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
2024
지방정부마다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과 준비로 분주하다. 2021년 제1기 대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될 즈음에 적잖게 망설였다. 위원으로 현실 참여하는 것과 재야에서 제도 완성에 힘을 보태는 것 중 어느 것이 공동체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개정 ‘경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0년 12월 9일까지 한국경찰학회 학회장으로서 숱한 학술대회와 정책토론회를 주관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진술인으로서 마무리 단계의 법안을 검토하면서 자치경찰제도가 출발부터 숨쉬기 곤란한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0년 7월까지만 해도 중앙정부와 여야 정치권, 지방정부, 현장 경찰관 등 관계자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던 자치경찰제는 따로 있었다. 지금과는 달리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조직과 인력을 독자적으로 갖추는 형태였다. 지방정부마다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 및 지구대와 파출소를 두고 총
04.11
전쟁같은 선거가 끝났다. 선거는 자본도 권력도 없는 서민에게도 정치인의 고개를 숙이게 한다. 서민의 삶에 공감하는 정치인이 다음 선거에서도 선택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22대 국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서민을 위한 제도가 있다. 바로 벌금형제도다. 형벌 중 구금형(징역 금고 구류)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면 재산형(벌금 과료)은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전자가 육체적 고통을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에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한 85만5418건 중 구금형 비율은 18.8%(16만1125건)인 반면 재산형 비율은 69.8%(59만6749건)다. 그런데 구금형이 선고된 사건 중 집행유예(8만3342건)가 실형(7만7569건)보다 많다. 그러나 재산형이 선고된 59만6749건 중 집행유예는 3852건(0.6%)에 불과하다. 검사의 약식명령청구서에 의존하는 약식사건과 경찰서장이
04.08
영국 시인 앨리엇(T.S. Eliot)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중심인 4월이 이렇게 반어법으로 표현된 것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라는 구절처럼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와야 하는 새싹의 아픔과 힘겹게 봄꽃을 피웠지만 곧 지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시작은 곧 끝의 시작이라는 잔인한 재생의 모순이 반복되는 자연섭리를 표현한 것이다. 엘리엇의 4월은 문학적 잔인함으로 다가왔지만 우리의 4월은 춘곤증이라는 현실적 잔인함이 존재한다. 춘곤증은 봄철에 피곤하고 졸린 현상이다. 이는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추운 날씨에서 급격히 봄날씨로 바뀌며 생긴 생체리듬 혼란과 호르몬 변화를 생체시계가 원만히 뒷받침하지 못해서다.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겨울 동안 위축되었던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생체 촉매 효소의 활성을 위해 급히 요구된 비타민 미네랄 같은 영양소를 원활히 공급하지 못해서다. 그
04.04
글로컬(glocal)이란‘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로 구성된 조어다.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지구적 관점의 넓은 시야를 지역에 실현한다는 의미다. 지역발전의 맥락에서 해석하면 글로컬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지역 문제를 글로벌 시각으로 돌파해 나가자는 이른바 ‘관점의 뒤집기’다.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회복되기 위해서라도 지역은 세계와 연결되어야 하며, 이를 수행할 많은 인재들이 양성되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글로컬 30’도 그러한 인재를 키워내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중 글로컬의 주역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컬로 지정된 다수의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사업의 우선순위로 잡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2024년 2월 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약 236만명이며 단기체류가 아닌 등록외국인은 약 135만명이다. 이중 외국인 유학생은 23만여명으로 코로나확산으로 주춤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결혼이민자(약 18만명)를 능가하는 수치다.
