 이 때 담당검사가 본 탄핵사건의 피청구인이다.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2심과 대법원에서 공소가 기각됐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우선 기각의견을 개진한 5명 중 3명의 헌법재판관들은 피청구인으로서는 유씨의 외국환거래법위반
05.31
21대 국회가 29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막판에 국민연금 개혁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여야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안에서 이견을 상당히 좁혔으나 구조개혁을 두고 대립했다. 정치권의 논쟁은 최선의 결과를 낳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본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처럼 인기없는 개혁은 더더욱 그렇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 제도에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있다. 건강보험은 급여가 확대되면 국민이 바로 병원에 가서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연금개혁은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삭감으로 현세대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 나아가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연금제도의 역사가 오래돼 노인들이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도국에서도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고 정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뜨거운 감자’로 여겨진다. 이런 난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국가들이 있다. 스웨덴은 14년에 걸쳐 정당들이 개혁안을 함께 마련해 국민을 설득했고, 영
05.30
동북아 주요 3국이 갈등이 아닌 대화와 협력에 합의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구도 속에서 평화로 나아가는 물길을 다시 열어두었다. 4년 5개월 만에 26일부터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공동선언, 잇단 양자 정상회담으로 동북아 주요국 사이의 자원 배분과 경제교류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판이 마련됐다. 한반도비핵화 등이 담긴 지난 2015년, 2019년의 공동선언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이 담보된다면 이번 3국의 대화 복원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해 공급망 협력의 소통창구로 삼기로 했다. 중국의 요소수 등 자원과 한국 첨단기술 등 경제교류의 물꼬를 다시 튼 것이다. 아울러 두 나라는 13년째 중단됐던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고, 지연돼왔던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에 양국 간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평화에
05.29
종종 세상은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변화한다. 변화의 폭이 너무 크고 깊어 비판적 이성의 소유자를 멍청이로 만들기도 한다.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를 둘러싼 상황 변화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 안에 미국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편입되었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논자들이 가장 주목한 지점은 기업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이식이었다. 그들은 외환위기 이후의 각종 문제는 국제금융자본이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를 공략하면서 빚어졌다고 파악했다. 주주자본주의가 주가상승을 위한 무리한 구조조정을 수반하고, 초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압박 등으로 기업의 투자 능력을 약화시키는 등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던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주자본주의가 본격 작동하면서 주식시장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거꾸로 기업의 자금을 축출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2003년 한해 동안만 보더라도 국내 상장기업들
05.27
지난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외교적 해결 방안으로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을 때 ‘6.3세대 심기가 어떻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본란에 썼다. 그 대답에 해당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60년 전인 1964년 이맘 때 전국은 한일회담 반대 열기로 뜨거웠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하는 박정희정권의 ‘대일 저자세 굴욕외교’에 국민적 저항이 일어났다. 박정희정권은 그해 6월 3일 계엄령을 발동하고 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다. 당시 시위주체인 학생세대가 6.3세대이고, 이들이 벌인 저항행동이 6.3운동이다. 오는 6월 3일 6.3운동 60주년을 맞아 6.3세대가 6.3운동의 의의와 미래 한일관계를 스스로 정리하고 조망하는 행사와 학술회의를 갖는다고 한다. 보도자료와 관련자의 전언에 따르면 6.3세대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하고 복잡하며 심지어 절실하기까지 하다고 느끼게 된다. 한일 양국 정부 차원에서 지금 한일관계는 수교 이래 최고라고 할 만하다. 군사 분야에
05.24
지난 4월 30일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G 공시 기준)의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가시화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기업을 대표하는 많은 기관들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며, 이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자본시장 선진국은 민간이 주도해 1~2년 내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확정했다. 브라질 필리핀과 같은 자본시장이 덜 발달된 나라조차 2~3년 내로 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미루고 있는 몇 안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역사를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구가 아시아와 이슬람보다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불과 200년 전의 일이다. 18세기까지 경제 선진국은 중국 인도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