04.03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야권의 ‘대승’을 예상하는 관측이 지배적인 듯하다. 이런 시각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 기초해있다. 하나는 정권심판론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독재 종식에 대한 시민적 요구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야권의 맏형격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지 못하다. 근소한 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위성정당에 대한 지지 현황에 있어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의미래에 뒤쳐져 있다.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비례대표정당인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불고는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국민의미래에 뒤쳐져있다. 물론 비례야당의 두 정당 지지율을 합하면 여당 비례정당보다 높다. 현재 정권심판론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의 성격이다. 선거 승패 여부를 떠나 ‘집권세력의 위기’라고 할 정도로 정권심판 여론이 압도적 우위라고 보기 어렵다.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적’ 성격을 띠기에 정
04.01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수도 이전에 관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과정에서 선거공약으로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했고 대통령 당선 직후에 그 후속조치로 입법화된 법률이었다. 당시의 위헌결정문을 분석해보면 헌재는 ‘수도’에 관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도를 국회 청와대 등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 행정기관들의 소재지로서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하는 곳’으로 정의 내렸다. 그러면서 이 법에 의한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의 이전은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의 이전으로서 ‘수도 이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헌재는 ‘관습헌법’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진 나라이지만 성문헌법 속에 모든 헌법사항을 빠짐없이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문헌법으로서 ‘관습헌법’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은 조선
03.29
2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출생아수는 처음으로 23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맞물려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어린이집은 2018년 약 3만9000곳에서 2023년 약 2만9000곳으로 줄어들어, 5년 만에 1만 곳이 문을 닫았다. 2002년 69만명이던 국군 병력은 2022년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부양 노인층이 급속히 늘어나 앞으로 40년 후면 한명의 경제활동인구가 65세 이상 노인 한명을 부양하게 된다.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다면 한국의 추세 성장률이 2050년대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03.28
4월 3일 푸바오(福寶)가 중국으로 떠난다. 푸바오는 2016년 한국에 온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용인에서 태어나 올해로 네 살이 된 희귀동물 판다다. 지난 3년여 동안 550만의 시민을 만나며 인기 절정에 오른 한중 우호외교의 상징이다. 1983년 워싱턴조약의 발효로 희귀동물은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고, 모든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는 원칙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이 동물은 생후 4년 차가 되면 반환해야 한다. 푸바오는 한중관계가 암울하게 진행되는 시기에 작은 등불 같은 존재로 사랑을 받았다. 동물외교는 문화교류와 국제협력을 촉진할 목적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푸바오는 멸종동물 보호와 생태 환경보전의 의미에서도 값진 의미가 있다. 인접 국가에 대한 호불호 이유 중에는 환경문제가 단연코 앞자리를 차지한다.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세계 28%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가 중국이다. 초고속 경제성장의 결과 2010년대 중국은 대기오염의
03.27
22대 총선전이 본격화했다. 내일(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투표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국혁신당의 부상이다. 창당한지 한달도 안돼 제3지대를 넘어 거대 양당을 압도하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거대양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름 붙이자면 ‘조국현상’이다. 기존 정치문법으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폭주와 실정이 가장 큰 자양분이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대 미흡 내지 실망감이 작용한 점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회에 좀 더 거시적이면서 근본적인 접근을 해보았으면 한다. 기존 정치의 기득권 구조와 그 폐해, 나아가서 대의민주주의, 즉 선거민주주의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도저히 여당을 지지할 것 같지 않던 운동권 출신 인사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이유를 본란에 쓴 적 있다. 정치 경험도
03.25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느 기관에서 발표한 ESG등급 때문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그 기관에서 평가를 했는데 등급이 여타의 평가기관보다 낮게 나왔단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때문에 회사의 평판이 나빠지니 답답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외 ESG 평가기관은 약 600~1000여개에 이른다. 예를 들어 국내 어느 회사에 대한 평가기관의 ESG 평가결과는 B+, A, C, 32, BBB, 47 등 천차만별이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무리 평가기관이 각자 책임 하에 독립적인 평가 체계를 개발해 평가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결과가 상이한 수준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다. 그런데 낮은 평가등급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측에서는 막상 구체적인 대응책을 세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
03.22
#1. 밤 9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 5학년생은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어디 갔다 오니?” “수학 학원요.” 꼬마 때부터 만난 아이는 오늘따라 시무룩하다. “학원 다니기 힘들지?” “네, 월요일은 논술, 화요일은 영어, 수요일은 수학, 태권도와 미술… 학원 싫어요. 토요일이 제일 좋아요.” 토요일엔 학원 안 가고 친구들과 축구와 농구를 할 수 있어 기다려진단다. #2. 밤 10시, 아파트 인근이 시끌시끌하다. 학생들이 학원에서 쏟아져 나온다. 도로는 학원과 학부모 차량이 뒤섞였다.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도 구청은 불법 주정차 학원차량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 대통령실이 심야 강남과 목동 학원가 몇 군데만 둘러봐도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 현장이다. 짬을 낼 수 없다면 자신의 중고생 자녀도 학원 다닐 테니 물어보시라. #3. 3월14일. 교육부가 2023년 초·중·고생 사교육비를 발표했다. 27조원, 역대 최고다. 학생수가 7만명 줄었는데 학부
03.21
지난 주말 고교 동기들과 관악산을 산행했다. 산행이 끝난 뒤 점심을 먹으며 때아닌 정치 토론에 열을 올렸다. 지지 정당 차이로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를 자제하던 평소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수다를 억누르기가 못내 어려웠던 모양이다. 토론은 눈꼴사나운(?)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로 맞추어졌다. 혹자는 국회의원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숫자는 그대로 두고 특권을 없애야 한다며 보좌관을 모두 없애는 대신 국회 내 입법과 예산 관련 전문역량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기초와 광역의원, 국회의원을 하나로 통합해 국회의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주장 사이에는 공통의 인식 기반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이었다. 정치는 사회 공동의 이익 증진이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이다. 정치활동 보장을 위해 정부 예산을 다양한 형태로 투입하는 객관적 이유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위를 공적
03.20
D-21.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 21대 총선 투표자의 42%는 선거일 3주 전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했고 58%는 선거일 전 3주간 또는 투표일에 후보를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선관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여론조사 백서, p214) 무엇이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주나? 21대 총선 투표자가 가장 많이 고려한 요인은 정당(42%), 인물(25%), 정책과 공약(21%) 순이다. 유권자 선택에서 정당요인 비중은 20대 총선(24%)에 비해 크게 늘었고 인물요인 비중은 줄었다. 유권자가 정당을 평가할 때 무엇을 중시할까? 크게 보면 정당의 리더십, 문제해결역량, 구성원의 도덕성, 정당 내부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 정당인식을 구성한다. 정당지지도는 결국 정당의 리더십 역량 도덕성 정치력 평가를 집약한 숫자일 것이다. 한국갤럽 1월 4주차 조사에서 여당과 야당 리더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동훈 52%, 이재명 35%, 부정평가는 한동훈 40%, 이재
03.18
지난 11일은 ‘흙의 날’이었다.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 3월 11일이 흙의 날이 된 것은 3월에 농사가 시작되고 석 삼(三)자가 농업 농촌 농민의 삼농을 뜻하고 11은 십(十)과 일(一)을 합치면 흙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 토양의 날’은 12월 5일인데 세계토양학회가 토양보전에 열성적이었던 태국의 푸미폰 국왕의 생일인 이날을 기념하자고 제안해 유엔이 2014년부터 지정했다. 영미권에서 흙은 흔히 dirt로 쓴다. 더러운 먼지와 같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흙은 그렇게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하찮아 보이지만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건강한 토양 1g당 1억~100억 개체수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이런 건강한 흙 1㎝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00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우리는 마구 파헤치거나 버려두고 아스팔트로 덮어버린다. 흙의 날을 정해 그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는 이유다. 흙을 가장 요긴하
03.15
새 학기다. 청춘들이 봄 햇살 캠퍼스를 흠뻑 즐긴다. 그래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즐기니까 청춘이다. 그런데 정말 아파하지 않고 즐기는 걸까. 아파하지 않는 것처럼 잠깐의 여유나 휴식을 즐기는 것도 이상한 일일 테지만, 이미 아픔을 내면화하고 체화해버렸다면 이건 아주 아주 심각한 사태. 젊음이라는 몸이 살아내기 위해 아픔을 치유하거나 맞서 저항하거나 하지 않고 차라리 자기몸(自-身)으로 흡수해 혈중화해버리는 몬스터가 된 것일까. 인간이라는 세상이 젊음을 그런 괴물로 만들고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청춘이라는 매력과 낭만으로 충일대는 ‘캠퍼스의 봄’을 꿈꿀 수 없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역사적이면서 문화적 사태이며 사회적이면서 정치적 사태다. 냉소와 체념을 머금고 “이번 생은 망했다”는 젊음에게 선거가 다가온다. 내가 원했던 사람들도 아닌데 그 가운데 한사람을 택하라고 던져주는 건 참 이상하고도 수상쩍은 간청이리라. 애초에 민주주의라는 말에다 합성 불가능에
03.14
근대 의료의 압축적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 시스템은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일본(84세)에 이어 세계 2위를 자랑하는 기대수명(83세)은 상징적인 결과다. 국제적으로는 3개의 의료 시스템이 눈에 띈다. 자유시장에 근접한 미국은 의료혜택의 사회 불평등은 심각하나 첨단 의료는 세계 최고다. 사회주의적 의료 제도의 영국은 서비스는 저렴하고 평등하나 수술을 받으려고 몇달씩 대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시장과 국가의 원칙을 적절하게 혼합한 성공적 모델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지출(12%)은 미국(16%)보다 낮고 영국(11%)과 비슷하나 기대수명은 82세로 미국(77세)이나 영국(80세)보다 높다. 미국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낳으며 영국처럼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대기시간이 열악한 상황은 아니다. 프랑스 의료의 거울에 한국을 비춰볼 만하다는 뜻이다. 한국 의료대란의 출발점은 의대 정원과 의사수다. 한국의 의사수는 14만명 정도이고 프랑스는
03.13
올 3월부터 징계처분인 학교폭력 가해자 이력이 대학입학뿐만 아니라 졸업시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학교폭력 조치사항 중 퇴학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영구보존되고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기록은 4년 동안 학생부에 보존된다. 종전에는 2년이었다. 다만 출석정지와 학급교체 기록은 졸업 직전 교내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다. 그런데 소년이 소년법정에서 보호처분을 받았더라도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형사법정에서 소년이 형벌을 받았더라도 자격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때 장래에 향해 형의 선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모두 소년법 규정이다. 형벌이나 보안처분과 같은 형사처분을 받은 기록이 소년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성인이 범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면 흔히 전과(前科)로 불리는 기록이 남게 된다. 이로 인해 헌법의 직업의 자유, 선거권과 피선거권, 개인
03.11
물과 기름은 왜 섞이지 않을까. 바람은 왜 불까. 고체 액체 기체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흔하기 때문에 그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모두 자연의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한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앞서 열거된 질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밀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제각각의 밀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밀도란 물질을 구별하는 중요한 특성으로 밀도의 차이에 따라 밀거나 당기는 등 힘의 균형을 이루려 하는 것이 바로 자연현상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밀도의 정의는 ‘단위 부피에 대한 질량값’이다. 우리 생활에서 밀도라는 말은 흔히 사용되지 않지만 우리 환경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모두 이와 연관되어 있다. 공기 밀도가 높으면 고기압, 낮으면 저기압,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불기 때문에 구름을 몰고 흘러가버리므로 고기압 지역은 날씨가 쾌청하
03.08
선거가 한달 남았다. 2월 초 만해도 민주당 우위의 선거구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2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만나서 ‘명문정당’을 강조하면서 이 틀은 견고해 보였다. 그러나 직후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은 친문과 친명 갈등의 서막이었다. 지난 한달 내내 22대 총선 관련 보도는 민주당의 공천 관련 기사로 도배를 했다.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집권당에게 유리하기 어려운 구도다. 게다가 윤석열정부의 실정과 무능, 불통은 이루 열거하기도 숨차다. 이를 지난 한달 동안의 민주당 공천 난맥이 모두 덮었다. 국민의힘의 혁신과는 거리가 먼 공천은 ‘조용한 공천’이라는 수사(修辭)로 가려지고 민주당 공천만 요란하게 파열음을 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에서 나왔던 ‘친윤 영남 중진의 헌신 희생’은 찾아볼 수 없지만,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 민주
03.07
‘지방소멸’은 이미 매우 친숙한 용어가 됐다. 매스컴에서 일상적으로 다루고 있고, 지방균형발전 관련 법령이나 정책명에도 빈번히 포함되면서 이른바 공적 신분도 취득했다. 그만큼 지역의 미래에 대한 근심과 두려움이 커져 간다는 방증일 것이다. 실제 지방소멸의 양상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2022)의 지방소멸 지수 분석에 따르면 ‘소멸 위험지역(2022년 3월)’은 대상 시군구 전체의 절반(49.6%)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10년 사이에 소멸위험이 늘고 경향성도 강화됐다. 2005년에는 33곳이었으나 2015년에 80곳, 2020년에는 102곳으로 급증했다. 2022년 3월의 113곳 중 ‘소멸 고위험지역’은 45곳이나 됐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부터 출생율 주간인구 청년순이동률 등 8개 지표들을 구성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는데 전국의 89개 지자체가 해당되었다. 전북의 경우 14개 지자체 중 10곳이나 된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의 맹점은 지나치게 숫자에 초